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마디로 멋져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마음을 당기는 곳”

코끝 감당할 수 없는 향기에 사람 발길 절로 붙들려

 지리산 백두대간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 조금만 눈을 들어도 바래봉 세걸산 정령치로 이어지는 능선이 도화지에 새긴 듯 선명하게 들어오는 곳. 그 백두대간을 오르다보면 산자락 어디쯤에선가 코끝을 감당할 수 없는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전북 남원시 운봉읍 지리산들꽃다물농장(대표 박선주·48)이 그곳에 있다. 박 대표의 농장은 임야 72600에 호두나무 2000, 산사과나무 200, 수양홍도(개복숭아) 2000주를 비롯해 도라지, 더덕, , 부지깽이, 고사리, 명이나물 그리고 20여 종에 이르는 허브로 가득하다.

그 산자락 바로 아래로는 밭 13,200가 가지런히 이랑작업을 끝낸 듯 말끔하다. 곳곳에 씨감자 박스와 퇴비포대가 놓여 진 걸로 봐서 곧 감자심기를 할 모양이다. 밭 한쪽에는 잘 가꾸어진, 3년 됐다는 블랙커런트가 새싹을 틔웠다. 산에도 들에도 봄은 이미 무르익었다.

요즘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귀농해서 한시도 한가할 틈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서서히 서두르지 않고 아이를 기르는 마음으로 심고 가꾸고, 조금씩 거둬가면서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더불어서 함께 사는 지혜도 얻었습니다.”

박 대표의 고향은 전남 영광이다. ·중학교를 마치고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찾아 인천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주경야독하며 고등학교를 마쳤다. 그리고 22살의 나이에 결혼을 했다. 남편 고광민씨(40)는 광주가 고향이다.

박 대표는 광주에서 기계공고를 나온 남편을 따라 기계 계열 회사에서 20여 년을 근무했다. 그러다 회사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창업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회사 생활과 개인 사업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기술은 최고였지만 영업이나 일반적인 사회생활에서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서히 귀농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농사를 많이 짓고, 또 농사에 얽매여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냥 지리산을 좋아했고, 그래서 지리산 자락을 선택해 구입했는데, 조금씩 농지로 바꾸면서 손을 대다보니 계속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은 완전한 농사꾼이 되어버렸습니다.”

박 대표의 농장 최고 자랑은 산이다. 그 산속에 모든 것이 있단다. 우선 온갖 과일나무가 자란다. 어릴 때 산에서 자주 봐왔던 개복숭아, 으름 등 다양한 토종 산열매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 더덕과 도라지 향기에다 각종 허브 향까지, 이곳이 바로 낙원이지 않을까.

산은 한마디로 멋져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마음을 당기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요. 그래서 시골생활을 유지하려면 밭농사가 중요합니다. 감자 등 다양한 밭작물은 꼭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절대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요. 물론 장기적으로는 산에서 주는 수확의 기쁨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귀농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소통이 없이는 농사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리산친환경자연농업연구회 부회장, 남원시 정보화 농업연구회 총무, 남원명품농업대학 친환경농업반 대표, 친환경인증동아리 대표 등등 많다. 가끔씩은 친환경농자재 만들기 재능을 실습시키고 기부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산림아카데미 최고경영자과정, 임업진흥원 산림복합경영자과정, 전북농식품인력개발원 농업CEO MBA 과정, 4차산업혁명아카데미 과정, 순천대학교 창업지원단 아이템사업화 과정, 자유학기제 체험농장 교사 양성과정, 친환경농업 조직화와 농업회계프로그램 활용, 농식품 유통 마케팅 과정 등 많다.

박 대표는 공동체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삶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농장 이름의 다물은 언어적으로 되물의 이두식 한자 다물(多勿)입니다. 되찾는다, 다시 회복한다는 재생과 치유의 의미를 담고 있지요. 꾸준히 이곳에 많은 귀농인들이 함께 터를 만들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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