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철학자(4)-디오게네스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닌 철학자, 혹은 거지(?) 철학자로 불리는 디오게네스는 흑해 연안의 항구 상업도시 시노페에서 환전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동전을 위조하다가 들켜 쫓겨 다녔는데, 디오게네스 역시 아버지를 따라 가짜 돈을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고향에서 쫓겨나야 했다.

아테네에 와 살던 디오게네스가 대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니자,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물었다. 이때 디오게네스는 내 눈으로는 현자(賢者)를 찾기가 힘들어 그렇다.”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는 또 모름지기 사람이란 이성(理性)을 갖든지, 아니면 목매달 끈을 가져야 한다.”고도 주장하였다. 잘 알려진 일화 중에 그와 알렉산더 대왕과의 만남이 있다. 대왕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마침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해 보시오.”라고 하자, 디오게네스는 저 쪽으로 좀 비켜주시오. 당신에게 가려 햇볕이 들지 않거든.”이라 대답했다고 한다.

하루는 길거리에서 신전의 제사장(종교지도자)이 헌금을 훔쳐가던 사나이를 붙잡아가는 장면을 보았다. 이때 디오게네스는 제사장을 가리키며, “저기 큰 도둑이 좀도둑을 잡아가고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 당대의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을 가리켜, ‘털이 없는, 두 발 동물이라고 정의하였다. 이를 들은 디오게네스는 닭의 털을 모조리 뽑아버린 채 플라톤의 제자들에게 던지며, “여기 너희 스승이 정의한 인간이 있다.”고 소리쳤다. 그들의 관념철학을 비웃은 것이다. 그 후 플라톤은 인간을 정의할 때마다, ‘손톱과 발톱을 가진이라는 말을 반드시 덧붙였다고 한다. 디오게네스 입장에서는 플라톤이 입으로는 항상 욕망을 버리고 살라!’고 하면서도 큰 집에 사는 게 못마땅했던가 보다. 이에 어느 날 디오게네스가 진흙투성이 발로 플라톤의 집에 들어가 침대를 짓밟아놓고 나왔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개 철학자로 알려진 디오게네스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나는 내게 무언가를 준 사람을 향해서는 꼬리를 흔들고, 거부하는 이에게는 짖으며, 나쁜 사람은 문다. 그래서 개라고 불린다.” 또 어떤 사람이 디오게네스에게 무슨 책을 썼느냐고 묻자, “자네는 진짜 무화과보다 그림 속의 무화과가 더 좋은가?”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책상머리에 앉은 채 관념에 사로잡혀 책을 쓰는 일보다 현실 속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삶 자체가 더 소중하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오게네스의 마지막 모습도 평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90세가 되었을 때, 그는 일부러 숨을 쉬지 않아 죽었다고 한다. 혹은 익지 않은 고기를 먹다가 식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그의 무덤에는 개집(항아리)에 들어가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디오게네스의 독특한 행동에 대해 마냥 박수를 보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부와 명예, 권력을 무분별하게 추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늘 의식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의 삶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혹시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물질문명에 의해 압도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우리는 스스로 창조해낸 정신문화에 얽매어가는 것은 아닌가? 과연 문명의 발달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혹시 커질 대로 커진 인간의 욕망이 그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