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전 홍농협조합장

우선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서 7년째 아로니아를 재배하는 김모씨(65)는 지난달 1천평의 밭에 심어놓은 아로니아 나무를 몽땅 뽑아버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135천원을 호가하던 아로니아 가격이 1천원대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수요가 거의 없어 거래자체가 모두 끊겨버린 상황이라 한때왕의 열매로 불리며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주목 받았던 아로니아가 이제는 농가의 실망과 한숨으로 변해버렸다.

특히 김씨는 물밀 듯이 밀려온 외국산 아로니아 때문에 국산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했다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직불제 지원대상에 아로니아가 빠졌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하는 입장이다.

FTA직불제는 FTA체결국 농산물의 수입증가로 피해를 본 품목에 대해 가격하락분의 일부를 보장해주는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지난해 FTA 직불제 지원대상 품목에 아로니아가 빠진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그런데 20142톤 정도였던 아로니아(분말) 수입량은 2015200톤으로 껑충 뛰더니 2017년엔 520톤을 기록했다. 그런데 2017년 기준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의 90% 이상이 유럽연합(EU)산 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아로니아는 생과로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기 때문에 분말이나 착즙 등 가공을 해서 섭취해야 먹기도 좋고 맛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아로니아 분말이 아무리 수입된들 생과는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는데 통상법의 관점에서는 생과와 분말이 다르지 않다면서 어떤 형태로 수입이 됐든 FTA 체결로 수입량이 폭등했고 이로 인해 국내 산업이 피해를 봤다면 정부가 농가를 위한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농가들은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150ha에 불과하던 아로니아 재배 면적이 2017년에는 1,830ha로 늘어났고 생산량 역시 110여톤에서 8,600여톤으로 무려 77배나 늘었다면서 여기에 기능성식품의 소비변화에 따른 국내수요 감소까지 겹쳐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아로니아 재배면적이 폭발적으로 급증한 배경에는 당국이나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지역특화작목 육성 정책이 있었다고 할까?

특히 이곳 홍농, 법성 지역도 선진농업 운운하면서 아로니아를 앞다투어 심은 농가들 역시 실망과 한숨속에서 애써 심은 나무를 뽑아내는 안따깝고 가슴아픈 시련... 말로 다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당국이나 지자체는 장기적인 계획이나 전망 없이 많은 농가에 재배를 권유해 놓고는 이런 막바지 상황에서 아무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없이 모두 방관하고 있다면서 큰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농민단체에서는 생과보다는 가공품 중심으로 과일소비 시장이 재편되면서 제2의 아로니아가 나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이 농가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이런 악순환의 상황을 반복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나 지자체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과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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