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 故 신동길씨 살아생전 제주도 여행 소원 이뤄

국군 포로였던 신동길씨는 15년 전인 20046(영광신문 2004729일 보도) 큰아들, 며느리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탈북, 중국을 거쳐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19496월 입대한 '국군 1' 출신이다. 195012월 평안북도 초산군 전투에서 포로로 붙잡혔다. 이후 55년을 북쪽에서 지냈다. 탄광에서 하루 종일 땅굴을 파거나 석탄을 캐는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고 한다. 이때 얻은 폐질환이 평생 갔고, 폐암으로 끝내 지난 달 27일 눈을 감았다.

고인은 살아생전 소원이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후원으로 지난달 1일 아들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한 고인은 다른 국군 포로들과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다. 동료들의 안부 인사에 수술을 해도, 안 해도 생이 7개월 남았다고 하네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여기는 와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고인은 고향 영광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물망초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지난 20056월을 남쪽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았다고 한다. 탄광 폭발음으로 청력이 손실된 그의 사연을 듣고 전남대병원과 보청기 회사가 인공달팽이관 이식 수술비 800만원을 지원했다. 그는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았다고 했다. 남한에 정착해 명문대를 졸업하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손녀딸도 고인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손녀가 취직하자 '우리 손녀가 준 돈'이라며 후원금 10만원을 물망초에 기탁했다.

730일 대전현충원에서 그의 영결식이 열렸다. 정한수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예비역 준장)이 고별사를 읊었다. “어르신은 평생을 외롭게 살았지만 이 시대의 영웅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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