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이 법성진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신청하기 위해 지난 5일 오후 2시 법성면 커뮤니티센터 2층 회의실에서 역사·학술적 보존가치 등 활용 계획을 담은 주민공청회를 개최했다. 본지는 법성진의 역사적 가치와 활용계획 등의 요약본을 게재 한다. <편집자 주>

 

법성진의 역사적 가치 국가지정문화재로 충분

행정·경제 시설인 조창과 군사·국방시설인 수군진 역할

영광 법성진(法聖鎭)은 법성 지역에 구축된 조선시대 수군행정구역으로 늦어도 조선 태종 8(1408)부터 조창을 방비하기 위하여 수군만호의 지휘 아래 수군 상비 병력이 배치되었다. 중종 7(1512)에 영상창이 폐지되고, 법성진으로 전라도 28개 군현의 세곡이 모이면서 이곳을 방비하기 위해 중종 9(1514)에 법성진성을 쌓았다. 현재 남아있는 성벽의 길이는 동벽 약 75m, 북벽 약 260m, 서벽 약 125m, 남벽 약 10m로 총길이는 약 470m이지만, 정밀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통해서 볼 때 전체길이는 약 1,200m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성진은 18~19세기 제작된 해동지도, 지승, 광여도, 여지도 등에서 확인되며,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대전회통 등의 사료에서도 다양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법성진은 법성면의 중심임과 동시에 면민의 큰 관심을 받아온 곳으로, 현재 법성진성이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지만, ‘진성이라는 부분적인 유적보다 법성진이라는 기구와 시설, 공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공간적인 범위를 더 넓혀 국가 사적으로 지정해 합리적으로 보존·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은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크고, 그 시대를 대표하거나 희소성과 상징성이 뛰어날 것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법성진의 경우 학술대회와 다수의 전문가 자문을 통해서 볼 때 이를 충분히 충족시킬만한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법성진은 고대 이래 대표적 서해안 포구인 법성포의 자연지리를 이용하여 설치한 행정·경제 시설인 조창과 군사·국방시설인 수군진이 함께 공존하는 곳으로, 그 역사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즉 법성진은 칠산바다로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지나는 곳으로 서해안의 군사적 주요거점이면서 도서지역의 행정 치소로서의 기능도 수행함과 동시에 조창을 방비하고 조운선을 호성하기 위하여 군사가 주둔했던 곳이었다.

이와 같은 법성진의 역사성은 조선시대 조창과 수군진에 대한 타지역과의 비교연구 등을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각 수군진간의 기능적 유사성과 차별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법성진의 입지적 중요성이 첨사진의 승격, 독진으로 분할, 전라우수사의 관할에서 일정부분 독립운영이 가능케 한 영향 등 여타의 수군진 운영과 다른 차이점을 비교하고, 이를 통해 당시 국방정책에 있어 법성진만의 특수성을 조명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성과는 거시적으로 조선시대 경제, 군사 등의 정책과 제도연구에 대한 연구까지 확대될 수 있어, 법성진이 가지는 학술적인 가치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타지역과 구분되는 역사성과 학술적인 가치는 곧 시대 대표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성창은 영산창이 폐지된 후 전라도 28곳의 전세(田稅)를 수납하여 한성의 경창으로 운송하는 조선시대 대표적 조창시설이었다. 효과적인 운영과 방비를 위해 법성진성을 쌓았고, 정종 13(1789)에는 독립된 진으로 분할운영 했다는 것은 법성진의 위상이 다른 지역의 수군진에 비해 특별한 측면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법성진이 가지는 희소성은 조창과 수군진, 진성이 함께 남아 있다는 것이다. 법성진 숲쟁이(국가 명승 제22) 등 자연생태 문화경관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법성포 단오제(국가 무형문화재 제123)와 같은 무형문화유산이 전승되며, 전국 유일의 조기파시 문화가 이어지는 점 등 역사적 유·무형이 함께 전하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조선시대에 법성진은 전라도지방 28곳의 세곡을 모았으며, 이를 안전하게 한양까지 운반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었다. 이를 위해 수군을 주둔시켰고, 방어시설로 법성진성도 쌓았으며, 조기파시로 대표되는 풍요로움 속에서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싹트고 또 뿌리내렸다. 이는 법성진이 가지는 역사·학술적인 가치, 시대대표성, 희소성을 말해주며, 이러한 사실이 곧 조선시대 조창의 역사와 수군진을 동시에 상징할 수 있는 곳이 법성진임을 알려주고 있다.

