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청소년비영리단체인 청소년자람터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공모한 2018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역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이 될 메이커 스페이스 성공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영광에서 사랑받는 메이커스페이스를 꿈꾸며...

청소년자람터 관계자분들과 함께 12일 일정으로 견학을 함께 다니며 견문을 넓히며 많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IT엔지니어로 10년을 일했었기에 우리나라의 메이커스페이스라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운영과정에 호기심이 많았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급한 과제가 많겠지만, 영광에 새롭게 만들어질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라는 개념정의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광군민들에게 생소한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고 인식시키느냐에 성공과 실패의 열쇠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견이지만, 메이커스페이스라는 단어보다는 박원순 시장의 희망제작소청춘공방이라는 말이 오히려 그 의미에 부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메이커스페이스란 무엇일까? 영광신문에서 여러 번 기고를 했지만 아직도 개념을 정의하기가 어렵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3D 모델 파일과 다양한 재료들로 소비자가 원하는 사물을 즉석에서 만들어(printing)낼 수 있는 작업 공간. 이는 전통적 제조업의 과정을 넘어 굴뚝 없는 비트(bit) 제조업으로 도약하는 가상 세계의 객체를 현실화하는 방법이다. 제조업 자체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일반 개인도 최종 완제품을 생산해 내는 '개인 제조업'의 부상을 예고하고 있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해놨으니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도 메이커를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20147월 메이커 1천만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1천만명에게 3D프린터 활용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과학관과 도서관, ··고등학교에 3D프린터를 보급하고, 2017년까지 130개 셀프제작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3D 프린터라는 한 가지 기술에만 목매는 모습이 지엽적이고 시장 수요가 없는 와중에 정부 주도로 공급부터 왕창 늘리는 접근법이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메이커 운동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

이 기사는 2014BLOTER.NET에 기고되었던 내용이다. 정부가 어떻게 이해를 했고, 사업을 진행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이다. 4년이 지난 지금 초기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많은 메이커스페이스가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전국에 만들어질 계획이지만, 공간에 대한 모호한 정의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막대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보니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주민들의 공공이용 개념의 복지센터 기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럼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오픈소스 제조업 운동이다.’라고 미국 최대 IT 출판사 오라일리 공동창업자였던 데일 도허티가 처음으로 정의하였다. 그는 메이커 운동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 ‘메이커’(Maker)가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그리고 메이커 운동은 기존 ‘DIY(Do It Yourself) 운동과 다르다. DIY는 개인적 취미 생활에 가깝다면 메이커 운동은 개인의 취미부터 산업 영역까지 아우른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메이커 운동의 출연 배경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는 제조업 문턱이 낮아졌다= 기존 제조업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했기 때문에 밀링 기계는 고가의 컴퓨터나 전문가가 아니면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간단한 작동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특히 3D 프린터는 수백만원이면 개인 책상에 올려놓고 시제품을 만들어 보는 시대가 되었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가만 쓰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제 개인이 블로그 사진을 편집할 때도 쓰고 있다. 이 외에 3D 스캐너나 레이저 절단기 등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기술이 보편화된 덕에 메이커 운동은 꽃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협력하기 좋아졌다= 제조업 기술이 디지털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도구도 디지털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컴퓨터로 그린 도면을 웹사이트에 공유한다. 메이커는 프로그램 개발자의 오픈소스 문화를 빌려왔다. 오픈소스란 프로그램의 뼈대인 소스코드를 공개해두면 많은 개발자가 함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개선해가는 문화를 가리킨다. 개발자가 집단지성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해가듯 메이커 역시 도면이나 제작 노하우를 인터넷에 공유해 제작 기술과 결과물의 품질을 발전시킨다. 메이커 운동을 떠받치는 물리적인 공간도 나타났다. ‘메이커스페이스(Maker Spaces)’라고 불리는 협업 공간이다. 레이저 절단기, CNC 밀링 기계, 산업용 3D 프린터, 용접기 등 다양한 제조 기구를 갖추고 메이커의 손길을 기다린다. 메이커스페이스를 찾은 이는 적은 비용으로 전문 장비를 맘껏 이용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대량생산 공정이 유연해졌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 공장 생산라인은 개인이 접근할 수 없는 차원이었다.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라인을 설계하고 배치해야 제품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공장 가동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아서 기업 규모는 돼야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었다.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지고 유행이 빨리 변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왔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공장 생산라인도 유연하게 바뀌었다. 이제 집 안에서 온라인으로 공장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 세계 최대 B2B 상거래 웹사이트 알리바바에서는 내 주문을 수십개 부터 수만개까지 소화해 낼 중국 공장 목록을 찾을 수 있다. 도면을 보내고 신용카드로 제작비를 결제하면 집에 앉아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개인도 기업만큼 전문적인 생산력을 동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료를 토대로 길게 설명한 이유는 미국의 메이커 운동은 온라인의 리눅스처럼 오픈소스 운동이 자연스럽게 제조업으로 옮겨온 배경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이다. 오픈소스 운동은 공유와 협업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운동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와 창업이 활발한 미국의 환경과 우리나라의 환경은 다르다. 따라서 값비싼 고가의 장비를 몇 대 마련했다고 해서 공간의 이용도가 높아질 수는 없다. 그럼 영광군에 필요한 메이커스페이스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서울의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서 오히려 영광군에서 운영 중인 농기계임대사업소가 영광군 현실에 맞는 메이커스페이스 모델이 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동안 값비싼 농기계와 유지보수로 힘들어하던 농민들은 이제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고가의 장비를 이용할 수가 있다. 게다가 임대사업소에서 농기계의 운전에 필요한 안전교육부터 작동법, 수리까지 도맡아 해주고 있으니 지역 농민들의 사랑과 필요한 공간으로 신뢰받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하고 행정은 이에 발맞춰 적절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세계적으로 공유개념과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서울시의 메이커스페이스가 주민들의 공공이용 공간으로 변화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고 흐름이다.

영광군은 대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다. 만약 똑같은 모델을 영광에 적용한다면, 적은 인구와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영광군의 메이커스페이스는 자칫 전시관이나 체험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여러 사례에서 증명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이 공간의 이용객이 누가 될 것인지, 그 이용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과연 영광에서 활용할 자원이 무엇이 있는지 면밀히 분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메이커스페이스는 도시보다 오히려 시골에 더 적합한 모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적자원, 물적자원 도시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한 시골에서 능력과 자원을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광굴비, 모싯잎송편, e-모빌리티, 상사화, 먹거리 등 영광군에도 다양한 자원이 많다. 영광군의 메이커스페이스는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면서 발전해 나가는 방향이 올바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큰 숙제를 짊어진 청소년자람터 임직원들을 응원하며 오래토록 사랑받는 메이커스페이스가 만들어지길 기원한다. /임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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