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전통시장들은 요즘 들어 빈익빈 부익부시대다. 특히 전국 지자체들은 전통시장의 가치와 특색을 바탕으로 문화와 관광자원으로서의 전통시장의 모습을 발굴하고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영광신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전통시장 50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상인들과 예술의 만남 <광주1913송정역시장>

옛 운치를 그대로

‘1913송정역시장’. 시장 이름이라고 하기엔 독특하다. 또 시장이라고 하기엔 눈에 들어오는 간판부터가 젊은이들의 감각이 물씬 묻어난다. 1913송정역시장(이하 송정역시장)은 시장에 생필품을 사러 간다는 개념보다는 특별한 시장을 구경하러 간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듯하다.

시장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13년에 개설된 송정역시장은 방문객이 하루 평균 400명에 달하는 광주의 핫플레이스다. 점포 수도 55개로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상점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더 정감이 가는 송정역시장은 해가 져 어둑해질 때 방문해도 좋다. 저녁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지고 불빛 때문에 시장 특유의 아담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송정역시장은 상점 하나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건물

의 리모델링을 최소화하고, 옛 정취를 그대로 살렸다. 나이가 지긋한 고객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들은 옛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상점 이름 하나도 즐겁다. 생과일 양갱·롤양갱을 파는 갱소년’, 또 오고 싶은 또아식빵’, 수제맥주집 밀밭양조장,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서사소. ‘역서사소여기서 사세요라는 광주 사투리를 활용해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사투리에 감각을 더했다. 사투리를 활용한 달력, 엽서, 노트, 액자 등의 상품을 판매한다. 액자에 있는 문구 솔찬히 개미진광주로’, ‘뭣땀시 여즉도 안왔소라는 카피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역서 먹어보랑께

방문객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송정역시장.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쉼터에서 KTX 열차시간 전광판을 확인할 수 있고, 바로 옆에는 무인물품보관소가 있어 관광객들은 무거운 가방이나 배낭을 보관할 수 있다.

방문객들에게 송정역시장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 숨어 있다. 송정역시장 입구 한 쪽에는 모든 상점들의 개업연도와 상호명을 새겨놓는가 하면, 가게 입구마다 놓여 있는 작은 스토리 보드에는 이 상점이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송정역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먹거리. 송정역시장은 처음부터 과식하면 절대 안 되는 곳이다. 입구부터 천천히 둘러본 후 돌아오는 길에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어보는 게 좋다.

삼뚱이(채소와 김치를 삼겹살로 돌돌 말아 구운 음식), 과일양갱, 쑥 초코파이, 세계라면 등 이색적인 먹거리가 가득하다.

송정역시장까지 왔다면 예술마을 프로젝트로 재탄생한 발산마을에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발산마을은 낙후됐던 마을에 벽화를 그리고 여러 조형물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는 약 3m 높이의 별 모양의 조형물이 있는데, 이는 별이 땅에 떨어진 형태로 마을 전망대 역할을 한다. 발산마을은 시장에서 약 30(12km) 거리에 있다.

송정역시장 영업시간은 상점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체적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광주지하철 1호선 광주 송정역 또는 KTX 송정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광주대인시장>

예술적 감성이 묻어나는 시장

문화와 예술이 접목된 시장으로 잘 알려진 대인시장은 시장내에 예술가들이 입주해 예술야시장을 개최하며 전국 각지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공공미술작품은 물론 전통시장의 푸근한 인심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객은 더욱 즐겁다. 아마 시장을 거닐다 보면 카메라를 들고 골목을 누비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텐데, 그만큼 대인시장이 볼거리가 많은 시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1973년 광주의 중심지인 대인동에 자리 잡은 대인시장은 점포 수가 약 400개에 달하며, 생선과 건어물은 물론 수산물 거래량이 많다. 최근에는 횟집이 많이 생겨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인시장과 예술의 만남은 광주비엔날레의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됐다. 일상 속에서의 예술을 표방한 이 프로젝트는 비어 있던 점포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작업실로 활용하면서 대인시장을 예술시장으로 변신시켰다.

먼저 대인시장의 한 평 갤러리로 가보자. 한 평 갤러리는 한 평이라는 공간에 작가들의 영혼을 가득 담은 전시를 볼수 있도록 하고, 시장 상인들과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오픈한다. 주제도 심연(深淵)’, ‘오월, 어느 날’, ‘한글공생전등으로 다양하다. 시장 곳곳에 그려진 벽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빈 벽에 야구선수, 빈 상점의 셔터에는 역도선수 장미란, 시장을 돌며 리어카 행상을 하는 사람 등 벽화의 주제도 다양하다.

