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다시 12월 중순이다. 시간은 사정없이 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시대적 틈바구니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살았던 개띠 세대가 회갑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무술년 생을 중심으로 상하 십년 터울은 베이비붐의 중심이었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인이었으며 부모를 모시고 산 마지막 세대다. 여기에 더해진 것은 배고픈 시절 어렵게 키웠던 자식들이 생산한 손주들까지 다시 양육을 맡아야 하는 세대의 시작이 되었다. 물론 자신들이 겪었던 생활의 고단함과 아픔을 자식들에겐 물려주지 않으려는 진심에서 기인한 자초겠지만, 한 걸음 물러서 들여다보는 자신의 삶이 오직 가족을 위한 희생과 봉사만 남아 있다면 슬픈 일이다. 물론 거기서 보람을 찾는 사람은 열외다.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든다 함은 서양 속담으로 ‘Wag The Dogs’이다. 우리 식의 사자성어로 풀면 주객전도(主客顚倒)가 된다. 본말전도(本末顚倒) 역시 사물의 순서나 위치 또는 이치가 거꾸로 된 것을 뜻하니 비슷한 말이다. 물건을 사면서 본 상품보다 사은품이 욕심이 나서 구매하는 경우에 해당 된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상권은 오프라인 가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슬며시 끼어들기 시작한 온라인 점포가 전국의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오프라인 점포를 흔들고 있다. 전국의 상가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이 내 손 안의 작은 핸드폰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이른바 엄지족의 소비자 대란이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의 폭풍성장으로 인해 국내 소매판매의 20%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2010년 이후 불과 7년 만에 2배 이상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상반기의 모바일 쇼핑 비중은 전체 온라인의 61.6%를 차지한다. 은행 업무 역시 모바일 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이제 세상은 작은 핸드폰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이미 온라인 영향력은 거대한 본 시장을 흔드는 데 부족함이 없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다중 매체에서 1인 매체로 옮겨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른바 1인 방송이 대세다. 신문은 SNS에 의해 위협을 받고 방송은 1인 미디어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요즘 지상파 방송들이 1인 방송을 인용하는 모습은 이미 희귀한 모습이 아니고 익숙해졌다. 정치인과 방송인 혹은 학자와 기자들이 YouTube를 통해 소통을 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방송의 질이다. 하나의 사건이 터지면 거짓말 뉴스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여과 없이 대중에게 노출이 된다. 특히 영상과 문자에 종교 비슷한 신뢰성을 갖는 노년층 유튜버들에겐 상당히 치명적이다. 거짓으로 분열을 노리는 무리들의 상식을 벗어난 가짜 뉴스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우리에겐 때로 역발상이 필요하다. ‘Wag The Dogs’를 우리 삶에 대입해 보는 것도 지혜다. 사회적으론 을이 갑을 흔드는 형태를 구성해 보고, 생활에선 큰 인생의 그림을 소소한 주변의 행복에서 찾아보는 방법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연초에 소확행가심비를 말했다. 소확행은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심비는 가성비에 마음의 만족을 더한 플라시보 소비를 말한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제어함이다. 먼 곳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잡기 위해서 허덕일 것인가 아니면 주변에 산재한 작은 행복들을 느끼며 현실을 즐길 것인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인생 전반의 큰 그림을 좌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때로는 사은품에 목숨을 거는 소박한 소비의 가심비와 작은 취미에서 인생의 기쁨을 얻는 주객전도가 필요한 세상이다.

연말인 관계로 사건사고 뉴스를 음주가 주도하고 있다. 하루에 음주에 두 번이나 걸리는 해프닝이 있었고 3진 아웃으로 이미 면허를 상실한 운전자가 단속에 걸려 6Km를 역주행까지 하며 달아나 위험한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20%의 범법 민심이 주가 되어 국회를 매번 마비시키고 민생법안은 산처럼 쌓여있다. 적어도 정치에선 꼬리가 몸통을 흔들면 안 된다. 민주주의란 백성의 뜻이 정치인을 흔드는 것이다. 사회적 정의란 개인의 정치관이나 당리당략이 아니다. 몸통인 백성의 대의가 사회적 정의다. 2018년 무술년 개띠 해는 이래저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해가 되었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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