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으면 은폐 몰랐으면 무능한 원전과 규제기관

최대 30cm 깊이에 철근 보이고 그리스까지 누출

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 출입은 사전허가와 방사능 검사, 수차례의 확인 및 통과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했다. 28일 오전 지난해부터 1년여를 정지 중인 4호기 격납건물에 들어가 최근 논란이 된 콘크리트 빈구멍을 직접 확인했다. 미로 같은 길을 따라 도착한 격납건물 내부 벽 철판 곳곳에는 보강재 위치를 표시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벽 곳곳에는 사다리와 디딤판 등을 설치해 철판을 잘라내고 구멍을 확인하는 좁은 작업공간을 만들었다. 구멍이 가장 심각한 곳은 높이도 높이지만 접근 자체도 쉽지 않다. 작업공간을 텐트처럼 포장으로 가린 탓에 휴대용 전등이 없으면 확인이 어려웠다. 깊이 30cm 구멍을 확인하기 위해 잘라 놓은 철판 사이로 들여다본 구멍은 깊이뿐만 아니라 가로와 세로 길이가 최대 1m가량 돼 보였다. 아직 주변 철판을 모두 뜯어내질 않아 전체 크기를 확정할 순 없었다.

특히, 이곳은 어디선가 흘러 온지도 모를 액체형 윤활류인 그리스가 발견돼 더욱 충격을 줬다. 그리스 자체가 위험한건 아니지만 원전 격납건물을 빙둘러 꽉 묶고 있는 굵은 쇠줄이 들어있는 관에서 흘러 나왔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 관은 두께 120cm 콘크리트의 중간인 60cm 깊이에 있어 균열이나 공극 크기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격납건물이 방사능 누출을 막는 마지막 5중 방어막이란 점을 들면 최악의 경우 절반까지 구멍 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이 구멍에는 자형, ‘자형 철재 보강재와 세로로 설치된 보강재가 서로 겹친 모습도 확연하게 보였다. 콘크리트 내부에 심어진 굵은 철근들까지 모두 노출돼 보일 정도로 구멍의 형태가 심각하다. 철판 바로 뒷면에 콘크리트가 채워졌는데도 그 콘크리트 뒷면은 또다시 비어있는 괴이한 형태도 있다. 기존 타음검사 만으론 공극을 전부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다른 공극이 발견된 곳은 비교적 면적은 작았지만 콘크리트를 굳게 하는 시멘트가 거의 보이질 않고 자갈만 있어 부실시공의 현장을 드러냈다. 반면, 공극으로 의심된 신호가 검출돼 철판을 잘라 냈지만 내부는 정상적인 콘크리트로 채워진 곳도 있었다. 다만, 보강재 설치에 따른 공극 의심 부위가 2,000여곳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내부는 거의 누더기 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모두 자를 경우 내부철판 구조적 안전성도 우려돼 한빛 4호기는 물론 3호까지 부실시공이란 깊은 수렁에 빠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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