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정부가 개각을 위해 장관 후보자를 내 세웠다. 떨어지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를 통해 불거지는 국민 여론의 불만을 의식한 중급 이상의 7개 장관 제2기 개각이다.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인사청문회의 양상이다. 전 여당이었던 한국당이나 현 여당 더불어민주당이나 내세우는 장관 후보자들이 한 결 같이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로 부도덕성이다. 내용도 비슷하다. 부동산과 자식 문제가 항상 이들의 도덕성을 가름한다. 여기에 조미료로 등장하는 것이 과거 발언이다. 평범한 평인의 활동에선 상관이 없지만 고위층으로 가는 길목에 복병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과거 발언이기도 하다. 과거 발언에는 방송과 저서를 통한 것도 있지만 요즘은 SNS에 올린 글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말이란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재하지 못하고 가장 많은 구설수에 오른다. 구설수 역시 말이니 말이 말을 치는 격이다.

이번 장관 후보자들 역시 공통분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시나 부동산과 자식 채용비리 문제, 과거 발언 등이다.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좁은 안목을 여실히 내 보이는 직관적 과거 발언들로,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는 장남의 특혜채용 문제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박양우는 논문표절과 위장전입, 세금탈루 등으로 공세 폭탄을 맞고 있다. 박영선 중기부장관 후보는 세금을 문제로, 조동호 과기부장관 후보와 진영 행안부장관 후보는 부동산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역시 부도덕한 재테크의 전형이다. 조동호 후보는 장인에게 증여 받은 토지를 포함해 공시지가 상승분만 10억 원을 넘겼고 진영 후보는 배우자가 재개발 사업에 10억 원을 주고 샀던 땅이 아파트 한 채와 상가 두 채분 분양가로 전환 되어 분양가만 26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미 진행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후보 역시 다주택 소유와 자녀 편법 증여가 문제 되고 있다. 그야말로 깨끗한 후보가 없다. 본인들은 사과로 국면을 벗어나길 원하고 혹은 그렇게 되기도 하겠지만 상처 받는 대상은 국민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청문회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고위 공직자인 특권층은 청렴과는 담을 쌓은 인물들이었다. 부도덕을 자격요건으로 깔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비참한 것이 아니라 나라가 비참하고 국민이 비참하다. 이들은 정치권에 등장하며 하나 같이 선서 비슷한 주문을 왼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참 일꾼이라는 단어다. 불법과 부도덕을 바탕에 깔고 살았던 사람들이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위해 무슨 참 일꾼이 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해석을 다시 하면 사랑하는 국민여러분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사욕을 챙기는 대상으로 삼겠다는 말이다. 현재 정치인 중에서 과연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하며 참 일꾼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들이 입이 아프게 외치는 참 일꾼은 없다. 단지 자신을 위한 노력은 참 꼼꼼한 모습을 보인다. 고위층 청문회에 등장하는 국가대표 정치인들의 모습이 모두 한결 같다는 데에서 오는 부끄러움은 온전히 국민들 몫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아낌만한 것이 없다. 이로써 도를 갖추고 도를 갖추면 덕을 쌓는다고 하며 덕을 쌓으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 없고 한계를 알지 못한다. 그리하면 나라를 차지하고 근본을 가지면 장구(長久)할 수 있다.(노자 통행본 59, 백서본 31)”고 말한다. 말대로 도와 덕을 갖춰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도덕(道德)이고 도생덕양(道生德養/도는 낳고 덕은 기른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의 기본이다.

조선시대에도 특권층의 행위는 비슷했다. 상층의 양반들은 벼슬을 독점했고 지위를 이용해 온갖 이권을 챙겼다. 물론 대상은 서민층 백성들이다. 특권 양반층은 백성들을 상대로 부를 늘렸다. 춘궁기에 양반들에게 곡식을 빌렸던 백성들은 추수기에 심하게는 100%의 이자까지 지불해야 했다. 교과서에서 청백리로 배웠던 인물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궐내에서 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사항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고위 정치인들에겐 사랑하는 국민은 없다. ‘참 일꾼을 자칭하는 것 또한 자신까지 속이는 것이다. 도덕을 잃은 사람들이 앞장 서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단지 서민들의 희생으로 이어져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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