 

법성진 체계적인 복원 및 다양한 활용계획 필요

영역설정, 보존·복원, 활용방안 등 3대 과제

유적의 정비계획은 유적이 가지는 가치 보존과 유적의 보존·관리 활용을 위하여 지향해나가야 할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체계적인 정비계획을 토대로 단계별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문화재의 가치 보존을 우선으로 하며, 주민들의 문화재 향유권 신장과 역사교육 및 관광자원을 연계하여 전통문화의 독창성 확립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가치를 기준으로 영광 법성진 또한 유적이 지니는 가치를 보존한 바탕 아래 현실적으로 지속가능한 복원 및 보존, 정비, 활용을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비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가 병행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법성진과 법성진성에 대한 보다 명확한 영역설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법성진성은 2000~2001년 시굴조사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정밀지표조사와 시·발굴 조사가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성벽의 대략적인 규모가 밝혀졌으며, 성안의 부속시설에 대한 위치 또한 추정이 가능해 졌다. 하지만 아직 상동문을 제외한 나머지 문지에 대한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으며, 내부 부속건물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되지 않아 성벽과 성내부에 대한 지속적인 시·발굴조사를 꾸준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학술성과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보존·복원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문헌과 사례조사를 통한 법성진 공해 건축물 배치와 형태를 추정해 내부 건축물에 대한 명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건축물 복원이 진행돼야 한다. 1872년 법성진지도 등 고지도와 1915년 일제 강점기 지적원도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원래 배치된 구조에 가깝게 하며, 기존에 복원된 타 지역 건축물의 사례를 참고해 최대한 과거의 모습을 그려내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성벽 역시 잔존한 성벽과 발굴된 기저부를 바탕으로 원형에 중심을 둔 복원이 진행되어야 하며, 문지 또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함과 동시에 실생활에 활용 가능한 방향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법성진의 활용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타지자체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법성진만의 특성에 맞는 읍성 활용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법성진에서 시행할 수 있는 진성 활용 프로그램은 영광의 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한 의식주 체험, 생활과 예절체험, 공연관람, 민속놀이, 공예체험, 관아체험 등 크게 6가지를 구성해 볼 수 있다. 의식주체험은 우도농악과 단오제 복색 입기, 맹감잎떡, 모싯잎송편과 굴비 먹기, 한옥 민박, 조기집 민박, 일본식 가옥 민박 체험하기 등이 있다. 생활과 예절체험은 당산제, 산신제, 용왕제, 단오제례 등 법성포 단오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공연체험은 만호(동첨절제사) 부임행차, 해운판관 집무행차, 법성진 취타 등 수군진과 관련된 공연이 가능하다. 민속놀이는 칠산어장놀이, 창포머리감기, 씨름, 부적붙이기 등 다양한 전통놀이가 가미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공예체험으로 법성진성에서 발견된 각자성석 제작과 탁본을 제작하고, 단오제의 시작을 알리는 난장기 제작과 수군들의 모습을 담은 수군기를 제작하는 체험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관아체험은 타지역과 다르게 수군을 테마로 한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각종 활용프로그램과 병행해 읍성 성곽과 내부를 활용한 다양한 탐방로도 개발할 수 있다. 복원된 법성진의 성벽을 둘러보는 법성진성 둘레길이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숲쟁이 둘레길을 조성할 수 있으며, 자연생태 탐방코스로 와탄천과 칠산바다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조창과 수군을 테마로 박물관을 설립하는 것도 법성진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다.

문화재는 단순히 머물러 있어도 아름답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고, 주민들의 문화생활 향유에 큰 도움을 줄 때 그 가치는 곱절이 될 수 있다. 법성진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하고, 국가의 지원 아래 꾸준한 학술성과를 축적함과 동시에 체계적인 복원이 진행된다면,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법성진이 영광군 최고의 관광명소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 영광군 문화교육사업소 정동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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