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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률 교수의 철학 이야기(199)
고집불통 철학자(3)-이황
2018년 08월 06일 (월) 11:10:14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퇴계 이황은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아버지 상을 당했기 때문에 모친의 가르침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스무 살을 전후하여 공부에 몰두한 탓에 건강을 해쳤고, 그 뒤부터 병이 많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진사시와 생원시 초시에 합격한 퇴계는 어머니의 소원에 따라 과거에 응시하기 위해 성균관에 들어갔다. 그런데 당시는 기묘사화의 피바람 속에 조광조가 사형을 당한 이듬해로서, 문학만 숭상하는 경박한 풍조가 생겨나 있었다. 그리하여 퇴계의 도학공부는 유생들의 비웃음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퇴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연거푸 세 차례나 과거시험에 낙방한 후 3년 후 진사시에 수석으로 합격하였고, 생원시에는 차석으로 합격하였다. 4년 후에는 대과에 급제하여 종9품에 임명되었다. 그 후 여러 관직에 승진 발령되었지만, 건강을 이유로 대부분 사양하였다. 그는 일찍부터 학문연구에만 뜻을 두었었다. 그러나 집이 워낙 가난했던 데다 어머니와 형의 권고도 있고 하여 과거에 응시하였던 것인데, 이에 대해 잘못을 저질렀다고 스스로 후회한 바 있다.

을사사화 후에는 몸이 병약함을 구실로 모든 관직을 사퇴하였다. 그러다가 아주 물러나버릴 형편이 아님을 알고 가급적 외직(外職-지방벼슬)을 지망하였다. 48세 때 충청도 단양 군수가 되었지만, 부임한 지 9개월 만에 풍기군수로 전임되고 말았다. 단양군이 관찰사(도지사)가 된 그의 넷째 형 이해의 통솔 아래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듬해에는 병을 이유로 사직원을 냈다. 3개월 동안 세 번이나 올렸어도 그에 대한 답변이 없자, 행장을 꾸려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와 버렸다. 다음해에는 허락 없이 직책을 버렸다하여, 감사로부터 2계급 강등처분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퇴계의 서쪽 양지바른 곳에 한서암이라는 집을 지어, 그곳에서 은둔생활을 시작하였다.

그 후로 성균관대사성, 홍문관부제학, 공조참판(차관급)에 임명되긴 했으나 그 사이에 20여 차례나 임관에 응하지 않았다. 60세 때에는 도산서당을 짓고 7년 동안 독서와 수양, 저술에 전념하는 한편,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조정에서는 그에게 자주 출사를 종용하였지만 듣지 않았다. 당시의 왕 명종은 정2, 공조판서(장관급) 등에 그를 임명하였지만 역시 사양하였다. 선조에 의해 예조판서에 임명되었지만, 이번에는 병 때문에 귀향해야 했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부름을 받은 퇴계는 68세의 나이에 선조 앞에서 여러 책들에 대한 강의를 하였다. 마침내 학자의 최고 영예인 양관대제학(홍문관대제학과 예문관대제학을 합친 관직)에 제수 받았지만, 역시 귀향을 감행한다. 그가 뚝섬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을 적에 수백 명의 후배, 제자들이 몰려나와 눈물로 이별했다고 한다. 퇴계의 말년 관직생활은 그야말로 문서상의 임명과 사퇴만이 계속되었다. 52세부터 70세까지 18년 동안 50회의 사퇴서를 냈고, 특히 정3품 이상의 벼슬은 실제로 받아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그의 어머니는 살아 있을 때에 중앙의 고관벼슬을 하지 말도록 당부하였다 한다.

퇴계는 임종 자리에서 나라에서 하사하는 예장(禮葬)은 사양할 것이며, 비석도 세우지 말고 자그마한 돌에 그저 이름만 쓰라.”고 유언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퇴계가 세상을 떠나자 선조는 3일 동안 정사(政事)를 밀쳐둔 채 그를 애도하였고, 장례식은 영의정의 예()에 준하여 치르되, 산소에는 퇴계 자신의 유언대로 작은 돌에 이름을 새긴 묘비만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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