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한국정책연구원 이사,한국선거연구소 광주전남본부장

들어가며

다가오는 3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조합장선거는 전국 1,350여 선거구에서 치러지지만 인천시 유권자 수와 비슷한 약 250만 명의 조합원만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거의 결과가 국민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느 공직선거에 못지않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민생에 미치는 체감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먼저 조합장선거의 지난 과정과 조합장의 지위와 역할을 살펴보면서 조합의 실태와 향후 과제를 알아보자. 다음은 위탁선거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통해 조합장선거제도의 개선 방향을 알아본다. 끝으로 이번 선거도 기존 ''로 치러진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 시점에서 실효적인 선거의 전략과 전술을 제시해 본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의 전사(前史)

조합장 임명제(1961~1988)

지금은 시중은행의 하나인 NH의 녹색이미지로 각인된 협동조합(농협)의 역사는 20세기 초 대한제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미군정, 자유당 집권기를 거치면서 부침과 명맥을 이어온 농협이 거의 지금의 골격으로 만들어 진 것은 5.16쿠데타 직후 군부에 의해서다. 군부는 농협과 농업은행을 합병시켜 신용사업이 주도하는 기형구조를 만들고, 협동조합의 생명력인 자율과 민주성을 거세하고 관제화하여 농협을 말단 정책집행기관으로 만들었다. 이후 1989년 조합장 선출제가 실시되기 전까지 조합장은 정권에 의해 낙점된 중앙회장에 의해 재임명되던 자리였다.

조합장 직선제(1989~2004)

전사회적 민주화의 흐름을 타고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2005년 위탁선거가 시행되기 전까지 조합장선거는 혼돈의 시기였다. 조합별로 각기 다른 정관에 의해 직선제와 간선제가 뒤섞이고 임기도 달라서 선거 시기도 제각각이었다. 지방선거 초기 주로 관선단체장 출신 후보들이 민선단체장에 대거 당선되었듯이 조합장도 선거라는 요식절차만 거치는 '전관예우'가 비일비재했다. 제한된 소수 유권자와 농어촌 고유의 연고문화를 기반으로 대가성 향응과 금품 수수가 관례화 되었다. '돈선거' '경운기선거'라는 자조 섞인 비아냥과 '오당사락(5억을 쓰면 당선, 4억을 쓰면 낙선)'이라는 상징적인 사자성어까지 생겨 난 시기가 이 무렵이다.

의무위탁선거 실시(2005~2014)

2005년부터 농업협동조합법 등 해당 법률과 규정에 따라 조합장선거를 선관위에 의무적으로 위탁관리를 하게 된다. 그 결과 과거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고질적인 금품, 향응, 허위, 비방 등을 근절 수준까지 차단하진 못했고 '조합장선거=불법, 부정, 혼탁'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했다. 선거가 각 조합의 개별 법률에 의해 관리되고 세부규정이 시행령 등으로 정해져 있어서 위반을 해도 처벌이 불가능했다. 선관위 위탁관리의 필요성은 입증되었으나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법률이 없는 조건에선 선거관리의 한계도 분명했다.

전국동시선거 실시(2015~현재)

무엇보다 조합마다 제각각이었던 조합장의 임기를 일치시켜 동시에 선거를 실시하는 것과 효과적인 관리와 단속, 처벌을 위한 법률적 근거가 체계적인 선거관리를 위한 필요조건이었다. 이에 2014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을 전면 개정하고, 2015311일 사상 최초로 선관위 관리 하에 전국 1326개 조합(농축협 1,115, 수협 82, 산림조합 129)의 조합장을 동시에 선출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되었다. 이 제도 또한 성과와 더불어 문제점도 많아서 최근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아직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조합장의 지위와 역할

공식적으로 조합장은 지역농협을 대표하며 업무를 집행하고 이사회와 총회의 의장이며 직원의 임면권을 행사한다. 또한 중앙회의 대의원일 경우 중앙회장 선거권이 있다.

이와 별도로 농어촌 일부 지역에선 관행적인 기관장모임의 구성원이 되기도 한다.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르는 조합자산의 크기에 따라 지역사회에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갖는다. 연봉, 성과급, 판공비, 활동비 등에 따라 연간 1억 원 안팎의 개인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른 공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 시민단체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덧붙여 연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겉으로만 봐선 당선만 된다면 이만큼 권한이 막강하고 안락한 선출직도 없다.

하지만 농협의 현실과 조합원의 요구를 직시하는 조합장이라면 마냥 편히 앉아서 즐길 수만은 없는 자리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공통과제가 조합장이 지역사회의 경제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경제사업 활성화:조합장은 무엇보다 조합원을 조직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질 좋은 농자재를 싸게 공급하고,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주는 경제사업을 잘해야 한다.

농촌고령화 대비:지금 추세라면 2030년 조합원 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단기적인 배당수익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근본적인 지속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조합운영의 민주화:사업계획 수립, 운영에 조합원 참여 보장, 조합 운영의 투명한 공개, 구매, 판매사업 혁신, 영농지도사업, 협동조합교육 강화 등을 통해 조합원이 조합 발전의 주체가 될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농협 혁신:구조적으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상실된 도시농협은 신용사업 외에 다른 발전대안을 찾아야 한다.

