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갑자기 날아든 소행성과 충돌해 지구가 망할 가능성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앙으로 인해 지구가 망할 가능성 중 더 높은 쪽은 어디일까? 단언컨대 후자다. 소행성 충돌은 현대 과학기술력으로 충분히 예측가능하지만 기후대재앙은 절대로 예측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의 나이를 46억년이라고 할 때, 이를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지구에 인류가 존재한 시간은 고작 0.75초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찰나의 순간에 인간은 지구 환경을 광범위하게 파괴했고 그 대가로 대재앙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류역사에서 기후변화의 문제는 협동에 기반한 농업 생산방식이 아닌 경쟁에 기반한 산업 문명이 빚어낸 비극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산업 문명은 자연자원의 고갈과 환경의 파괴를 가져왔다.

기후변화와 농업의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농업은 기후변화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고, 새로운 해결자역할도 할 수 있다. 농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5%를 차지하는데, 농산기업 중심의 관행농 증가에 따른 연료 연소, 즉 이산화타소 배출량까지 증가하고 있다. 가해자의 모습이다. 동시에 농업은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가장 취약한 분야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기후도 점차 아열대성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2100년까지 약 700조원의 피해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기온이 1높아질 경우 벼 생산량은 152천톤이 감소해 2100년까지 총 608천톤이 감소할 것이다. 농산기업 중심의 관행농법은 식량 생산량의 증대를 위해 농약의 사용, 기계화, GM작물 생산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식품안전성이 악화됨은 물론 농업을 온실가스 배출의 원천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가 가중되면서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고 몬산토, 카길과 같은 다국적 농산기업의 식량 독점이 심화되면서 식량 분배의 불평등으로 인한 소요사태로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농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기후변화의 해결자가 될 수 있다. 농업은 이산화탄소를 흡수에 토양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벼 생산지의 경우 이모작을 한다면 토양의 탄소 고정 효과에 의해 흡수량이 배출량의 4배 가까이 된다. 옥수수의 경우에는 16, 콩은 23, 고구마의 경우 31배의 탄소를 토양에 붙잡아 둘 수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가 커지면서 농업 관련 국제단체들은 식량위기와 기후변화에 동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농과 유기농 중심으로 농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농업이 가진 기후변화 해결자로써의 자정능력을 극대화하면서 가해자이자 피해자로써의 모습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각국 농민들의 연대단체인 비아캄페시나(La Via Campesina)’는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을 기반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이를 기후변화 대응책과 연계해 육성 지원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국제협동조합연맹은 성명서에서 협동조합은 기후변화에 도전하기 위해 일어나고 있으며, 전 세계의 여러 국가와 부문에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천명했다. 이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는 가치와 원칙 아래에 운영되며 그들의 공동체를 돌봐왔기때문에 협동조합운동은 지구를 구하는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유기농을 적극적으로 구매할 때 관행농에서 유기농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은 확대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농산물과 지역 먹거리, 생활재 등을 구입하고, 화석연료나 핵에너지가 아닌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을 구매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일상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소비로 차이를 발휘하는 능력, 윤리적 소비윤리적 생산을 이끌어낸다. 식량위기와 기후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생명공생을 위한 협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에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친환경 유기농업이 가진 대안적 기능은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과제는 관행농을 줄이고 농업 전반을 소농과 유기농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농업 농민의 지위를 격상하고 거대 농기업이 아닌 지역의 소농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기후변화와 식량문제, 세계적인 불평등 구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농업정책의 결정권을 농민에게 환원하고 지속가능한 로컬푸드시스템, 지역 먹거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건강한 식량경제 패러다임을 짜야 한다. 생산과 축적, 약탈과 경쟁의 논리 대신 농업과 협동의 본원적 가치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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