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발표가 나왔다.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기준점이 된다는 접경지수다. 2만 달러 소득을 기준으로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 다른 선진국들이 평균 10년 이하였음에 비해 우리는 오히려 약간 늦은 셈이다. 2006년에 2만 달러였고 12년 만에 31,349 달러를 기록했다. 규모가 작은 나라를 제외한 인구 5천만 이상의 국가로는 세계에서 7번째에 해당한다. 국민 1인당 35,300,000만원이고 4인 가족 기준으로 141,25만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제활동을 못하는 연령층을 제외한다면 대단한 수익이다. 물론 서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이유는 가계 수입보다는 정부와 기업부문도 포함되어 있고 환률 덕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개인소득보다는 정부의 창고가 실해졌다고 보면 되겠다. 결국 실질적인 GDP 성장률은 낮은 셈이니 국민 개개인의 체감은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3만 달러의 축포는 아직 이르다. 특히 최근에 벌어지는 빈익빈 부익부의 기현상은 정부를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상위 20%의 부자들 소득이 하위 20%5.47배에 달하고 상위 20%10.4% 증가한 반면 하위 20%17.7% 줄어서 격차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통계의 틀을 벗어나 살펴 볼 필요는 있다. 소득 하층민의 구성원이 주로 노인들 계층이고 보면 갈수록 숫자가 늘고 그만큼 취업률이 떨어지니 저소득층 소득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수화로 인한 노인층의 급속한 증가는 통계로만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저소득층인 20% 서민들에겐 어떠한 느낌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조성한다.

과거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생활이 좋아졌다. 김 한 장을 온전히 얻어먹을 수 있는 날이 정월 대보름 하루였던 시절을 살았던 세대가 이젠 국내 여행보다는 외국 여행을 훨씬 많이 다니는 시대가 되었으니 중산층까지는 3만 달러 시대를 만끽하고 있기도 하다. 20% 이하 저소득층 역시 게으르지만 않다면 굶을 일은 없다. 단지 상대적 만족감도에서 불만일 뿐이다. 끼니를 걱정하던 과거를 돌아보면 만족해야 하지만 행복하지가 않다. 바로 행복지수의 문제다. 풍요속의 상대적 빈곤은 어떠한 위로로도 효과가 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적어도 이들에겐 오히려 불행하기만 한 현실이다. 특히 취업이 힘든 노인층 서민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다. 여기까진 노인 이야기다. 정작 심각한 것은 아이들이다. 고소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이 불행하다. OECD 국가 중에 아이들이 가장 불행한 나라를 꼽으라면 대한민국이 빠질 수 없다. 유치원에 가기 전부터 시작된 생존경쟁은 평생 따라 붙는 고행이다. 나라는 저 출산율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정작 출산가능 세대는 교육과 육아의 부담이 무서워 출산을 기피하거나 미루고 있다. 3만 달러를 무색하게 하는 기형적 교육제도와 육아의 부담은 가장 큰 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소득은 좋아졌지만 노후생활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가 아이들이라면 큰 문제다. 웬만한 소득으로는 자식들 뒷바라지에도 부족하니 자신들의 노후생활은 차후가 되고 만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조금 심각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절대 돈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부모와 아이들이 경쟁의 굴레를 벗어나 즐겁게 살 수 있는 시스템이 되지 않으면 출산율은 회복이 어렵다. 아이 낳기가 두려운 나라에서 결혼장려금과 출산장려금 정도의 임시방편으로 해결을 원한다면 시대착오다. 3만 달러의 국민소득 역시 상관이 없다. 구조적으로 육아에 모든 소득을 쏟아부어야 하는 현재의 사회적 시스템이 문제다. 공교육보다 커져버린 사교육은 이미 제어불가가 되었다. 시험공화국의 압박에서 벗어날 방법이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 나라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바라는 것 또한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상위층에겐 별 게 아닌 3만 달러고 하위층에겐 황송한 3만 달러지만 아이들의 행복지수엔 의미가 없다. 사람 만드는 참교육이 아닌 시험에 모든 재력을 쏟아 넣는 기이한 사회가 계속 유지 되는 한 출산율은 절대 회복 되지 않을 것이며 5만 달러 시대가 오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득과 행복은 맞물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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