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전통시장들은 요즘 들어 빈익빈 부익부시대다. 특히 전국 지자체들은 전통시장의 가치와 특색을 바탕으로 문화와 관광자원으로서의 전통시장의 모습을 발굴하고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영광신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통시장 50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문화시장 <통인시장>

통인시장의 신의 한 수 도시락카페

경복궁 서쪽 마을인 서촌. 한국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곳에 통인시장이 있다. 하나의 골목이 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형태를 한 이곳엔 음식점이 어찌나 많은지 몇 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입맛을 다시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앞서 소개한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광장시장이 관광명소형 시장이라면 통인시장은 생활밀착형 시장이다. 70~80개 남짓한 점포로 구성된 자그마한 규모로, 서촌 주민들이 제집처럼 드나드는 친근한 장소다. 과일·채소·생선·정육·의류가게, 목공방, 수선집 등 여러 점포들이 있지만, 이곳의 특징은 식당과 반찬가게 등 요식 관련 점포가 많다는 것.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시장은 2012년부터 도시락카페를 열었고, 이는 시쳇말로 대박을 쳤다.

시장 내 고객지원센터에서 엽전(한 냥당 500)을 구입한후 가맹점포에 지불하면 시장 내 음식을 뷔페 이용하듯 자유롭게 도시락에 담아 먹을 수 있는 방식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시장 인심을 느낄 수 있는 데다 이곳만의 화폐로 마치 과거여행을 하는 듯해 특별한 추억도 만들 수 있다.

통인시장의 명물로 꼽히는 기름떡볶이는 단연 도시락 이용객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음식.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60년 전통의 조리법은 떡이 생소한 외국인들의 입맛마저 사로잡았다. 꼬마김밥과 떡꼬치, 감자만두 등 다양한 분식과 떡갈비는 이곳의 스테디셀러. 그리고 쫄깃한 맛이 일품인 문어꼬치와 커피처럼 일회용컵에 담아 파는 길거리 맥주는 이곳의 신흥강자다. 특히 길거리 맥주, 일명 길맥은 자몽·망고, 딸기 등 과일맛도 첨가해 여성 방문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가장 한국적인 시장, 그와 어울리는 즐길거리

외국어로 쓰인 간판을 찾아볼 수 없는 서촌은 어쩌면 외국인들에겐 그리 편하지 않은 곳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서울 하늘 아래 가장 한국적인 공간이란 이유로 사랑받고 있어 통인시장도 덩달아 외국인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시장 가까이에 위치한 덕수궁, 창덕궁, 명동, 남대문, 청계천은 통인시장과 함께 즐기기 더없이 좋은 명소. 특히 창덕궁은 다른 고궁들과 달리 한국식 조형미가 돋보이는 고궁이기에 통인시장의 매력과 일치한다.

통인시장이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때문이다. 규모에 비해 많은 행사를 여는 이곳은 방문객을 위한 알찬 시장으로 통한다. 김치 만들기, 매실원액 담그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공방 DIY 체험 등으로 시장이 그저 쇼핑이나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라 다채롭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명소임을 증명하고 있다. 또 어릴 적 즐겨 먹던 불량식품과 어른이 된 후 잊고 지내던 추억의 만화캐릭터 인형들은 어른은 물론 호기심 많은 아이의 취향까지 저격한다.

볼거리 많은 통인시장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 도보 7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서촌의 분위기에 빠져 걷다 보면 그보다 훨씬 빨리 도착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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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 가구에 최적화된 쇼핑 공간 <망원시장>

혼밥족에겐 천국 같은 곳

최근 새로운 젊음의 거리가 생겨났다. 일명 망리단길로 불리는 망원동 일대. 이곳의 전통시장인 망원시장은 망원동 주민들의 생활권에서 벗어나 문화예술 공간의 한 축으로 통하고 있다.

40년 여전 골목 좌판에서 시작된 망원시장은 망원역에서 가까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진초록 처마가 손짓하는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장바구니 든 주민들로 북적이는 전형적인 시장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바구니 넘치게 담긴 과일, 방금 캐낸 듯 흙까지 잔뜩 묻은 채소, 한 끼 분량으로 포장된 1인 가구를 위한 반찬들을 지나면 보이는 이곳의 터줏대감 칼국수집. 라이벌 구도로 양쪽에 자리한 두 곳의 가게는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로 모두 문전성시를 이룬다. 3900원짜리 닭곰탕과 500원부터 1000원대인 수제 크로켓도 이곳의 인기 메뉴.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육중완을 통해 유명해진 닭강정과 맛있는 TV’에서 장수원이 맛있게 먹어 눈길을 끈 오징어튀김김밥은 많은 방문객들이 망원시장을 찾는 이유가 됐다.

