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사회복지법인 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교육에 참석했다. 강의 말미에 질문 있느냐는 강사의 물음에 나를 포함한 피교육생이 묵묵부답이다. 머쓱해진 강사가 교육내용 전달이 잘 된 것으로 안다면서 강의를 마쳤다. 교육장이나 강의장에 들어서면 앞자리에 앉는 걸 피한다. 강사가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한다거나 아니면 내가 질문에 벗어난 답을 한다든지 하면 창피할 노릇 아닌가라는 생각에서다.

어린아이들의 질문에는 끝이 없다. 황당하면서도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들까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인지 대답을 하다보면 지치기 일쑤다. 그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이것저것 일부러 물어보기도 하는 것 같다. 몇 차례는 답변을 해 주다가도 질문이 길어지면 오늘은 그만!”, “있다가 하자”, “자 다른 것 해 볼까?”라며 회피하려 한다.

유대인의 교육법 중심에는 질문하기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어머니의 질문교육이다. 유대인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왜 그렇게 생각하니?” 이러한 질문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아이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형성된다고 한다. 또 하나의 교육법은 하브루타 교육이다. 1:1로 짝을 지어 질문하고 답하면서 토론하는 공부법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대인들이 성공한 이유가 이 교육법 덕분이라고까지 말한다. 질문은 어디에 집중하고 또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정해주고 그 대상에 대해 앎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질문하는 사람들에 대해 또 나선다, 어른에게 따진다등 부정적 견해로 보는 경우가 많다. 공개된 곳에서 아이들이 곤란한 질문을 한다고 치면 야단맞기 일쑤다. 성인이 되어도 사회적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직장에서 상사가 말하면 예 알겠습니다.” 너무 익숙한 말이다.

학교수업에서 질문이 없는 나라 중에 단연 우리나라가 손꼽힐 것이다. 2014년 박근혜전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기자회견으로 모두발언은 17, 질의응답은 63분이었다. 헌데 이 기자회견의 질문과 답변 모두가 각본대로 짜인 연출이었다. 상사에 대한 예우가 우선인 분위기, 질문이 이런 수직적 관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질문이 많으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경험 많은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 시간이 단축되고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데, 질문이 이런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같은 환경이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도로시 리즈가 지은 질문의 7가지 힘이라는 책에서 질문하면 답이 나온다, 생각을 자극한다, 정보를 얻는다, 통제가 된다, 마음을 열게 한다, 귀를 기울이게 한다, 스스로 설득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질문의 과정을 통해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 대안은 있는지 계속 체크해야 한다. 지금처럼 빠른 변화의 시대에는 계속 던져지는 질문들이 창의성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에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문화가 있는 학습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생 딸 아이도 조별학습과제를 준비해 발표하는 시간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변화가 있기는 하다.

질문에는 맞고 틀리고가 없으므로 좋은 질문을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떠한 질문도 수용하는 사회가 되려면 예.. 하기 보다는 왜요? 질문 있습니다!라며 손을 번쩍 드는 습관을 지금부터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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