매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대인예술야시장에 가면 시장과 예술이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거리공연을 즐기며 해물이 가득 들어간 오뎅, 소고기큐브스테이크, 삼겹살김밥 등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맛보는 것은 덤이다.

아시아 예술의 중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인시장의 유명한 먹거리는 바로 순대국밥이다. 순대가 가득 들어 있는 순대국밥을 2인분 이상 주문하면 순대 한 접시가 서비스로 나오는 푸짐한 인심도 느낄 수 있다. ‘나주식당영광식당이 유명하다. 시장을 걷다 허기가 느껴진다면 장깡앞의 장터국수집을 가보는 것도 괜찮다. 시원한 멸치국물에 말아내는 국수 한 그릇을 단돈 1000원에, 매콤한 비빔국수와 바삭하게 방금 구워낸 부추전은 2000원에 맛볼 수 있다.

대인시장까지 왔다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대인시장은 광주 지하철 문화전당역에서 가까운데 대인시장에서는 도보로 약 20(1300m) 정도면 갈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에 위치해 있으며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창조원복합관, 예술극장, 야외무대등을 갖춰 다양한 전시·공연, 예술 프로젝트가 연중 펼쳐진다. 201692일부터 116일까지는 광주비엔날레를 만날 수 있다.

KTX 광주역에서 대인시장까지는 택시로 기본요금 거리, 버스는 지원 151, 송정 98, 금남 58번을 타면 된다. 광주지하철 1호선 금남로 4가역 3·4번 출구에서 가깝다.

 

중부 최대 전통시장 <대전중앙철도시장>

3호선 먹자역에서 만나요

대전중앙철도시장(이하 중앙시장)은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으로 불릴 만큼 그 규모가 상당하며 중앙종합시장, 중앙상가시장 등 여러 개의 단위시장이 모여 있는 종합시장이다.

이에 중앙시장은 한의약거리, 한복거리, 먹자골목, 건어물거리, 생선골목 등으로 블록이 나누어져 있다.

중앙철도시장으로 명칭이 변경된 이곳은 대전역 바로 길건너편에 위치해 상권이 형성되면서 접근성이 높아 하루에도 수백 명의 단골이 다녀간다. 중앙시장은 귀금속, 한복, 침구 등 혼수품을 주력으로 하며 의류, 그릇, 식품, 생활잡화 등의 점포 수가 3000여 개에 이른다.

시장은 철도시장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테마에 따라 3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1호선은 웨딩을 테마로 메가한 복역, 주단역, 혼수역으로 구성돼 있고, 2호선은 패션을 테마로 귀금속역, 침구역, 패션역으로 꾸며져 있다. 3호선은 푸드를 테마로 먹자역, 요리역, 잔치역 등으로 조성했다. 이처럼 중앙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고, 이정표 역시 잘 갖춰져 있으니 찾아다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시장에는 중부 최대 전통시장 이외에도 먹거리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따라 다닌다. 푸드를 테마로 한 3호선 먹자역 치킨골목으로 향해보자. ‘스모프치킨은 대전사람이라면 이미 맛봤을 테지만, 주인장은 깐풍보약치킨, 자연땡초치킨, 매콤달콤쫄간장치킨 메뉴를 추천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매장에는 테이블도 꽤 준비돼 있으니 맥주와 함께 즐기기 좋다. 스모프치킨과 함께 중앙시장에는 함경도식 만두국으로 유명한 개천식당이 있다. 토속적인 맛을 자랑하는 만둣국은 특이하게 당면이 듬뿍 들어가 있고 사골로 육수를 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싱그러운 자연에서 취하는 휴식

중앙시장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7km)에 있는 한밭수목원은 하루가 뉘엿뉘엿 해가 저물 때쯤 방문하면 한국의 다채로운 풍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밭수목원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열대식물원이 있는 동원과 시립미술관 및 문화예술의 전당과 가까운 서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목원에서는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수많은 식물을 볼수 있고, 탁 트여 있는 푸른 잔디 광장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대전을 왔다면 즐길거리가 많은 유성에 한 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다. 유성은 특히 온천이 유명한데 여기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온천 족욕장이 있다. 유성온천공원에 마련돼 있는 족욕장은 천연 온천수를 사용하며 온도는 39~42를 유지하고, 이용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족욕장 주위로는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해 마치 숲속에서 족욕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책을 읽으면서 족욕을 할 수 있도록 책도 구비해뒀다. 저녁엔 은은한 조명으로 분위기 있게 즐길 수 있다. 중앙시장에서는 차로 약 30분 거리(12km)에 있다.

중앙시장은 KTX 대전역 맞은편에 있으며, 대전지하철 2호선 대전역에서 하차하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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