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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맛 철따라 해산물(3)
강구현
2019년 06월 24일 (월) 10:24:46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머리빡이 벗겨질정도로 날이 뜨거워야 민어가 잘 잡 잡히는 것이여'' 어부들의 말처럼 민어는 한여름 뜨거울 때 활동을 한다. 그래서 민어는 삼복더위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통째로 고와서 뼈만 빼낸 뒤 어죽을 끓여먹으면 좋다. 회로 먹을 때는 다른 생선과는 달리 활어로 먹기보다는 얼음에 재워두었다 선어로 썰어 먹으면 그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민어를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부레(일명 민어 풀)인데 이 것은 초장이 아닌 기름소금에 찍어먹어야 그 쫀득쫀득한 진짜 맛을 느낄 수 있고 매운땅으로 끓여도 좋다. 그리고 민어풀은 아교질이 있어서 옛날 연날리기 할 때 연싸움(상대방연줄과 나의 연줄이 서로 교차시켜서 상대방 연줄을 끊어내는 놀이)에서 이기기 위해 연실에 사를 먹이는(유리가루를 연실에 달라붙게 하는 것) 재료로도 쓰였다.

입으로 먹는 맛보다 먼저 눈으로 보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고기로 부서(일명 부세)가 으뜸이다. 그물에 걸린 부서를 건져올릴 때는 눈이 부실정도로 찬란한 황금빛을 머금은 이 고기는 마치 그 몸둥이에서 금가루가 뚝 뚝 떨어지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다. 옛날 배고픈 시절 가난한 집 아이들이 못먹어서 몸이 야위어 갈 때 부서잡이 배 한사리만 따라갔다 오면 살이 찐다고 했다. 부서 국의 영양가가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참고로 부서는 조기처럼 육질이 너무 연하고 부드러워서 탕이나 찜 또는건어물용으로만 쓰인다.

필자에게 서해안(칠산바다) 대표어종을 세종류만 정하라면 서슴치 않고 부서, 민어, 농어를 추천하고 싶다.

칠산바다에 서식하는 농어로는 민농어와 점농어 두 종류가 있는데 횟감으로나 매운탕감으로나 점농어가 훨씬 맛이 좋다.

원래는 산에 사는 짐승이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니 산신령이 ''너는 바다로 가서 살아라.'' 라고 해서 ''예 그러면 가오리다'' 라고 대답한 뒤 물고기가 되었다는 가오리는 탕으로나 찜으로나 횟감으로나 마른안주감으로나 어떻게 먹어도 손색이 없다. 가오리요리에는 된장이 필수재료이며 찜을 할 때는 간(일명 가오리 애)를 고기에 발라야 진짜 가오리찜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간은 날걸로 썰어서 기름소금에 찍어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데 완전 기름덩어리라서 세 점 이상 먹으면 탈이 나기 쉬우니 아무리 맛있어도 과식은 자제해야 한다.

가오리가 산에서 살다가 바다로 간 뒤 산신령이 용왕한테 부탁해서 가오리 대신 산으로 가져온 바다식물이 있는데 다름아닌명감나무(청미래넝쿨)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가오리고기를 먹고 체하거나 탈이 났을 때 이 명감나무 즙을 내서 먹으면 곧바로 나아진다.가오리와 명감나무는 상극관계인 것이다.

여름철 식용 패류로는 백합 바지락 동죽 토합(토끼조개) 등이 제 철 어종에 속한다.

서해안의 모든 패류는 껍질 속에 모래나 흙을 머금고 있기 때문어 바닷물에 담궈서 해금을 시켜야 하지만 잡은 즉시 먹어도 되는 유일한 패류가 백합이다. 껍질에 새겨진 천연색의 천차만별 기하학적 무늬가 보기만 해도 신기한 백합은 가히 패류의 으뜸이라 할 수 있는데 생합의 껍질을 까고 그 속에 머금은 물과 함께 먹으면 따로 첨가할 양념도 필요없이 저절로 간이 딱 맛는다. 바지락은 산란기가 지난 6월 이후부터나 생식이 가능하고 해금을 한 뒤 껍질 째 된장을 약간 풀어서 끓이면 음주 후 속풀이로는 최고다. 알맹이는 젓갈로 담아먹으면 그 맛 또한 여름철 밑반찬으로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서해안 어디서도 찿아보기 힘든 귀한 패류가 되어버린 토합은 그 크기가 죽합의 절반도 안되지만 육질이나 맛은 그 어떤 패류보다 뛰어나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젯상에 올릴 탕국을 끓일 때 반드시 이 토합을 썼다. 토합은 추석이 지나면 점점 살이 빠지고 맛도 심심해진다.

그 외에도 과거 영광 연안의 갯벌에 서식했던 나박이란 조개가 있었는데 지금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멸종해버리고 없다. 혹시 나박이 있다 해도 이 조개는 절대 날것으로 먹어서는 안된다. 먹는 즉시 목이 아프기 시작하고 동시에 목소리조차 이상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찹쌀죽을 끐이면 천하일품의 맛을 낸다. 사시사철 나오는 동죽은 조선간장과 적당한 량의 식수에 넣고 양념을 해서 국물과 함께 떠먹으면 개운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오염된 환경 속에서도 잘 자라는 모시조개(가무락)는 알맹이를 끓인 국물이 조미료를 대신할 정도로 감칠맛이 난다.

그 외에도 이야기 해야 할 칠산바다의 어패류나 해조류가 많이 있지만 지면관계상 다음을 기약한다.

제아무리 산해진미라도 자리가 불편하면 별 맛을 느낄 수 없지만 맹물에 소금을 타서 마시더라도 좋은 사람과 함께 먹으면 천하진미가 되는 법, 뭐니뭐니 해도 음식맛은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어먹는 사람 맛이 제일이다.

철따라 종류별로 특별한 맛을 즐길수 있는 영광 수산물의 별미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연의 오묘한 신비와 생명력 그리고 인간의 오랜 경험이 어우러져 함께 빚어내는 방대한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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