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존엄성을 말살하는 인간동물원

백인들의 선민의식과 극단적인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실례가 있다.

19세기후반,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식민지의 원주민이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앞 다투어 인간동물을 전시해왔다.

인간동물 전시는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탐험의 증거로 6명의 인디언들을 끌고 와 스페인 왕실 궁정에 전시한 것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89년 파리 세계박람회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곳도 'Negro Village'라는 흑인전시장이었는데 28백만 명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였다.

독일에서도 함부르크 히겐베크 동물원에 'Negro Village'를 설치했으며 한 겨울에도 그들의 전통의상인 반나체로 살기를 강요하면서 수 십 명의 흑인들이 추위에 얼어 죽었다.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주요 도시에는 인간동물원(Human Zoo)들이 성업 중이었으며 미국과 호주, 일본 등지에서도 동물원이나 박물관 등에 유색인간을 전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타벵가와 호텐토트 그리고 조선동물

1906년 미국 뉴욕시 브롱스 동물원은 피그미족인 오타 벵가라는 흑인이 원숭이 우리 안에서 진화가 덜 된 이상한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침팬지를 안고 있는 모습을 공개하였다.

23살의 피그미족 청년인 오타 벵가는 고향 아프리카에서 노예사냥꾼에게 끌려와 만국 박람회에 전시되다가 뉴욕의 한 동물원으로 팔려갔던 것이다.

사람들이 원숭이 우리 안에 갇힌 그를 보기위해 줄을 섰는데 백인 아이들이 침을 발라 넣은 치즈 토막과 비스킷으로 연명했으며 벌거벗은 채 대소변을 보는 모습까지 보여줘야 했다.

1810,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이산족이었던 사르티에 바트만이라는 소녀역시 영국인 선교사에게 끌려와 기괴하게 생긴 동물 취급을 받으며 유럽을 순회해야만 했다.

백인들과 달리 까만 피부에 툭 불거져 처진 눈두덩, 큰 가슴과 뒤로 튀어나온 엉덩이를 가졌다는 이유에서였다.

호텐토트(코이코이를 의미하는 네덜란드어)의 비너스라고 불리던 바트만은 벌거벗은 채 술집에서 춤을 췄으며 심지어 동물 조련사에게 팔려 서커스단에 끌려 다니기까지 했다.

결국 사창가에 넘겨진 그녀는 알코올 중독, 매독 등에 감염되어 프랑스 파리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았으나, 고통스런 얼굴로 눈을 감은 채 서 있는 그녀의 나체 모형은 박제되어 파리 인류 박물관에 진열되었으며 발라놓은 뼈와 뇌, 생식기가 1976년까지도 전시가 되었다.

구한 말 190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박람회에도 살아있는 조선 사람이 진열된 적이 있었다.

상투를 튼 남성과 장옷·한복을 입은 여성이 눈을 깜박거리며 떨고 서 있었는데 조선 사람조선 동물로 비하된 데 격분한 조선인 유학생들이 본국에 이 사실을 알렸으며 당시 대한매일신보에서 이 끔찍한 사건을 보도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튀기와 잡종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튀기란 본래의 의미인 수나귀(또는 수말’)와 암소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라는 말이었지만 좀 더 확대되어 다른 종족 사이에서 태어난 짐승의 새끼라는 의미로 발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말은 다시 짐승에서 인간에게로 확대 적용되어 다른 종족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의미로 변했으며 6.25전쟁을 겪으면서 흑인 미군병사와 한국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부르는 말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튀기와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는 잡종이라는 말도 이계간(異系間), 이품종간, 이종간, 이속간(異屬間) 등 유전적 배경이 다른 짐승끼리 교잡하여 생긴 개체를 뜻한다.

즉 사자와 호랑이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거나 숫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 등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달 한 행사장에서 다문화가족 자녀를 비하하는 잡종강세튀기라는 표현을 사용한 정헌율 익산시장의 망발에 전국의 다문화가족들이 분노를 하고 있다.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익산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다문화행사의 축사에서 잡종강세라는 말을 했다.

언론보도 후 여론이 악화되자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 ‘당신들은 잡종이다.’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해명을 하면서 다문화가족들의 분노를 더 키우고 말았다.

정시장은 이런 발언이 인종주의적 편견에 입각한 심각한 차별과 인종혐오라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자질 부족한 정치인에 다름 아니다.

뒤늦게 서야 시청직원들까지 동원하여 인권감수성 교육을 받는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여론의 화살을 피해보고자 하는 얄팍한 술수라고 밖에는 믿겨지지 않는다.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고자 유색인간들을 동물원에 전시했던 백인들의 비도덕적이며 비상식적인 무지렁이 같은 행태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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