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농협 조합장

정부는 앞으로 비 농업인의 농지소유를 억제하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내세워 농지법 개정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헌법상 명문화 돼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재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우리 농업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대 원칙이지만 이는 다른 말로하면 농사를 직접 짓지 않는 사람은 농지를 전혀 소유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전체 농지 중 임대차 비율은 자그마치 50%가 넘는다. 정부의 방침대로 시행한다면 농사를 짓지 않는 50% 임차농들 농지를 소유할 수 없으므로 이를 매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이다. 물론 정부의 입장은 외지인들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기위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 농가의 농지 소유 규모를 보면 대부분이 1ha미만의 농지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아직 영농을 하고는 있지만 대게가 고령화로 인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농지를 임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평생 농민으로 살아온 이들은 논과 밭이 그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이었다. 농촌이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스스로 농사짓기가 어려워 임대차를 하는 경우도 경자유전의 원칙을 내세우면 분명히 불법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정부는 그동안 농업의 규모화를 강조해 왔기에 농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지의 임대차 허용을 확대하여 영농의 규모화를 도모하거나 비 농업법인의 임대차를 허용하여 농업, 농촌에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정책을 개발 추진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때 농경사회에서 토지는 부의 상징으로 토지의 생산 가치는 매우 높았다.

그렇지만 산업화된 지금은 토지가 농업 생산 기반으로서의 가치는 너무나 큰 차이로 하락했다. 이처럼 많이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토지에 대한 사용자 이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1ha(3,000)당 농지의 농업소득은 평균 1천만원이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토지 소유자가 농지를 처분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싶어도 정부규제를 통해 농지로 묶어 놓고 있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가 어렵다 보니 토지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농업인에게 농지는 어쩌면 도시민들의 주택과도 같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로 인해 시골의 농지가격은 그동안 몇 십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경지유전의 원칙을 내세워 임대농민의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해둔다. 조용히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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