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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영광, 추석명절이 그립다’
정호윤/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영광읍 남천리
2018년 10월 01일 (월) 11:05:37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곧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비가 오든, 날이 쾌청하든, 일기예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는 무조건 귀향길에 오를 것이다. 고향 떠난 사람들은 도시에 살면서 사투리 때문에 호치키스로 철하듯 입을 다물 때가 많았지만, 고향에서 쓰는 사투리는 우시장에 모인 아버지들의 텁텁한 안부인사 같고 떡집 아주머니의 손길같이 편안하다.
고향의 너른 들판을 달리는 시내버스 운전사 어깨너머 흙냄새와 벼 냄새가 그립고, 사과처럼 밝은 얼굴로 고향에 내려온 시인을 반갑게 맞아주는 구멍가게 할머니가 그립고, 대목을 맞아 바쁘게 움직이는 이발사의 가위질 소리가 그립다.
추석 같은 명절은 고향이 더 그립다. 고향에 갈수 있다면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줄어들지만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면 고향은 더 큰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고향을 생각하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그리워하며 또 고향을 찾아 떠나는 것은 고향이 단순히 땅에 붙여진 지명이나 이름 때문이 아니다. 고향은 추억이기에 살아 있는 역사이고, 꿈과 애환이 담긴 곳이기에 현존하는 그리움이다.
 연어가 수 천 마일의 대해를 헤엄쳐 강의 상류로 회귀하듯 인간은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회귀본능이 있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고향에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기쁨으로 다가오지만 이미 부모가 돌아가신 분이라면 고향은 왠지 슬프게 다가온다. 그래서 고향도 부모가 계실 때 고향이지 부모가 돌아가시면 고향이 점점 멀리 느껴진다.
 그러나 고향의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 고향의 하늘, 들판, 냇가, 뒷동산, 소꼽친구들과 소 먹이던 산과 들 그리고 덩그렇게 고향을 지키는 큰 느티나무…
 이렇게 명절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고향의 소중함을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고향은 늘 그리움이다. 고향은 따뜻한 어머니의 젖가슴이고 치마폭이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고향이 있다. 첫째는 과거의 고향이다. 이것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또한 가족이 있고 일가친척의 정겨움이 있는 곳이다. 과거의 고향은 육신의 고향이기에 늘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람이 늙으면 추억을 먹고 사는데 바로 과거의 고향에 대한 향수다.
 두 번째는 현재의 고향이다. 사람은 살다가 정들면 고향이다. 혹은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비록 태어난 육신의 고향이 아니더라도 이웃끼리 정을 나누고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면 이것 또한 현존하는 또 하나의 고향이다. 그런 것 같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세 번째 미래의 고향이 있다. 이것은 죽어서 가는 고향이다. 미래의 고향은 영원히 안식 할 수 있는 고향이다. 미래의 고향은 세상에서의 수고와 고달픔을 내려놓고 맘 편히 쉴 수 있는 궁극적인 고향이다. 우리들이 언젠가 찾아갈 본향이다.
 고향이라는 말만큼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고향의 연속선상에서 고향을 살아가고 있다. 결국 인생은 도상의 나그네다. 나그네에게는 언제나 돌아갈 고향이 있다.
올 추석은 지난여름의 폭염 때문인지 곡식이며 과일이 무르익지 않았다. 하지만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은 한껏 더 설렌다. 둥근달처럼 둥근 마음으로 가족과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날이 추석이므로 찌들고 소원했던 마음을 날려 보내고 서로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명절을 맞았으면 한다.
불혹의 절반을 넘겼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부끄러운 기억, 사춘기의 아름다운 추억 등으로 잠 못 이루던 사연들이 있었기 때문일까. 추석만 되면 유년의 기억들이 보름달처럼 둥실 떠오른다. 연휴가 길어서인지 올 추석엔 대부분의 국민이 고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명실공한 민족대이동이 될 것이다.
현대사회는 메마르지만 기성세대들은 자라나는 자녀들의 감성과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 풍요로운 고향을 익히고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미 넘치고 풍요가 있고 넉넉하고 겸손이 있는 고향의 맛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등한시했던 형제자매, 친구들은 없는 지 둘러 보고 무심함을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안부를 묻고 그립다고 말하며 고향에서 만나자고 하자. 고향으로 향하는 길보다 아름다운 여행이 있을까. 고향은 생각만으로도 눈이, 가슴이, 영혼이 뜨거워지는 곳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추석 명절에 밀린 이자와 밀린 신문대금이 대수이랴,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은 환한 달빛 아래 풀벌레들과 함께 넉넉하고 여유로운 정을 나누면서 송편을 빚을 것이다. 고향을 찾지 못한 이들은 밤새 내린 이슬에 동그랗게 앉아 있고, 고향집 지붕 위로 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뜨고, 달빛의 사랑을 풍성하게 받은 박꽃이 착하게 웃는 추석 한가위. 올해는 온 세상에 둥근 정을 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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