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고려장(高麗葬)이란 늙고 병든 부모를 산체로 산속 구덩이에 버려두었다가 죽고 나면 그 곳에 묻는 고구려의 장례풍습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일제가 조선을 미개국으로 오도하기 위해 설화를 날조했다고 한다. 이 지면에서는 특별히 대신할만한 유사칭호가 없어 편의상 노부모를 산에 버리는 장례 풍습을 고려장으로 지칭하기로 한다.) -필자 주-

고려장

얼마 전, 한 지인이 서울에 사는 시누이가 운영하는 요양원에 팔순이 넘으신 시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내려오면서 만감이 교차해 수없이 눈물을 흘렀다고 토로해온 적이 있었다.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으니 집으로 데려다 달라며 애원(?)을 하는 시어머니에게 한 달만 치료를 하고 계시면 모시러 오겠다는 거짓말로 요양원에 떼어놓고 돌아오는 길에 시어머니의 애처로운 눈빛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단다.

혼자서 힘들게 살아가셔야 할 시어머니를 생각해서 가족회의에서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 생각을 했는데 막상 돌아가시기 전에는 사시던 집으로 다시 돌아오실 수 없다고 생각을 하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나 하염없이 흘러내렸던 그의 눈물은 요양원에 남겨진 시어머니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앞으로 자신이 늙고 병들었을 때 다가 올 똑같은 상황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었을까?

사람이 평생 젊게 살수는 없는 일이기에 자신도 언젠가는 시어머니처럼 자식들에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요양원에 버려질 거라 생각을 하니 한없이 눈물이 나더라고 그는 덧붙였다.

매 맞는 아버지

경북 고령군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80대 노인을 폭행하는 등 학대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폭행 장면은 노인이 머무는 방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찍혔는데 이 곳 요양원에 아버지를 맡겨둔 아들이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고발을 했다.

CCTV 영상에는 한 여성 요양보호사가 80대 남성 환자의 머리를 밀어 넘어뜨린 뒤 이불을 덮어씌우고 올라타 폭행하는 모습과 신고 있던 실내화를 벗어 환자의 머리를 때리고 발로 차는 모습 등이 담겨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소변으로 젖은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저항이 심해 빚어진 일이며, 상습적인 학대는 없었다.”고 주장을 했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들에게 노인들이란 사람이라기보다는 돈벌이를 위해 요양원에 가둬둔 개돼지쯤으로 여겨졌던 건 아니었을까.

관광지에 버려지는 노인들

요양원이 귀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제주도를 비롯하여 전국의 유명 관광지에 버려지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심심찮게 전파를 타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산적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며 가학적인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자식들의 행동을 비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약간의 돈과 먹을 것을 보따리에 싸들고 거리를 방황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겨우 버틸 만큼의 음식과 함께 자신의 무덤이 될 산속 흙구덩이에 버려진 노인들과 진배없었기 때문이었다.

늙고 병든 어머니에게 마치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꾸며 관광지에 버리고 올 수 밖에 없었던 자식들의 마음도 오죽했겠느냐고 한다면 남의 가정사를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길거리를 방황하다 경찰에 인계되어서도 자식의 사회적 명예에 먹칠을 할까봐 끝까지 자식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노인들은 이런 처참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혹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며 애지중지 키웠던 자식들이었기에 비록 자신을 버리고 갔지만 마음을 돌려 다시 데리러 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가졌던 건 아니었을까.

풍수지탄(風樹之歎)

전자에 어머니를 서울 요양원에 모셔다 드렸던 지인이 마음을 안정시켜드리기 위해 한 달 후에 모시러 오겠다고 했더니 시어머니 말씀이 한 달 후면 4월 초파일이 아니냐고 하시더란다.

아직은 정정한 기억력으로 날짜까지 알아보시는 노인이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인지도 모르고 그 한 달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실 모습을 떠올리니 필자의 가슴이 먹먹해 온다.

주자가 이르기를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라고 했으며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풍수지탄(風樹之歎)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풍수지탄은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의 줄인 말로 즉,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돌아오는 58일은 어버이날이다.

살아생전 못해드렸던 효도를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만 국화 한 송이 들고 부모님 산소를 찾아보는 것으로나마 위안을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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