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올 해, 2005년 이후 3,000만원대를 유지하던 농가소득이 13년만에 4천만원을 돌파하였다.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 13년간 농가소득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대()농과 소()농간의 소득격차는 더욱 커졌고, 젊은 청년들이 농촌을 외면하면서 농촌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또한, 순수하게 땅을 일궈 벌어드린 농업소득은 1,000만원대에 머물러 있어 농업의 미래를 더욱더 어둡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13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과 요구였다. 대다수 현역 조합장들이 이러한 조합원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를 답습하다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작년 6.13 지방선거에 이어 군민들은 변화와 혁신을 선택했다. 영광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변화와 혁신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 흐름에 역행한다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이런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농민수당, 농산물 최저가 보상 등 우리의 권리와 생존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감 회복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스스로 농업에 자부심을 갖질 못했다. 갱도의 막장처럼 스스로 농업을 폄훼하고 피해자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청년들이 농업을 외면하고 농촌이 쇄락을 길을 걷고 있는 건 당연하다. 우리의 부모들이 기성세대들이 그렇게 보여주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우리도 변해야 한다.

농민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 총칼대신 농기구를 들어 탐관오리를 심판했고 왜적과 오랑캐로부터 목숨을 걸고 나라를 구했다. 공업화, 산업화시대에는 농산물 가격을 제한하고 값싼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부강한 나라의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가간 무역협정을 맺을 때 농업의 희생 없이는 유리한 협정이 불가하다. 이렇듯 농업은 나라의 근간이며,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 한 명 한 명이 모두 애국지사다. 충분히 스스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만하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우리 생각을 피해자라는 프레임에 가둬둘 것인가? 우리 스스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자. 우리는 피해자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한 헌신자. 농민에 대한 보조금은 농업에 대한 피해보상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희생한 당연한 보상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농업 예산을 늘리고 보조금을 확대하는 것보다 농민들의 자존감 회복을 최우선해야 한다. 앞으로 국가간 무역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더욱더 농업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농업은 쇄락하고 있다. 농민이 무너지면 농업도 무너진다. 농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역도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헌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뿐만 아니라 농업인에 대한 존중과 예우도 함께 넣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농업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중받는 숭고한 직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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