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성인의 제자들(공자①)

동양에서는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모두 동일하다는 뜻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과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져오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1982년에 부활된 스승의 날에는 정부 주최로 기념식이 열리고, 교육공로자들에게는 포상과 국내외 산업시찰의 기회가 주어진다. 전국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스승의 은혜란 노래를 목청껏 부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촌지근절 대책의 하나로, 아예 이 날을 휴일로 선포해버리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와 제자가 스승을 믿지 못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대학 입시를 위해 과외공부와 학원으로 우리 아이들이 내몰리고 있다. 교사들은 제자를 사랑하기보다 무서워하는시대가 되었다.

이 비극은 과연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는 잠자는 곳으로 인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이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교사들은 의욕을 잃고, 학부모는 과외비를 대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학생들은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이 대목에서 과연 4대 성인의 사제 관계는 어떠했는지 알아보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먼저 공자와 안연(安淵, =안회. 기원전 513-482)의 이야기이다. 안연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학문과 덕이 매우 높아 아성(亞聖)으로도 불린, 공자가 누구보다 신임하던 제자였다. 무슨 일에도 성내지 않으며, 잘못은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공자는 그를 가리켜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칭송하였는데, 가난한 생활을 이겨내고 도()를 즐기는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칭찬하였다. “현명하다, 안연은. 밥 한 그릇과 물 한 바가지로 누추한 곳에 사는 삶을 사람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하지만 안연은 그 즐거움을 버리지 않으니 현명하다, 안연이여!” 안연은 스승의 극기복례(克己復禮-자기를 누르고 예로 돌아가는 것)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철저히 지켰던 인물이다. 이에 대해 공자는 내가 안연에게 하루 종일 말하여도 그는 아무 대꾸가 없다. 그러나 나중에 그의 생활을 보면,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연은 스승보다 30년이나 손아래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승보다 먼저 죽고 말았다. 공자가 아들을 잃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2년 후(기원전 482) 안연이 죽었을 때, 그 반응은 매우 격렬했던 것으로 전해져온다. 이때 공자는 자기 아들의 죽음보다 더 슬퍼하면서, 땅을 치며 통곡했다고 한다. “하늘이 나를 죽이는구나! 하늘이 나를 죽이는구나!”

안연은 너무 일찍 죽었기 때문에, 저서나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하지만논어<안연편>이 따로 있고 다른 책에도 그를 현자(賢者)로 부르는 구절이 나타나 있는 걸 보면, 매우 비중 있는 제자였음이 분명하다. 이렇듯 믿었던 수제자가 먼저 세상을 떠났으니, 공자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가슴이 찢어지는 사람처럼 몸부림을 쳤다. 제자들은 이처럼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애통해하는 스승을 보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공자는 제자들을 향해 내가 안회(안연)를 위해 상심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 그렇게 하겠느냐?”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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