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사회의 이슈가 연못에서 노니는 비단 잉어 무리를 닮았다. 사건사고가 터지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거의 같은 종류의 일이 터진다. 요즘은 성과 마약이 한 덩어리가 되어 눈과 귀를 어지럽히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있는 집에선 함부로 TV를 켜기가 두려울 정도다.

YG기획사 소속의 연예인들이 줄줄이 고구마 줄기처럼 지상으로 떠오르고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가 후진국 권력형의 성범죄로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창업재벌의 후손들이 마약 관련 범죄로 그야말로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SK 3, 현대 3, 남양유업 3세 등 계속해서 방송과 SNS를 도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모두 장르별로 기득권자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유력 정치인의 아들과 전 대통령의 아들 등이 모두 얽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나뿐일까. 왜 권력과 부가 축적되면 섹스와 마약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버닝썬 사건도 마약과 섹스가 뒤엉켜 있다. 이들은 사업을 키우기 위해 약과 여자를 이용해 성상납의 로비를 펴왔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김학의 사건도 거의 같은 맥락이다. 건축업자가 당대의 실세에게 마약과 여자로 다가간 경우다. 당시 대통령과는 부모 때부터 대를 이어 인연을 쌓았던 사이였으니 사건은 덮여졌고 동영상은 증거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대통령까지 관심을 보이고서야 다시 재수사에 돌입했지만 제대로 진상이 드러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장자연 사건은 꼭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미디어에서 약간 틀어놓은 방향이 더욱 사안을 모호하게 만들어가지만 알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건이다. 힘없는 신인 여배우의 성상납에서 발단된 사건이지만 소속사와 유명 선배 배우의 다툼이 시발이었음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나서야 할 선배 유명 여배우는 아직도 함구하고 있다. 유서가 아닌 문서였던 리스트 작성은 누가 시켰는지부터 밝혀야 하고 이미숙을 비롯한 5명의 배우는 장자연에게 동료로서의 최소한 예의는 보여야할 것이다. 리스트 조사는 그 이후다.

남자가 부와 권력을 잡으면 가장 먼저 관심을 돌리는 방향이 여자라는 말이 있다. 이른바 능력이다. 이 능력의 대상이 여자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분출구를 찾게 되고 대상은 여자가 된다. 기득권층의 욕구에 희생이 되는 것이다. 성이란 생식본능을 바닥에 깐 본성이지만 인간에겐 이성이 있어서 사회가 유지 되고 있다. 이성이 본능보다 우월하면 정상적 인간이고 본능이 이성을 덮으면 이런 사건사고들이 터지게 된다. 현대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사회적 뭇매라도 맞지만 예전에는 당연한 일들이었다. 윤리는 유교의 얼굴마담 역할이었을 뿐 조선의 실체는 권력층의 성적 유린의 시대였다. 최고의 성군이라 칭하던 세종은 알려진 부인만 해도 왕후와 빈 등이 6명에 후궁이 5명이다.

여기서 생산한 자녀는 무려 184녀다. 여기에 성접대를 위한 기생제를 도입해 세습하게 했다. 정조도 이 방면으로는 빠지지 않는다. 왕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다지만 양반들의 횡포는 더욱 심했다. 그래서 낮 퇴계, 밤 퇴계라는 말이 유행했고 도덕군자 이황의 밤 생활이 그의 제자들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기도 한다. 당시 양반들에게 주어진 노비는 인격이 없었고 사고 파는 대상이 되기도 했으니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한 노비를 손대기도 했다. 왕실과 인척을 맺고 권력을 위해선 딸을 아버지 왕에게 바치고 작은 딸을 아들 왕에게 바치기도 했다. 큰 의미에서 보면 성접대에 다름 아니다. 이는 왕실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당시 양반가에선 거의 모든 혼사가 정략적이었다.

권력의 연대인 셈인데 그것을 엮는 동아줄의 역할이 바로 딸의 인권이었다. 이러한 DNA가 우리 의식에 뿌리 깊어 기득권만 되면 여자가 물건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본인들이 유린하는 여자의 권리가 자신의 딸이요 부인임을 알아야 하지만 당장은 내 일이 아니다.

다시 형식적으로 끝날 장자연과 김학의 사건 재수사라면 대한민국에선 여자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비윤리적 성() 유토피아를 꿈꾸는 기득권층이 활개 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니 부끄럽지 않은가. ‘남자여, 그대는 여자에게서 났느니라가 진리이고 이를 함축한 단어가 노자의 현빈(玄牝)’이다. 요즘 우리는 특권층은 타락하고 서민층은 몰락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 딸들의 성이 뇌물이 되는 세상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법치국가의 정의이다. 기득권자를 위한 법치는 이제 끝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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