품목조합 활성화: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농업구조의 변화와 조합원 요구에 따라 농협도 맞춤형 조직이 되어야 한다.

농협중앙회 개혁:대의원 간선제로 퇴행한 중앙회장 선거를 조합장들에 의한 직선제로 환원하는 것부터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조합장선거는 위탁선거법에 의해 치러진다. 공직선거에 익숙한 후보자와 유권자에게 상식적인 도 위법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깜깜이선거'라는 것이 공통적인 평가이고 2015년 선거 직후 농업계 원로인 최양부 선생은 '3불선거'라고 표현했다. 부정선거 불투명선거 불공정선거였다는 것이다. 부정선거라는 것은 줄어들 긴 했으나 금품, 향응의 약발이 여전하다는 것이고, 불투명선거는 후보자와 정책, 공약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불공정선거는 ''이 현역 조합장과 조합 임직원 출신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당시 조합장선거에 관심 있는 거의 모든 사람, 단체가 이구동성으로 제도개선을 외쳤다. 개선의 방향은 대체로 공직선거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큰 갑론을박 없이 형성된 공감대가 최근 국회에서 위탁선거법 개정으로 모아졌으나 정기국회는 허망하게 막을 내려 버렸다. 아직 임시국회의 여지는 남아있으나 지금으로선 이번 선거도 현행법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위탁선거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승용 의원(민주평화당)이 발의한 위탁선거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후보자 외에 배우자(배우자가 없는 경우 후보자가 지정한 1)의 선거 운동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선거운동 60일 전부터 예비후보자 도입 조합 행사장에서 정견 발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허용 후보자 초정 대담 토론회 개최 선거기간 중 후보자는 조합원 구성원이 참석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공직선거에선 거의 허용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선거공보 증면(4p8p)과 불법행위신고포상금 증액(13)한 것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개정안의 거의 모든 내용은 '3불선거'를 방지하자는 것인데, 불법을 조금위축시키고 후보자 정보를 약간더 제공하는 것 외엔 변화가 없다. 특히 농업인 출신 도전자 후보의 입장에서 볼 때 '기울어진 운동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의 선거전략과 전술

우여곡절과 논란을 뒤로하고 선거는 눈앞에 닥쳐왔다. 선거는 현실이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선거가 약 10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앞으로 남은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알아본다.

선거전략

투표 당일까지 유지해야 할 선거운동의 기초 설계다. 후보자의 사정에 따라 더하고 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기초 설계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아예 없거나 중간에 변경하는 것 보다 선거자원을 활용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아래 사례들은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선거 전략의 원칙이고 후보자들은 나름대로 개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선거의 시작과 끝은 조직을 만드는 것, 후보는 조직()을 만들고 조직은 표를 만든다. 전문가에게 맡길 선거실무와 지지자에게 맡길 선거운동을 구분한다. 데이터, 통계, 과학을 신뢰하고 육감과 미신을 배제한다. 메시지와 이미지는 시종일관 일치해야 한다. 목표는 진취적으로 성과는 보수적으로 계량화한다.

선거자원의 활용

선거전략이 설계도라면 선거자원은 당선이라는 완공을 하기 위한 주요자재명세표다. 조합장선거 전문가로 저명한 한국선거연구소 남대니 소장은 주요 선거자원의 중요도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가족(배우자)의 협조/20 선거자금/20 유권자데이터/15 조직()/15 유권자 성향분석/10 후보인지도/10 선거전략/10

지금이라도 후보자는 자신의 자원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균형 있게 안배 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주요 선거전술

남대니 소장이 제시하는 조합장 선거의 주요 전술과 당선기여도(%)는 다음과 같다. 후보자 기본활동-애경사 관리/20, 연고 관리/10 온라인 인지도 관리-생일문자/5, 카톡/20, SNS/10 공식선거운동-문자메시지, 공보 등/20, 투표 당일 대응(참관인, 수송 등)/5 기타(여론조사, 자서전 등)/10

여기에선 선거 현장에서 실제 체감하는 금품, 향응 같은 결정적 변수나 평판 같은 고정적 상수는 논외로 한다. 금품, 향응 등은 당선 뿐 아니라 낙선에도 결정적 요소가 되고, 수십 년 간에 걸쳐 형성된 평판을 2개월 선거운동으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맺음말

지역농협의 목적을 규정한 농업협동조합법 제13조는 이렇게 되어있다.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여,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

또한 조합의 최대 봉사 원칙을 규정한 동법 제5조엔 일부 조합원이나 회원의 이익에 편중되는 업무설립취지에 반하여 영리나 투기 목적의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허점투성이 선거법 하에서 치러진 2015년 선거에서도 조합장의 교체율은 거의 절반(47%)에 육박했다. 또 현직 조합장이라고 모두 교체대상으로 싸잡아서도 안된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공히 위 조항을 출마의 명분과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선거에 임해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협동조합과 농어촌의 더 나은 미래로 가는 두 번째 발자국을 뚜렷하게 남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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