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며칠 전 백석역에서 지하에 매설된 온수관이 터지는 황당한 사고가 있었다. 곳곳에서 지반 침하를 동반한 뜨거운 물이 솟구쳐 올랐고 뉴스를 내보내는 TV화면이 재난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결과 1명이 뜨거운 물에 온몸 화상을 입어 숨졌고 2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사과문을 전하며 웃었다는 이유로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사고 피해 규모를 줄여서 발표했다는 비난까지 더해지자 일산 지역 주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황창하 사장은 이번 사고로 인근 아파트 4개 단지의 28백 여 세대에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고 했지만 일산 주민들의 말은 달랐다. 4개 아파트뿐만 아니라 백석역과 제법 먼 지역의 대화, 강선마을, 장항동, 덕양구 화정까지 난방 온수가 끊겼다는 것이다. 밑에서 올라온 축소 보고를 확인하지 않고 발표를 했을 것이다. 전형적인 한국 오너들의 모습이다.

최근 큰 사건 사고를 보면 도시형이 많다. 대형 화재와 건물의 붕괴, 가스 폭발 등 이른바 도시형 사고들이다. 참고로 범죄로 가장 위험한 나라를 검색해 보니 다행히 우리나라의 도시 범죄율은 타국과의 비교로 보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2017년 멕시코 Citizen Council for Public Security가 발표한 인구 3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위험한 50개 도시의 결과를 보면, 무려 42개 도시가 라틴 아메리카였고 브라질은 17, 멕시코는 12, 베네수엘라는 5, 콜롬비아는 3, 온두라스는 2,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 그리고 자메이카는 각 1개 도시다. 베네수엘라는 카라카스가 1(10만 명에 120명 살인) , 마투린이 5(10만 명에 86명 살인)를 차지해 톱 52개 도시가 들어가 있어 가장 위험한 도시를 2개나 보유한 나라로 등록이 되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2~3명 범죄 살인 비율이니 상당히 양호한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범죄율이 아닌 사고와 사건 비율로 보면 결코 낮지 않은 통계를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밀집 도시형 천재 혹은 인재 사고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와 서울의 사고율은 단연 전국 최고다. 그만큼 수도권이 안고 있는 산업형 위험은 극심하다. 지하철과 전철, 가스 폭발, 대형 상하수도 파손, 대형 화재, 단전 등 대형 사고는 거의 대도시로 몰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진 등의 천재지변에도 대도시는 취약하고 위험하다. 반면 시골은 모든 것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롭다. 땅 밑으로 가스관이 지나지도 않으며 고온의 온수관도 지나지 않는다. 지진이 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대형화재도 전철 사고도 없다. 전쟁은 없겠지만 적의 폭격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영광군의 인구는 1968년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심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16만 명을 훌쩍 넘겼던 인구는 현재 6만이 무너졌다. 당시 생활고를 탈피하기 위해 직장을 찾아 서울로 향했던 인구의 절반만 다시 고향을 찾아도 풍요로운 영광으로 되살아나겠지만 돌아오는 인구보다 빠지는 인구가 아직도 많은 실정이다. 대도시의 번잡함과 위험을 싫어하는 입장에서는 이해가 힘들지만 나름대로 귀향을 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요즘 민족 최대의 해결 과제로 떠오른 것이 미세먼지다. 언론의 방향은 중국발이라는 세 글자로 몰아가지만 더 심각한 것은 자체 미세먼지다. 우리나라 대도시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형 스모그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도시의 자동차 분진과 배기가스는 기류를 타고 청정한 시골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좁은 한반도라는 표현을 쓰지만 인구 비례 땅의 넓이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단지 도시로 인구가 심각하게 몰려 있을 뿐이다. 은퇴를 하고 여생을 즐기기엔 시골이 최고라는 것을 알지만 정작 용기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한가로운 여생을 위한 낙향은 도시의 인구밀도를 줄이고 그만큼 도시형 위험성까지 줄여 준다는 사실을 조금은 사명감으로 받아 들여도 될 것 같다. 도시형 대형 사고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시골에 여유로운 녹지 공간을 잔뜩 남겨두고 숨 막히는 대도시에 모여 한반도는 땅이 너무 좁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 시골이 오히려 복지가 잘 되어 있음은 물론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 졌고 도시 못지않은 소득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위험한 도시에서 숨 가쁘게 살아야 하는 현실이 싫다면 마지막 남은 용기로 고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도시의 해체는 미세먼지까지 해체 시킨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