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농업인이 힘을 모으는 농업인 행복시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동심동덕(同心同德)의 자세로 농업·농촌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농협들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청년 농업인과 다문화가족, 귀농·귀촌인이 보다 쉽게 영농활동을 영위하고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영광신문은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이 제시하는 이야기들을 순차적으로 게재한다. <편집자 주.>

 

함께, ‘공동체를 지향하다

인간의 잠재력은 조직화된 협동을 통해 극대화된다. 대규모의 협동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커다란 정체성을 구축해야만 하고, 이런 정체성은 대체로 과학적 사실보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은 그런 이상적 공동체를 위해 때로는 목숨까지 던지기도 한다. 영어에서 개인(individual)은 더는 나눌 수 없다(in+dividum)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인간이 사회라는 조직의 최소단위라는 의미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사회 밖에서 홀로 존재하는 개인은 없으며, 개개인의 삶과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가 가장 많이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활용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매체를 활용해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TV나 신문과는 달리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콘텐츠만 편식하게 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실제로 어떤 콘텐츠들은 분명 거짓된 내용인데도 이용자들이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인간 사회는 거대한 허구 위에 서 있다라는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주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사회 곳곳에서 상대의 말을 경청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연약한 심리적 고리와 결합하면 개인주의가 더욱 만연해져 사회적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사회의 공동체적 선이 약화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인성이 거칠어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고 존중하는 마음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개인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반드시 지켜야 할 공동체의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도덕적 가치가 결여된 개인주의는 언제나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기 때문에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즉 공동체의 입장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거나 없을 수밖에 없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공동체 사회에 커다란 패해가 된다.

공동체의 가치가 결여된 채 개인주의가 심화될수록 인간소외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 실제로 최근에는 1인 가구, 혼술, 혼밥 등 나 홀로 트렌드가 번지면서 사람 만나기를 꺼리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언택트(untact)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사람들 간에 접족이 줄다 보니 공동체의 주체인 개인들이 오히려 공동체에서 소외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둔 개인주의의 시대에 공동체를 재건하자는 말은 시대착오적 발상처럼 들린다. 공동체라고 하면 그저 개인을 구속하는 거추장스러운 집단화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사회가 개인들의 계약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개인은 구성원들과 더불어 공동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개인주의가 점점 이기주의로 변해가는 시대에 공동체를 재발견해야 하는 까닭은, 그것이야말로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할지를 찾는 데 하나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애정에 목마르고 고독한 존재들이다. 전통적으로 효에 기반을 두고 형성됐던 가족 간의 연대나 공동체 정신이 지금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만일 지구가 멸망해 다른 별로 가야 한다면 무엇을 가져가겠느냐는 질문에 효와 경로사상이 아름다운 한국의 가족제도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개인주의를 지향해온 서구 문화보단 가족을 중심으로 공동체정신을 실천해나가는 동양문화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공동체인 사회로부터 더욱 보호받고 싶어 하는 구성원의 요구도 내재해 있다. 거기에 이 사회가 손을 내밀어 공동체정신으로 이끌 수 있다면 개인주의가 가져오는 폐해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대중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이해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인 또는 조직에 신뢰를 보낸다. 협동조합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조직으로 그만큼 대중의 큰 기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만일 협동조합의 활동이 공동체의 가치와 목적에 어긋난다면 대중으로부터 쏟아지는 실망과 비난은 일반 기업보다 훨씬 클 것이다.

사람들의 협동조합의 공동체의식을 신뢰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협동을 잘 끌어낼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래서 협동조합 교육을 통해 깨어 있는 개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의식을 회복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상부상조의 협동정신이야 말로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고귀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농부는 를 놓치지 않는다

흔히 사랑은 타이밍이라고들 한다.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이 언제냐에 따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그냥 스쳐 지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한순간의 머뭇거림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 그때 고백했더라면, 그 말을 꼭 해줬더라면 하면서 놓쳐버린 그때 그 순간을 후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업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기존 제품보다 성능도 우수하고 디자인도 좋은 신제품을 내놓았다고 무조건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다. 언제 출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시기를 맞추지 못해 실패한 제품이 이외로 많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팩스도 특허를 받은 지 80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활용됐고, 바코드 역시 발명된 지 20년이 지나서 상용화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8은 터치스크린 방식의 신개념 운영체제였지만 터치스크린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도입 시기가 너무 빨라서 실패한 사례다.

반면 세월호의 비극은 의사결정의 때를 놓쳐서 발생한 참사다. 수많은 사람이 탄식하는 이유는 사고 발생 직후 매 순간이 골든타임이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승객 전원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타이밍이 여러 번 있었지만 모든 기회를 놓쳤고,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때를 놓치지 않으려면 발생한 상황에 즉각 반응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간은 촉박한데 이것저것 재느라 문제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때를 놓치지 않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구성원 각자가 순간순간 대처할 수 있도록 판단력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눈앞에서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지시만 기다리는 어리석은 행동이 다시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당나라 이조(李肇)<당국사보>에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결정으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유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항아리를 가득 실은 수레 한 대가 좁다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날씨는 춥고 길을 얼음으로 뒤덮여 미끄러운데 길옆은 천길 낭떠러지였다. 수레는 항아리 무게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뒤로 빼자니 다른 수레들이 줄줄이 밀려오고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날은 저물어가고 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때 유파라는 사람이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타고 달려와 수레 주인에게 물었다.

수레에 실은 항아리가 모두 얼마요?

칠팔천 냥쯤 됩니다.

유파는 지갑을 열어 즉시 값을 치렀다. 그리고는 수레 위로 올라가 항아리를 모두 절벽 아래로 밀어버렸다. 잠시 뒤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밀려 있던 수레들도 무사히 갈 길을 갈 수 있었다. 과감한 결단력으로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사례다.

철부지(節不知)농사의 때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농사에서 절기, 즉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입춘이면 거름을 뒤집고 종자를 손질하며, 입추에는 마지막 풀매기를 해줘야 한다. 24절기 모두 때를 맞추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치게 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매 순간 타이밍을 예상하고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빌 케이츠도 인터넷이 이토록 급격히 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워런 버핏 역시 지금도 여전히 주식을 사고파는 시기를 포착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다만 이들이 남과 다른 것은 때를 알아차리는 직관력과 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과감한 결정력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눈으로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손을 뻗어 움켜쥐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기회를 찾으면 더는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눈앞의 때를 놓치면 후회와 탄식만 남게 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훗날 간절히 되돌리고 싶어 하는 순간이 바로 지금일 수도 있다. 그러니 매 순간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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