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회 영광군민의 날을 기념하는 영광문화토론회가 지난 3일 영광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영광의전시예술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5명의 토론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하였다. 영광신문은 이날 토론회를 요지를 정리해 게재한다. <편집자 주>

 

영광군 전시문화 이대로 좋은가?

주제발표 / ()영광예술위원회회장 곽일순

오늘은 영광군의 전시문화를 재고해 보자. 현대사회에서 문화란 모든 삶의 방식을 포괄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이 자리서 논하고자 하는 문화는 바로 정신문화이다.

찬란했던 선배들의 흔적에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서야 문득 정신을 차려보지만 아직 좁은 샛길도 보이지 않으니 걱정과 시름이 영광 예술인들의 가슴에 앙금으로 내려앉는다. 특히 문예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분야가 전체 문예인들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시예술이다 보니 상실감은 더욱 크기만 하다. 그림 한 점 걸 곳이 없어 이웃 고을의 전시관 사정을 기웃거리는 후배들의 모습은 절망이다.

최근 인구 늘리기 사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결과는 노력을 반영하지 않는다. 귀촌 귀농을 권장하고 혜택을 주지만 문화가 없는 고장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것이 문화의 트라이포드 역할론이다. 1차가 백제불교도래지 해안도로 불갑사 관광지구 수변공원 등의 시설이라면 2차는 영광이 자랑하는 먹거리 문화이다. 물론 먹거리는 일부 과대포장이 된 면도 있다. 3차는 바로 지역의 정신문화이다.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갈 곳은 정해졌다. 시설 몇 군데와 바닷가를 둘러보고 전국의 웬만한 곳에서는 먹을 수 있는 굴비정식 한 끼 먹고 나면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영광의 찬란했던 과거 문예 부흥기를 보여줄 문학관이나 박물관 혹은 미술관이나 전시실 한 칸 없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육체는 있지만 영혼이 없는 식물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영광군이다. 이웃 고장에 비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문예인들이 부족하거나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재료는 넘쳐 나는데 비빌 솥이 없다.

문예인들이 가난한 호주머니를 털어 자생적 문화 활동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전시회는 언감생심이고 단체전이라도 한번 치르려면 방법은 축제에 붙어 실비도 못되는 경비를 받고 자존심을 팽개친 전시를 하는 것이다.

현재 영광군에는 대공연장과 소공연장이 존재하지만 전시관이나 미술관은 없다. 벽에 걸대만 설치했다고 전시관은 아니다. 공연장에서 가수를 불러오고 연극과 오페라를 즐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지역의 문예인들과 중앙의 좋은 서예가 화가 사진가 등을 초정해 즐길 장소가 없다면 반쪽 문화행정이다. 지역민에게서 문화적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다. 아이가 있는 젊은 층이 인근 도시로 빠져 나가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문화의 부재라는 것을 행정은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정신문화가 침체되면 지역의 정서는 엉망이 되고 정착하고 싶지 않은 고장이 되고 만다. 사람이 삭막해지면 모든 것이 삭막해진다.

오늘 이 자리가 필요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시관이다. 다른 시설들이 건축되는 것을 보면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다. ‘뭐가 중헌지도 모르고라는 영화 대사가 실감난다. 이제 우리 고장에도 문화예술인의 80%를 차지하는 전시 예술인을 위한 전시관 한 곳 정도는 간절히 필요하다.

마지막 부탁은 지역의 예술인들을 무시하지 말아 달라. 공자도 자기 동네에선 대우를 못 받는다고 했지만 내 지역 문예인들을 폄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들도 다른 지역에선 유명작가로 대우를 받고 있음이다. 영광의 문화 봄날을 기대드린다.

 

문학의 창으로 본 영광문화의 현주소

칠산문학 회장 고봉주

영광은 문화고을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향토문화가 잘 발달된 지역이다.

단오제를 비롯하여 서편제, 우도농악, 1인창무극 등 전국을 대표할만한 다양한 장르의 문화가 화려하게 꽃을 피운 예향이지만, 오늘은 영광에서 나고 자란 즉, 문인들은 조운, 박화성, 정태병, 조남령 등 엄청난 인물들을 배출했다.

