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꼰대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늙은이이고 학생들의 은어로는 선생님을 뜻한다. 꼰대질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이들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양식 등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상식이 통하지 않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며 막무가내로 우겨대는 사람 혹은 아래 사람을 깔보고 갑질하는 사람을 꼰대라는 통칭어로 표기한다. 한마디로 아집으로 꽉 막힌 사람이다. 이러한 성향의 부류가 노인으로 국한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젊은이 보다는 노인층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쌓여진 경험은 돌처럼 단단하고 쇠가죽처럼 질기다. 경험이란 본인이 직접 겪은 일도 있지만 생각과 사고가 굳어진 경우가 훨씬 많다. 사고의 유연성을 상실한 경험이 아집만 키워 스스로 꼰대의 철갑 속으로 들어가 나올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노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경험을 승화시켜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아량으로 주위를 포용하는 노인들도 많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어르신이라 칭한다.

이른바 꼰대는 현대사회의 큰 적폐다.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잃고 홍수처럼 쏟아지는 미디어의 폭풍 속에서 진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생의 황혼기를 오리무중에서 헤맨다. 백성이라는 공익보다는 개인의 욕심이 우선하는 집단에게 동조하고 자신을 중산층 이상의 상류로 자리매김하는 착각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스스로 지식인이고 사회적 리더라고 생각한다. 타인이 의견이나 견해는 필요치 않다.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통은 기본이다. 소통이란 나와 상대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전제가 따라야 이뤄진다. 그리고 공부가 필요하다. 평생 고착화된 지식으로 세상을 보면 단면만을 볼 뿐이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알려면 사회주의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모르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은 동전의 한 면만 보고 앞뒤를 이해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은 자신이 볼 것만 보고 들을 것만 듣는 특성이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원숭이들의 숫자를 10초 안에 파악하게 하고 중간에 원숭이들 사이를 사람이 지나갔지만 10명 중 아무도 지나간 사람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그만큼 인간의 시청각은 믿을 바가 못 된다. 이렇게 굳어진 경험을 진리로 믿는 어리석음이 우리 사회에 꼰대라는 적폐를 양산하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우리가 실제 겪었던 경험으로 굳게 믿고 있는 기억의 상당량이 뇌의 착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억이라는 경험에 겸손해져야 한다. 이를 인정하지 못하면 아집이요 늙은이의 고집이 된다. 특히 이렇게 잘못된 기억과 경험이 사회 공동체를 위협하는 사익집단에게 동조하는 결과를 가져다준다면 큰일이다. 자신이 정의로 생각했던 사회적 현상이 본의 아닌 적폐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소통이다. 후배들의 말을 들어주고 굳어버린 경험의 기억들을 소환해서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굳은 지식은 참다운 지식이 아니다. 편견이고 집착이고 오만이고 아집이다. 나이가 50이면 지천명(知天命)으로 하늘의 뜻을 알고 60이면 이순(耳順)이라 했다. 이순은 60세부터 생각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뜻이고 직역은 귀가 순해진다는 뜻도 있다. 50에 삶의 의미를 알았으면 60에는 귀를 열어야 한다. 귀를 열면 소통이고 귀는 닫고 입만 열면 불통이요 아집이다. 소통하는 노인은 어르신이고 불통하는 노인은 꼰대라고 한다. 오래 살았다는 조건만으로 사회적 판단력과 지식의 척도로 삼을 수 없다. 최근 10년의 변화는 과거 60년을 훨씬 넘어선다. 지난 60년의 미디어 지수는 최근 10년의 10%도 되지 못한다. 어르신들이 감수하기에는 너무 벅찬 양이다. 그 중 자극적으로 쏟아지는 가짜 뉴스의 양이 절반에 가깝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가짜 뉴스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세대가 노인층이다. 수구세력과 재벌권력이 언론과 결탁하면 정부를 무능하게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이들을 대리하는 정치나팔수가 쉼 없이 거짓말을 해도 여과 없이 내보내고 팩트 체크는 온전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알아채면 그만이고 모르면 믿을 것이기 때문에 손해 없는 장사다. 백성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의 몰염치한 단면이다. 이들의 목적이 바로 꼰대의 양산 아니겠는가. 속는 줄 모르고 속고 이용당하는 줄 모르고 이용당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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