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대한민국 복지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한 '커뮤니티 케어'(보건복지부, 20183월 발표)'지역사회통합돌봄'을 말한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며 지역사회와 함께 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탈 시설화'를 추구해 온 유럽, 일본 등 복지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하여 실행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1120'노인커뮤니티케어'라는 커뮤니티 케어 1단계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어르신들이 자신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주거, 보건의료, 건강관리, 요양, 돌봄서비스를 받으면서 살던 곳을 떠나지 않고 최대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현장 사회복지사로서 나는 '커뮤니티 케어'라는 대단히 훌륭하고 이상적인 이 정책이 삶터에서 실질적으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네비게이션에는 표시되어 있는 길이 막상 땅 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느낌이다. 커뮤니티 케어를 실행하기엔 우리의 복지환경과 현실은 그만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 키워드인 '지역'은 모든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지역'을 중심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커뮤니티 케어를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지역의 실정에 따라, 고령자가, 가능한 한 정든 지역에서, 가진 능력에 따라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 개호예방, 주거 및 자립적인 일상생활의 지원이 포괄적으로 확보되는 체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역포괄케어에서 전국 공통, 일률적인 중심은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지역포괄케어는 일률적으로 시행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자주적으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에 가깝다.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자원 격차가 현저하고 각 지역마다의 정치, 역사, 문화적 배경이 각기 다른 한국의 현실에서 '지역의 실정에 맞는' 커뮤니티 케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일본의 지역포괄케어가 시구정촌(市區町村)을 중심으로 한다면 한국의 커뮤니티 케어는 '읍면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2003년부터 본격화된 복지사업의 지방정부로의 이양은 2005년 시군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결성 및 지역사회복지계획 작성, 2012년 시군구 통합사례관리를 위한 희망복지지원단, 2014'읍면동 복지허브화'에 따른 맞춤형 복지 제공으로 변화해 왔다. 복지의 계획과 실행이 획일화에서 다원화로, 위에서 아래를 지향하며 점점 진화해 온 것이다. 이것이 성공적이었다면 지역별 커뮤니티 케어 추진의 강력한 인프라가 되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많은 지역에서 읍면동 복지허브화와 찾아가는 복지는 여전히 저인망식 욕구조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역의 실정에 맞게 민관이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36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읍면동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연계해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잘 하고 있다는 지역의 현황이 이러할진대 자원이 열악하고 역량이 미비한 대다수의 지역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률적이고 획일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면 곤란하다. 읍면동 복지허브화의 사례들를 면밀히 분석하고 평가해 지역 단위에서 커뮤니티 케어를 성공을 위한 다양한 그림들을 제시해야 한다. 커뮤니티 케어 추진한다고 해외 선진사례들을 연구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지역복지 현황에 대한 진단과 대안 마련이다. 커뮤니티 케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이 꿈틀거려야 한다. 지침과 공문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위만 쳐다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서울시 00구의 커뮤니티 케어 전략, 광주시 0000동의 커뮤니티 케어 전략, 전남 영광군 00면의 커뮤니티 케어 전략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지역 단위의 연구 조사, 토론회, 협의회 등을 활발히 열어서 지역에 맞는 답을 찾고 민관이 협력하는 복지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커뮤니티 케어는 자주성과 공생성이 살아있는 마을공동체 구축, 지역이 중심이 되는 복지분권 확립과 강한 연관성을 갖는다. 이제 막 커뮤니티 케어에 눈 뜨기 시작한 대한민국 복지 현실에서 '한국형'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모델을 아직 없다. 지역 현장에서 다양한 모델이 만들어지고 현장의 힘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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