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난립 출혈경쟁, 무분별한 브랜드 개발

무게·개수·가격·재료 등 꼼수로 소비자 우롱

명품화를 지향했던 영광모싯잎송편 산업이 업체 간 출혈경쟁과 행정의 부실한 정책으로 기울고 있다.

영광지역의 유명 모싯잎송편 업체 10여곳을 지난 13일 방문한 결과 이 같은 문제는 현실로 나타났다. 수년전 영광군이 30억원 규모의 모싯잎송편 명품화 사업을 통해 개발한 공동브랜드 모시루를 사용하는 곳은 1곳뿐이었다. 대부분이 모시루 브랜드를 경쟁 떡집 정도로 알고 있었다. 이미 폐기된 동부가 통째로 들어 있는 모싯잎 송편브랜드 마크는 용도도 모른 채 박스에 인쇄돼 사용하고 있다. 명품화와 큼지막한 영광송편만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조례까지 만들어 송편 1개 무게를 60g으로 통일했지만 지키는 곳은 몇 안됐다. 한 상자에 1만원 하는 송편을 경쟁적으로 팔다보니 25개를 담은 곳 20개를 담은 곳 제각각이다.

특히, 최근에는 영광군이 영광산 모시와 쌀, 동부로만 만들어야 인증하는 지리적표시제를 시행하며 영광모싯잎송편명칭 자체를 브랜드화 했다. 새로운 마크와 콩돌이란 캐릭터까지 개발됐다. 미얀마 등 수입산 동부를 사용하는 제품과 차별화 전략이다. 하지만, 연간 3억여원의 보조금이 투입되는 영광산 동부는 특정 단체 소속업체에만 공급되다보니 급기야는 영광송편이 국산이냐 수입산이냐 하는 내부 경쟁까지 유발하고 있다. 실제, 수입산만 판매하는 영광지역 상위급 A업체는 국산 동부 제품 맛이 최악이라는 충격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반면, 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국산이 훨씬 더 맛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산 동부를 재료로 할 경우 판매가를 3,000~5,000원가량 높여 차별화하기로 했지만 수입산과 같은 1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송편 개수를 줄이거나 한 개당 무게를 줄여 개수가 많게 보이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업체 간 가격을 비롯해 개수, 무게, 재료를 둔 공격적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떡시장은 그대로인데 업체 수는 포화됐고 쌀값까지 오른 상황은 이를 부채질 하고 있다. 명품화를 통해 영광산 쌀과 모시, 동부를 생산하는 1차 산업을 2차 떡가공 및 유통 산업으로 연계하는 긍정적 전략은 무분별한 브랜드 및 경직된 제도로 매출정체, 업체 및 재배농가 감소 등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영광군 관련부서 관계자는 영광 동부 등 모든 재료를 영광산으로 제품화해 지리적표시제를 시행한 것 만해도 성공한 것으로 본다며 특별한 위기 의식을 느끼진 못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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