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 교장

새봄을 맞이한 들녘에 애타는 농심은 왠일인가?

겨우내 지었던 밭농사를 갈아엎는 억장 무너지는 일이 올해도 여지없이 계속되고 있다. 농부의 꿈과 희망을 뒤엎는 이와 같은 행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할 텐데 여전히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본 원인과 그 대안을 찾아보고 농림수산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분 하면서 우리 영광군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농산물에 대한 국가 수매제도는 2004년 쌀 공공비축제가 시행되면서 실질적으로 폐지된 상황이다. 이후 보리수매가 몇 년 동안 진행되었지만 국가차원 농산물 수매는 공식적으로 없어지고 지금은 모든 농산물을 농협차원에서 계약재배를 통해서 농협별 자체수매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농작물별 수매가를 둘러싸고 농협과 농민간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다. 농민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의 수매가를 원하지만 농협은 수매가가 낮을수록 떠안는 부담이 적어지니 어떻게 해서든 수매가를 떨어트리려고 한다. 농협에서 일정가격에 농산물을 수매하여 만약 이후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경우 농협은 엄청난 손실을 입어야 하므로 어떻게 해서든 수매가를 낮추려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농산물의 수급조절 즉 가격을 조절하는 실질적 기구는 AT라고 하는 농산물유통공사다. 수매는 농협이 진행하는데 수급조절은 유통공사가 책임지고 있다 보니 양자 간의 모순이 발생하고 여기서 갑질을 행사하는 것은 농협이 아닌 유통공사다. 물론 그 위 상급기관은 농림수산부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 가격결정에 막대한 권력을 쥐고 있는 분들의 싸인 하나에 농산물 가격이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명제 앞에 있는 그 분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농민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에 좌절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도 문제가 있긴 매한가지다. 농산물 값이 폭락하여 농협에서 수매한 가격보다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에 대한 책임은 농협이 전적으로 떠안게 되는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 이러한 상황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대표적 작물이 봄철 야채다. 작년 후반기 야채 값이 그런대로 괜찮았고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농민들은 봄철 야채를 많이 심었다. 그런데 지난겨울 특별한 한파 없이 겨울을 나자 봄철 야채들이 과다생산 되었고 급기야는 야채밭을 갈아엎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현지에서 농산물 수매는 대부분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거나 저온창고를 소유한 유통 상인들과 계약재배로 농산물 수매가 진행되고 있는데 수매가 이하로 값이 폭락하면 농협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로니아 농가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정책에 속은 죄값이 이렇게 크다 !! 

이렇게 사전준비 없이 탁상행정과 주먹구구로 정책을 실행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작물중 하나가 아로나아 농사다. 몇 년 전만해도 묘목값 뿐만 아니라 아로니아 재배에 필요한 각종 시설과 자재를 투자해왔었다. 이러다보니 각급 지자체와 각종 만들어진 사업단에서 아로니아 농사를 장려하게 되었고 아로니아 농사는 과잉 생산이 되고 말았다. 거기에다 한EUFTA가 맺어지고 난 뒤엔 유럽이 원산지인 아로니아의 수입이 국내 생산량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수입되기에 이른 것이다. 아로니아 농사를 지어온 농사꾼들이 하루아침에 거지신세가 된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다. 모든 과실을 농사꾼들에게 책임 전가하기에 바쁘니 그 쓰라린 가슴을 누가 알아주겠는가?

제발 농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쳐라~~ 

그렇다면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해결책의 대전제가 반드시 필요한데 첫 번째는 농산물 가격의 저가정책을 하루속히 포기하고 현실에 맞는 가격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농수산물 유통공사(AT)의 순기능적 역할은 충분히 인정하되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으로 농업기반을 무너뜨리는 갑질은 시스템을 마련해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검토되고 있는 정책대안으로 AI(인공지능)를 이용하서 소비량과 재배 량의 예측 시스템을 긴급하게 마련하라는 것을 전문가 집단에서 주문하고 있다. 이런 예측 시스템에 여러 환경요인이라든가 타 국가의 작황 같은 변수를 적용한다면 비교적 정확한 소비와 생산량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렇게 예측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는 각 지자체에서 지금까지 생산되어 왔던 생산량과 연동하여 재배면적을 책정하고 농부들과 계약재배를 한다면 훨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생산을 하는 중에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정부가 책임지고 이 리스크에 대한 손해를 보상하는 농산물 최저가격제를 시행한다면 농민들을 충분히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한 축으로 유통시스템의 개혁을 다시 주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가격 급등락에 울고, 웃는 농민이 없도록 유통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유통 단계의 축소보다 유통 과정의 독과점 구조 해소가 어찌 보면 더 시급한 과제다. 농식품부, 농협 등의 수급조절위원회의 대책은 무능력의 극대치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농산물 값 폭락 더 이상 방관할 일 아니다. 김대중 정부때부터 시급한 현항으로 농산물 유통과정의 개혁을 추진해 왔으나 아직도 유통과정의 비합리성과 비효율성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지역 안에서 요즘 활성화되고 있는 로컬푸드의 유통과정을 도시로 확장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접적인 만남이 유통구조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이제는 농민들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이 일에 영광군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길 바란다. 대도시의 소비자와 농민들이 직접적인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영광군 로칼푸드 매점을 대도시에 개장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 이는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할 중접과제 중 하나이다. 타 시군에 비해 풍부한 자원을 가진 영광군의 로컬푸드 현실은 어떤가? 농협에서 매장을 열고 싶어도 다양한 농산물이 없고 가공품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 이유가 영광의 농민들이 광작농사만 고집해서 그런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하다면 영광의 농업인들에게 로컬푸드에 적극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일은 농협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농정과에서 나설 일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이가 있다면 제발 큰 마음과 눈을 갖고 농업현실을 바라보길 제안한다. 영광농업의 미래에 네 일과 내 일이 따로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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