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자원의 저주란 자원이 풍부한 국가일수록 오히려 경제성장이 둔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자원의 이익이 특정집단에만 돌아감으로써 국가 전체는 빈곤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동 산유국의 경우 석유라는 자원 하나만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수 특정계층만이 부를 독점하고 있다. 또한, 국가경제가 관광산업과 같이 천연자원을 활용해 손쉽게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다른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그 결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기도 한다.(출처:영삼성 지식플러스’) 자원의 저주가 빚어지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생산의 대부분을 지하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의 발전이 더디다. 둘째, 광업에 생산력을 집중하기 때문에 제조업이나 첨단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셋째, 자원을 선점한 기업은 채굴 외에 어떠한 투자도 하지 않고, 이익의 일정액만 생산국가에 주면 되기 때문에 기술의 발전이 느리다. 넷째, 정부 역시 주어진 이익만 챙기고, 다른 산업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자원의 저주’)

석유와 지하자원을 원자력으로, 국가를 지자체로 대체하면 바로 영광군의 이야기가 된다. 811217일 건설허가를 취득하고 86825일 한빛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였다. 현재는 6호기까지 가동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에너지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시키고 있다. 한빛원전본부는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 일부를 해마다 다양한 형태로 지역과 지자체에 지원하면서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빛원전은 영광군 지역발전과 지역민들의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었을까? 확실한 결과는 한빛원전은 6호기까지 운영하면서 엄청난 성장과 부를 축적했지만, 영광군은 한빛원전 가동에도 불구하고 쇄락의 길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한빛원전이 건설허가를 취득한 1981년 영광군 인구는 120,871명 이었다. 이후 건설경기로 인구가 조금 늘다가 운영허가를 취득하고 상업운전을 시작한 1986년 인구가 109,758명으로 11,000명이 감소하였다. 2호기가 가동된 1987년은 106,389명으로 3,000명이 줄었고 3,4호기가 가동된 96년은 75,000명으로 급격하게 인구가 감소하였다. 그리고 5,6호기 가동된 2002년은 67,000명으로 결국 7만 인구도 붕괴되었다. 한빛원전 측에서는 억울하거나 억지 주장으로 받아드릴 수 있다. 원전지역에서는 자식을 키울 수 없고 농사를 지어도 팔수도 없어 떠난다는 결과보다는 자연스런 농촌지역 쇄락의 흐름이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이미 경험으로 알듯이 막대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원전을 유치하고 추가로 원전을 건설한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거나 인구가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그런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일부에서는 한빛원전을 통해 타 지자체보다 영광지역이 복지가 향상되고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사업을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맞다. 복지가 향상되고 다채로운 사업을 유치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우리 삶이 나아졌을까? 이용하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삶이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기가 쉽다. 비근한 예가 바로 세계 석유매장량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201569만 명이던 난민과 이주민이 올해 400만 명을 넘어섰다. 석유매장량 1위 국가의 국민들이 살기어렵다고 그 나라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석유로 인한 막대한 수입을 특정 집단이 독점하여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우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한 복지예산만 늘린 결과이다. 해마다 막대한 원전 상생자금을 받으면서도 인구가 줄어들고 농수축산업 이외에 별다른 먹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한빛원전이 가동되고 3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영광군의 주축 산업은 농수축산업이다. 여전히 영광굴비와 모싯잎송편, , 고추가 영광군 경제를 떠 바치고 있다.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왜냐면 영광다운 제품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영광에 한빛원전이 들어오고 가장 큰 피해를 본 품목이기도 하다.  

이럼에도 한빛원전의 거만함과 무사 안일함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빛원전 1호기 수동정지 사건이 발생하고 2주가 지나서야 마지못해 사과문을 올리고, 농특산물 판매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로 군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안위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회사만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모습이 한빛원전의 본모습이다. 이제는 원전을 통해 영광군이 발전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도 한빛원전에 기대고 안주했던 나약한 생각을 벗어던지고 에너지 식민지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이 땅의 주인으로써 목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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