중국의 한산사에 장계의 시 풍교야박이 있다면 우리 영광에는 조운의 시 석류가 있다. 시름에 겨워 쓴 시 한편보다는 마치 눈앞에 놓인 석류를 보고 있는 듯 생생한 명시를 보면서도 석류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지 못한 것은 우리 탓이 크다고 하겠다. 전 세계적으로 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전국의 지자체들도 앞 다투어 지역 출신 문인들을 내세운 관광지 개발이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추세이다. 심지어 지역출신이 아니더라도 지역과 연관된 소설이나 시 등이 명소를 찾아 관광 상품화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노력의 결실이 100여개의 문학관 건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영광문화의 현주소는 어떤가? 지역출신문인들에 대한 홍보와 연구는 물론이고 문인들이 문학을 통해 지역문화의 발전을 논하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공간마저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자체나 유관기관, 뜻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해 본다.

 

영광 전시예술 위기와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한국서예협회 영광군지부 사무국장 문 채 용

지역문화에서 전시예술의 위기는 심각하다. 예술의 담당주체인 작가와 행정 그리고 시장의 준비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시공간의 부재는 그나마 위축된 전시예술의 숨통을 옥죄고 있는 듯하다.

문화와 예술은 별개의 것이지만 다른 사회구성체계보다 가장 가까운 개념이다. 예술을 통해 그 사회가 문화화 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대마다 그 개념과 활동이 다를 수 있으나 시대를 막론하고 변치 않는 것은 작가의 열정과 그로 인한 사회적 질의 향상일 것이다. 그동안 모든 것이 중앙 중심이었지만 지방자치가 실현된 현대의 한국정치에서 문화예술은 당연히 지역문화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뒤떨어진 지역의 경제적 여건은 문화예술의 홀대로 나타났으나 정치적 성장은 지역문화의 기반을 새로이 조성하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목마른 전시예술분야의 기반은 지역에 새로이 자리 잡는 예술인들에게는 다소 힘든 감이 없지 않다.

영광군이 직면해 있는 예술정책의 근간은 주체자의 창작 결과와 행정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영광군민의 지속적 관심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예술인들이 참여하지 않는 각종 예술 관련 위원회는 바로 지양되어야 한다.

예술생태계의 약자로서 잠재능력이 높은 전시예술계의 가치와 역사성 사회적 공능과 예술권의 보장과 권리에 있어서도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전시공간의 위치에 관한 재고

민족미술인협회 영광지부장 박성호 

 

영광군예술의전당에는 전시관이 있다. 특이하게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저는 개관부터 전시를 했다. 그 후로 매년 개인전 단체전 한번씩 하고 있으니까 꽤 많이 했다. 보통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전시기간을 잡고 있지만 오픈식을 제외하곤 기간 동안 관람객이 열 명도 안 된다. 참 속상하다.

주변에 원인을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 높아서혹은 멀어서라고 답한다.

제 작품들이 타 지역으로 나가면 그렇게 홀대 받는 작품은 아니지만 유달리 제 고향에서만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홀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지역 예술가분들 또한 같은 고초를 겪고 계실 것이라 본다.

전시관 설립의 이유는 군민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 단순히 회화뿐만이 아니라 가죽공예, 자수, 도자기, 가구 등 나열해보면 많습니다. 그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또한 정말 많다.

솔직히 영광 예술가들 지원현황이 정말 열악하다. 그래서 젊고 유능한 예술가들이 영광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인재들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영광에 접근성 좋은 전문 전시관이 지어지면 서울에서 잘나가는 후배 동기작가들 작품도 수시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영광 전시 예술인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제대로 된 조명을 받으며 작품을 걸어보고 싶다.

 

영광문화예술의 현재와 미래

영광군청년씽크탱크대표 임세훈

영광문화예술의 가장 큰 장벽은 이데올로기 임을 알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 중 하나였기에 그 상처는 상상도 못할 만큼 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데올로기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것도 결국 문화예술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인구 1,000만이 모여 사는 서울은 인구밀집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소비문화와 놀이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영광군은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보존하려는 노력보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소비, 관광, 체육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가 외부 관광객은 늘었겠지만, 내가 낳고 자란 내 고장의 자랑스런 문화유산과 문화예술인들이 누가 있는지, 무슨 작품을 남겼는지 알지도 못한다.

왜 청년인구가 감소할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내 고장에 대한 자부심과 영광 출신이라는 자존감의 결여가 한 가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영광군의 자랑스런 문화예술을 발굴하고 지키려는 노력과 이런 산물을 영광군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미술관 건립과 문화예술인들을 존중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해주시길 바란다.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가지고 있는 자원만 믿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다 결국 망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80년이면 모든 원전이 멈추게 된다. 영광도 가동 원전이 단계적으로 줄면서 세수가 줄어들게 된니다. 영광군이 어떻게 준비하는 냐에 따라 영광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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