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호/ 시인, 행정학박사, 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요사이 나는 저 달을 바라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딜은 바라보지 않고 손가락을 바라보며 논쟁하고 시비하고 있는 일들을 많이 본다. 보수 야당은 왜 하필이면 이 시기에 발표하느냐, 유출 경로가 어떻게 되느냐, 왜 굽은 손가락으로 가치키느냐 등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엽적인 문제를 문제 삼는다. 참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다. 문제의 본질인 달이 아니라, 문제의 곁가지나 작은 가지 같은 지엽말단적(枝葉末端的)인 일을 크게 흥분하고 떠들어서 지엽말단이 문제의 핵심, 본질인 것처럼 주객이 전도(顚倒)되는 일을 자주 보게 된다.

이렇게 본말(本末)이 거꾸로 되고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개인적인 일이나 단체 · 기관의 일에서도 있지만, 국가적인 일에서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국가적인 중대한 문제가 이렇게 잘못 흘러가게 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큰 문제로 발전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힘있는 집권셰력에게 불리한 일은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하여 집권세력들은 기자 간담회와 다른 사람들의 연출 등을 시도한다. 언론과 이미지 메이킹 등 온갖 방법을 교묘하게 동원하여 국민의 괸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어려운 곤경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고도의 정치공학적 · 전략적인 방법들이 구사된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촛불집회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위수령과 비상계엄을 계획한 문건이 공개되어서 지금 온 국민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는 1회 촛불집회가 20161029일 토요일에 열린 후 201742523차 촛불집회에 연인원 1700만명이 참여했다고 인정되고 있다. 나는 23차례의 촛불집회에 모두 참석한 개근(皆勤) 촛불시민이다. 국민으로부터 개근상을 받고도 싶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들이 시내에 나가서 최순실 등 민간인들과 국가 중대사를 논의했다는 문건이 폭로되었을 때, 문제의 본질인 문건의 내용 보다는 문건의 유출경로를 따지고 유출자를 색출해서 처벌한 사례도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그 때, 권력의 남용과 권력의 사익 추구 등의 병폐가 바로 잡혔다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터지지 않았고 촛불집회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허익범 드루킹 특검도 마찬가지다. 드루킹 특검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김동원의 경공모 회원들이 문재인 후보 당선을 위해 댓글 조작한 사건이다. 수사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인 댓글 조작과 여론 공작은 어디가고 맨만한 홍어X'이라고 지엽말단인 정의당 노회찬 의원 뇌물사건이 되어 버렸다. 특검의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로 연일 언론에 의하여 망신 주기, 봉변 주기를 당한 노 의원은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했다.

미국에 가 있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자살을 미화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라는 말도 일리는 있지만, 전 국민이 분노하는 큰 잘못과 명명백백한 범죄사실도 죽으라고 부인하고 뻔뻔한 거짓말을 하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는 비상식적인 불통의 정치인들에게 데워버리고 신물이 나는 정치판에서 자기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자기와 정의당, 진보세력의 명예를 목숨으로 기꺼이 책임지는 모습이 아름답고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이다. 나도 몇 차례 만나서 친분이 있는 노 의원의 빈소가 차려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가서 추모하고 평소 안면이 있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왔다.

이번 기무사 계엄 문건은 기무사령관이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한 시간이 5분이냐, 20분이냐 등은 문제의 본질과 핵심이 전혀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더 나은 새 세상, 나라다운 나라, 내 삶이 바뀌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고 한 겨울 언 손을 불어가며 촛불을 들었던 전 국민의 눈물어린 비원(悲願)과 열망을 장갑차와 탱크, 특수부대를 동원하여 진압하겠다는 그 발상 자체와 문건 작성 자체가 용납할 수 없는 반란(내란) 음모행위이다.

더구나 기무사는 계엄령을 합법적으로 계획하고 대비하는 부대가 아니다. 참으로 국민적인 분노와 지탄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다. 옛날 같으면, 본인의 친족, 부인의 처족(妻族), 어머니의 외척(外戚) 등 삼족(三族)을 멸해야 할 대역죄(大逆罪)이다. 댓글 공작과 민간인 사찰 등 정치개입이 상습화된 국군정보사령부, 국군사이버사령부도 이참에 확실하게 손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 소속 기무본부, 정보본부, 사이버본부로 축소시켜서 부대장은 현재의 중장이 아닌 준장이나 대령급으로 해체 수준의 대수술을 해야 한다. 이번에 우물쭈물 넘어가면 나중에 또 후회하는 큰 사건이 터질 것이다.

민주주의가 좋아서 국군통수권자요, 국정 최고 책임자이며,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네 차례나 특별지시를 내려서 특별수사단을 꾸려서 조사한다고 꾸물거리고 있다. 중대 국사범으로 관련자 전원을 긴급 체포해서 신속하고 엄중하게 조사해야 한다. 계엄 문건 작성 당시의 조연천 기무사령관은 지금 해외에 나가서 간을 보고 있는지 돌아오지도 않고 있다.

취임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국정도 잘 하고 있지만, 이번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 에 대한 대응은 너무나 잘 하고 있다. 727일에는 국군통수권자로서 청와대에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기무사가 계엄 문건을 작성했다는 자체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불법적인 일탈(逸脫)행위이다고 못 박았다. 문제의 본질을 너무도 정확히 파악하고 지적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까지 국내 문제와 남북문제도 문제의 본질과 핵심, 국정의 맥()을 정확히 짚고 잘 대응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의 지지도 높은 편이다. 경제문제는 언제나 쉽지 않은 문제이기에 속단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끝없이 개선 개혁하면서 견디고 지켜보아야 한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