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모 방송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음주공화국이라고 했다. 좋지 않은 단어에 공감이 간다. 특히 지난 9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교차로 인도에 서 있다가 만취운전자의 자동차에 치여 46일 동안 사경을 헤매던 윤창호씨가 숨지자 음주운전의 폐해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윤창호 법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음주운전 가중처벌의 기준과 음주수치 기준을 강화하는 일부개정안은 처벌 기준을 현행 3회에서 2회로 바꾸고 음주수치 기준을 현행 최저 0.05% 이상 ~ 최고 0.2% 이상에서 최저 0.03 이상 ~ 최고 0.13 이상으로 강화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살인죄에 준해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현재의 1년 이상 유기징역을 사형이나 무기징역 혹은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개정안이다. 하지만 음주운전과 관계가 없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강화되었다는 개정안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사고의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에 걸쳐 255,592건이 발생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음주운전사고는 총 19,517건이었다. 사망자는 439명이고 33,364명이 부상을 입었다. 단속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상태는 심각하다. 여전히 음주운전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통계를 보면 요즘의 음주운전은 젊은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4.2%에 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망자 수와 치사율은 20대가 가장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동차 보험료도 20대가 가장 높게 책정이 되기는 하지만 통제 되지 않은 이성에서 기인한 폭주(暴酒)가 부르는 폭주(暴走)는 많은 사망 사고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음주운전의 재범률은 자그마치 40%를 넘나든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11년간 음주로 3번 이상 적발 되어 면허가 취소 된 사람이 1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어차피 음주운전은 하는 사람이 다시 한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3진 아웃제의 무용론이 대두 되었고 2진으로 개정안이 제출되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처벌 수준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알코올 농도를 조금 낮춰 단속을 한들 무슨 큰 효과가 있겠는가 하는 심정이다. 이웃 앞서가는 국가의 처벌을 보면 상당히 엄중한 것이 바로 음주운전이다. 왜 우리는 유독 음주운전에 관대한 것일까. 아마 우리 민족의 술은 음식이라는 고유 풍속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분류는 음식일지 모르지만 효과는 마약이라는 말이 있다. 인체에 투입되면 가장 먼저 이성을 관장하는 뇌를 마비시킨다는 점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인성에서 이성만 빼도 이미 심각하지만 육체의 제어까지 더해지면 운전대는 이미 살인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알코올의 중독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최종 치료소도 정신병원이다. 특히 음주를 하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의 재범률이 40%대를 넘는다는 사실은 강한 중독증에 다름 아니다. 여기엔 변명이나 합리화가 있을 수 없다.

윤창호 법만으로 우리의 뿌리 깊은 음주운전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솜방망이다. 법리는 모르지만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게 하면 미필적 고의로 다스려야 하고 상해를 입히면 살인미수의 미필적 고의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당한 사람은 억울하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괴리가 있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 운전 범칙자들을 대거 사면해주는 관습은 최악이다. 음주운전자는 반드시 사면에서 제외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벌칙이 강화 된다면 음주운전은 현저히 줄 것이다. 적발이 되어도 그저 운이 없어서 걸렸고 단속 정보를 몰랐음을 탓하는 양심에게 더 바랄 것은 없다. 처방은 강력한 처벌 외에는 없다.

1년 중 음주가 가장 많은 계절은 11월과 12월이다. 오랜 지인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술 한 잔 나누는 것도 좋지만 술잔을 잡은 손으로 운전대를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나의 즐거움을 위한 알코올 한 잔이 누군가의 가정을 파괴하고 자신의 식구까지 파멸로 몰아갈 수도 있음을 꼭 기억하자. 이는 처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 양심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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