망원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이곳 망원시장은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나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적은 금액으로 실컷 먹고 즐길 수 있는 이곳 시장과 더불어 골목 안 숨은 명소를 찾는 재미가 있는 망리단길 커피거리, 옥상 야경이 끝내주는 카페 ‘817워크샵’, 거리 미술관으로 통하는 하늘공원은 서로 연결해 함께 즐기면 좋은관광 코스다.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특별한 공간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위기를 겪는 것과 달리, 망원시장은 오히려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됐다. 망원동 일대의 1~2인 가구와 젊은 층을 겨냥한 서비스를 고심하던 시장 상인들은 장보기 도우미와 배달 서비스등을 고안해냈다. 특히 장보기 서비스는 교통카드로 결제는물론 환승 할인까지 가능해 방문객들의 만족은 더욱 높다.

1~2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는 이뿐이 아니다. 1인분 식재료를 담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꾸러미 상품을 개발하고, 1~2인 가구가 다양한 과일을 즐길 수 있도록 과일을 물물교환하는 공간인 망과휴를 조성했다. 우야식당이라는 집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망원혼밥이라는 도시락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고, 1인 가구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조리법을 모은 책자 망원시장 오늘의 레시피북을 제작해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아울러 시장 내 ‘SPACE2012’라는 문화복합공간도 만들어 사진 전시나 요리 강좌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망원동에 거주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들려주는 문화예술 행사도 열며 시장의 가치를 더하고 있

. 즐길거리 넘치고 배려가 느껴지며 예술의 향기까지 솔솔 나는 이곳 망원시장을 그냥 지나치긴 어렵지 않을까?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이면 망원시장이 보인다. 시장 곳곳의 샛길은 망리단길과 이어지는 통로이니 마음껏 넘나들며 시간을 보내길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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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시장, 세 배의 매력 <수유마을시장>

외국인 관광객 위한 사려 깊은 서비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마을시장은 350여 개의 상가로 이뤄진 중대형 규모의 시장이다. 이곳의 특이점은세 개의 각기 다른 시장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는 점. 의류나 잡화 등의 공산품을 판매하는 건물형 상가 수유시장과 과일·채소·건어물 등 1차 식품을 판매하는 골목형 시장수유전통시장, 수유재래시장이라 부르는 수유전통시장이 이곳을 이루고 있다.

수유마을시장에 들어서면 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까닭인즉 아케이드를 따라 줄지어 걸려 있는 태극기 배너 때문이다. 방문객들이 쉽게 상점의 정보를 알 수 있게 지역과 상품 종류만을 간소히 내건 간판들은 태극기와 나란히 내걸려 시장을 밝히고 있다.

시장 내에는 상점 정보와 시장 지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무인정보 단말기가 설치돼 있는데, 무려 4개 국어로 확인이 가능하다. 외국인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관광 명소로서의 책임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시장 내에 자리한 문화공간 역시 이곳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라는 틀을 벗어났음을 알려준다. 수유시장에 마련된 생생클럽은 방문객들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놀이방으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저학년)을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수유마을 작은 도서관은 상인과 지역 주민 누구나 책을 빌릴 수 있는 곳이자, 최근 영어 멘토링 캠프와 교양 강좌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장 속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스포츠, 목공예, 사물놀이 등의 취미활동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아리 공간 다락방도 있다.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러한 공간들로 인해 시장은 지역의 메카가 되고 있다.

시장 안팎으로 힐링 요소가 가득

수유마을시장 인근에는 자연과 함께 힐링할 수 있는 명소가 많다. 명소와 연계해 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날이 갈수록늘고 있다. 전국 둘레길 중 으뜸으로 평가받는 북한산둘레길 3구간에서 도보로 23, 간선버스 151번을 타면 10여 분만에 수유마을시장으로 갈 수 있다. 강북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구름전망대에서 경치를 마음껏 즐긴 이들은 여지없이 수유시장으로 향해 허기를 채운다.

템플스테이를 위해 화계사를 찾은 외국인들에게도 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 코스 중 한 곳. 전통시장 고유의 따뜻한 분위기는 힐링 체험의 연장선이 아닐까.

많은 방문객이 이곳 시장으로 모여드는 데에는 먹거리의 유혹이 가장 크다. 청년 장사꾼이 만드는 타코야키와 시장특유의 정이 느껴지는 족발도 유명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수유마을시장의 명물은 꽈배기와 찹쌀도넛. 쫄깃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하던 한 빵집은 최근 백종원의 3대천왕에서 맛집으로 소개돼 그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수유마을시장은 지하철 4호선 미아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8분이다. 세 개의 시장이 이어진 이곳의 정보는 시장 내벽에 부착된 쇼핑가이드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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