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현/ 시인/ 영광신문 편집위원

2월은 봄을 재촉하는 달이다. 길고도 길었던 겨울의 터널을 빨리 벗어나고파서 일년 열 두 달 중 가장 짧은 28일 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은 바람끝이 매섭지만,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있는 마른 풀섶을 뚫고 복수초가 피어나고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 따라 버들강이지가 피어난다.

그래서 시인들은 봄을 기다리며 2월을 이렇게 노래 했다.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내 마음엔 조금씩/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봄이 움직이고 있구나//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내 마음이 바위 틈에/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일어서는 봄과 함께/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내가 사는 세상과/내가 보는 사람들이/모두 새롭고 소중하여/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봄은 겨울에도 숨어서/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이해인. 봄이 오는 길목에서

2월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머지 않아 언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줄 봄을 품고 있다.

2월입니다/1년 중에 가장 짧은 2월입니다/

짧아도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면/

1년 중 가장 행복할 2!/제가 행복한 2월을 만들겠습니다.//3월에 필 꽃이 우리 가슴에 피어/향기 나는 2월입니다/가슴을 열고 향기를 나누면서/내 행복으로 더하겠습니다.//내가 나에게/행복하다고 마술을 걸면/행복을 느낄 수 있는 2월입니다/행복하다, 행복하다/

벌써부터 따뜻한 기운이 느껴집니다.//어때요, 2월에는//걱정부터 하지 말고/우리 한 번 도전해보는 것!/그래요, 2월에는/우리 한 번 같이 도전 해요/2월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니까요.//2월이 짧아서 싫다고요?/

그럼 1년에서 2월을 지우면 어떨까요?/

아니죠, 나머지 11개월에게/시간을 내어 주고

그 마음 드러내지 않는/박수받을 2월 이지요.//

지난해 2월에는/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올해 2월 마지막 날은/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습니다/혹시라도 한 달 내내 행복해서/

지난해처럼 잊고 보내면/내년에는 두 배로 하겠습니다.//짧다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2월입니다/하지만 3월을 만드는 2월입니다/

아름다운 봄을 만드는 내 2월입니다.//아세요?/

2월이 있어야 3월이 있듯/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다는 것!/그래서 고맙습니다/그러니까 고맙습니다.//행복하고 싶으세요?/그러면 가슴을 열어 보세요/3월보다 먼저 꽃을 피운/

2월을 만날 테니까요.//내가 2월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사랑합니다!"/내가 2월에게 반드시 해야 할 말/"고맙습니다!"//3월에게 꽃을 선물하는 2월처럼/나도 당신에게 미소를 선물하겠습니다/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벌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짧아도 행복한 한 달이 맞습니다.//2월에는/내가 더 사랑하며 보내겠습니다/사랑한 만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웃으면서 보내겠습니다.//2월에는 모두가 주인이 되어/나처럼 웃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웃음으로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2월에는/2월에는.

윤보영. 2월의 다짐

짧지만 3월보다 먼저 꽃을 피워 3월에게 꽃을 선물하는 2. 그래서 행복한 2,그래서 고마운 2,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2월이다.

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나는 뿌리일 게다/뿌리가 빛을 탐하더냐/행여라도 내 삶의 전부가/꽃의 표정이라고는 생각하지 마//꽃이 필 때까지/나는 차가운 슬픔의 눈물이었어/잎이 돋을/ 때까지/나는 쓰라린 아픔의 몸무림인 걸//알고 있니/나무가 겨울일 때/뿌리는 숨결마저 얼어붙는다는 걸/꽁꽁 얼어버린 암흑 속에서//더 낮아져야 함을/더 깊어져야 함을 깨닫곤 하지//힘겨울수록/한층 더 강인해지는 나를 발견해/그 어떤 시련도/내 꿈을 빼앗아가진 못하지//삶이 한 그루 나무라면/나는 분명 뿌리일 게다/뿌리가 흙을 탓하더냐/

다만 겨울을 견뎌야 봄이 옴을 알 뿐이지

이 채.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

봄을 준비하는 우리의 2월은 세상에 드러냄 없는 겨울 나무의 뿌리처럼 더욱 낮아질 수 있고, 더욱 강인해질 수 있는 달이다.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건너서 오는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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