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콘크리트 속 그리스 누유 균열 가능성 제기

조사단, 원전 측 일방추진에 반발, 은폐의혹 제보도

한빛원전 격납건물 구멍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균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한빛원전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24일 오전 1030분 군의회 4층 회의실에서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조사단 소속 실무팀과 주민참여단 등이 배석한 가운데 7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6차 회의에 따라 전문가로부터 한빛 4호기 격납건물 내부철판과 콘크리트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후속조치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다. 조사단은 지난 6월 한빛 4호기 격납건물 높이 1~8단까지를 조사해 철판두께가 5.6mm 미만이거나 깊이 8cm 이상 구멍이 나올 경우 나머지 9~15단까지 전수 조사키로 했었다. 이날 공개된 1~8단 조사결과는 콘크리트 구멍이 35, 이중 8cm 이상은 최대 깊이 38cm를 포함해 11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대 깊이 지점에서는 텐돈(쇠줄)이 들어있는 시스관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4)까지 발견됐다. 원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계속 절단하자 최대 107cm 길이의 구멍 등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전문가 측은 콘크리트 균열부를 따라 그리스가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하며 위치 파악 및 텐돈의 부식 가능성과 콘크리트 구조안전성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구멍도 문제지만 압력을 견디고 기밀성을 유지해야하는 원전 건물에 균열은 더욱 치명적이라는 게 전문가 입장이다. 내부철판 검사에서도 설계기준 두께 이하가 12곳이나 나왔으며 이중 뒷면에 콘크리트 구멍이 없는데도 부식이 나타나 나머지 구간 검사 및 원인분석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처럼 추가 문제가 발생하면서 조사단은 합의에 따라 9~15단까지 콘크리트와 철판의 전수조사 계획을 제시했지만 원전 측은 4호기 증기발생기 우선 교체 계획을 밝혀 논란이 됐다. ·구 증기발생기에 대한 조사단 활동이 진행 중인데다 증기발생기 교체는 약 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부 콘크리트 및 철판 분야 조사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전 측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시에 따라 한빛 3호기 격납건물 및 내부철판 종합점검에 들어가면서 한빛 4호기 조사결과에 따라 다른 호기 조사를 논의하기로 한 합의 위반 논란을 유발했다. 이외에도 주민 요구에는 불가 입장을 보인 원전 측이 규제기관 요구에는 교체 예정인 4호기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발견됐던 망치와 둥근 금속 이물질을 지난 9일 꺼냈다. 한빛 5호기 격납건물 내부 높이 142피트에 설치된 철골빔 볼트(22mm) 5개가 시험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러진 사실도 밝혔다. 여기에 원전과 규제기관이 조사단 활동을 앞두고 부실을 감춘 의혹을 제보한 내용 일부까지 공개되면서 이날 회의는 정부와 규제기관, 원전을 질타하는 등 대책요구가 이어졌다.

망치와 강낭콩, 텐돈과 시스관, 철골과 볼트?

#쇠망치와 강낭콩= 한빛원전은 규제기관인 원안위 요구에 따라 교체 예정인 4호기 증기발생기 내부에서 발견됐던 쇠망치와 당시 계란형으로 불렸던 둥근 금속 이물질을 지난 9일 꺼냈다. 증기발생기 제작 중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 쇠망치는 크기 4×11cm에 무게는 1.6kg이며 표면에는 용접으로 씨 성을 알리는 글이 쓰였다. 건설 현장에서 중함마라 불리며 사용하는 전형적인 쇠망치였다. 10억여원을 들여 꺼낸 금속 이물질은 크기 7~10mm에 무게 2.353g으로 강낭콩 형태로 확인됐지만 유입경로는 모른다.

#텐돈과 시스관= 원전 격납건물은 두께 120cm의 콘크리트벽으로 이루어 졌다. 건물 내부에서 바깥 방향으로 콘크리트 깊이 100cm60cm 속에는 가로와 세로로 시스관이라는 철강재 원통이 매설됐다. 시스관 안에는 가는 쇠줄들을 꼬아서 만든 굵은 쇠줄이 들어가 격납건물을 수평과 수직으로 칭칭 감고있는 구조다. 쇠줄이 든 시스관 안에는 부식을 방지하는 다량의 그리스가 들어있다. 과거 이 시스관에 그리스를 넣다가 압력을 못 이겨 터져 나와 보수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콘크리트 구멍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리스가 발견돼 원인을 찾고 있지만 누설 시스관이 가로·세로냐에 따라 최대 깊이 100~60cm 구멍이 나올 수 있다.

#철골과 볼트= 한빛 5호기 격납건물 내부에 설치된 철골빔을 고정하는 볼트(22mm) 5개가 압력을 견디지 못해 부러져 나갔던 사실은 주민참여단 추궁 과정에서 밝혀졌다. 철골빔은 격납건물 내부 대형배관 등 주요기기 등을 지탱하는 보 역할을 한다. 이 빔은 지진 등에 흔들려도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홀을 뚫어 중앙에 볼트를 채우는데 30개소가 한쪽으로 쏠리는 등 설계 기준에 벗어난 상태였다. 볼트 위치가 한쪽으로 쏠리면 지진 등에 의해 파단될 수 있다. 때문에 해당 부위에 자형 보강재를 설치해 기능을 유지할 방침이다. 원전 측은 원전내부 압력을 가하는 종합누설률시험 등에 의해 볼트가 부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중대사고도 아닌 시험 과정에 부러졌다는 점은 새로운 논란거리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