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과 싸울 수 있는 정치인 돼야겠다”

'헌정사상 첫 피선거권 없는 대표' 그는 왜 정치에 뛰어들었나

빨리 하태경 최고위원과 싸울 수 있는 정치인이 돼야겠다.”

영광출신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24)의 말이다. 그가 '전투력'을 불사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과거엔 여성차별이 문제였지만, 이젠 남성들도 차별받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성별 대결' 구도에 말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 1년간 나온 '젠더 갈등' 관련 기사 583건에 대한 연관어를 분석하자, '최고위원'이 자주 나온 단어 2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 최고위원의 이같은 행보는 2030 남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이들은 또 있다. 자유한국당이다. 12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나경원 원내대표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라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하고,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명성'을 내걸며 갈등을 자극해 표를 얻는 시대다.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20대 여성이자 틈만 나면 '종북'으로 몰리는 소수정당의 정치인, 손솔 위원장은 이 같은 "혐오 정치"에 맞서 오랫동안 싸워왔지만, 여전히 "대응하기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들과 싸우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것을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그와 이야기 나눴다.

손솔 위원장은 2015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학과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땐 대학본부를 상대로 15일간 단식 농성을 했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전국여성대회 참석을 위해 이화여대를 방문하자 기습 시위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한창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불이 붙던 시기다.

학생 자치 활동으로 정치의 맛을 본 그는 이후 '청년당사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정당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20162월엔 '흙수저당'을 창당해 대표로 당을 이끌었고, 이어 민중연합당·민중당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표직에서 내려와 지난 1월에 출범한 민중당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163, '정당 대표는 할 수 있지만 선거엔 나갈 수 없다'는 모순적 법률 내용에 문제제기하는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으나 별 소용은 없었다.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고, 현재 만 24세인 그는 여전히 피선거권이 없다.

손솔 위원장은 당시 "'내 주변에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 많은데 이 사람들 무수히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통해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정치라는 공간에서 청년뿐만 아니라 또 어떤 사람들이 배제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와 동료들은 고민만 하지 않고 움직였다. 손 위원장이 속해 있던 민중당의 하위 기구 청년민중당은 지난 20189월부터 자체적으로 인권위를 구성해 강연과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당 차원의 인권위를 만들기 위한 밑작업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올 1월 민중당 차원의 인권위원회가 출범했고, 그가 위원장을 맡게 됐다. 분명 의미 있는 시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다행히 손솔 위원장이 이끄는 인권위는 그 '숙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다. 현재 민중당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 연대''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 등과 연대하고 있다. 집회나 기자회견 참여 등으로 힘을 보탠다.

지난 8일 세계여성의날엔 광화문 광장에 부스를 차리고 디지털성폭력의 문제점과 새로운 '시민결합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또 손솔 위원장은 지난 2, 여성-엄마민중당과 함께 유럽으로 여성정책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의 '임신갈등 상담소'나 프랑스 사회통합부 등을 방문하며 여성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돌아왔다.

손솔 위원장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 때부터 여러 자리에서 두루두루 만나는 여성 활동가들이 있다""이들의 힘을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바람을 덧붙였다.

"가끔 노동당과 녹색당 등에서 청년 활동하는 사람들이 다 국회의원이 돼서 함께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상상을 한다"

한편 손솔 위원장은 영광출신(영광중앙초-영광여자중-해룡고)으로 20154월에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국정원 댓글, 세월호 침몰 사고 항의 집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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