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 농협중앙회 영광군지부장

우리나라는 1995WTO 출범 당시 자기선언을 통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왔고,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농업과 기후변화 부문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여 농산물 관세와 보조금정책에서 선진국보다 혜택을 받아왔다. 관세부분을 보면 특별품목으로 지정하여 의무수입량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쌀의 경우 513% 관세를, 고추는 270%, 마늘 360%, 양파 135%의 관세율을 적용 국내시장을 지켜왔다.

정부는 우리가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이는 미래의 WTO 협상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는 기존협상을 통해 확보한 특혜는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설사 당장 피해가 없더라도 차기 무역협상이 진전돼 타결이 되면 특별품목인 쌀은 관세율이 154%, 양파는 41%까지 내려가면 값싼 수입농산물이 국내로 밀려와 쌀, 고추, 양파, 마늘 등은 우리 영광지역이 주산지여서 농업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연간 최대 14900억원까지 지급되었던 보조금 한도는 8195억원으로 내려가 농업인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크게 줄게 된다.

그동안 우리 농업인들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내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농업계의 요구에 무관심하거나 농업계와의 약속이행을 등한시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지난 2015년 한중FTA 국회비준 당시 농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여야정(與野政)이 합의하고 민간기업들이 동의하여 만들어진 기금으로 FTA를 통해 이익을 얻는 민간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조성하여 상대적으로 손실이 불가피한 농업계에 농어촌자녀 장학사업, 농어촌 의료 및 문화지원 사업, 주거생활 개선사업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이 기금은 2017년부터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정부와 기업들의 외면 속에 올해까지 3년간 조성된 기금액은 목표액의 21.5%643억원에 그치고 있으며, 이중 민간기업이 출연한 금액은 73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기업이 출연했다.

FTA 외에도 우리농업 ·농촌은 급속한 고령화와 잦은 재해 그리고 농업 홀대 정책 등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수 십년후 소멸되는 지역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언젠가 내 고향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자. 참 끔찍한 일이다. 내 고향은 어머님 품과 같다. 휴식이 필요할 때 그리고 기쁘거나 힘들 때 등등 나를 지탱해주고 응원해주는 어머님 품 즉 돌아갈 고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경제 특성상 수출위주의 경제현실에서 개방농정은 불가피 하다 해도 이번에도 실망이 크다. 준비는 없고 추후 협상결과 때까지는 기존 혜택이 유지된다는 말만 하고 있다. 한숨만 나온다. 제발 농업·농촌에 활력과 희망을 주기 바란다. 그 희망은 정부와 국민의 몫이다. 정부는 농업인들이 외국농산물과 싸워 이겨내도록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되도록 실질적인 정책지원을 해야 한다.

현실을 인식해야 개선점과 대책이 나올 수 있기에 우리나라 농업현실을 알아보자. 농가인구는 급속히 감소하고 있고 고령화는 심각하다. 2000403만명이였던 농가인구는 지난해 말 232만명으로 줄었으며, 농촌인구의 절반이상이 65세 이상이고 고령화율은 44.7%. 경작면적 1ha미만의 소농이 무려 64%. 낮은 생산성 때문에 20년째 농업소득은 10백만원~12백만원에 정체되 있고, 농가소득은 2018년말기준 4,207만원으로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6,482만원)65%로 낮으며, 농가소득대비 직불금 비중은 2.7%로 유럽연합(EU) 평균 28.8%와 비교하면 10%도 안되며 이 또한 전체 직불금의 절반가량을 상위 10% 대농에 집중되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1970136.4kg에서 2018년도 61kg으로 줄었고,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1.7%에 불과하다. 노동력 부족을 대체할 기계화율을 보면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벼 농사는 기계화율이 98.4%로 높은 반면, 밭농사의 기계화율은 60.2%에 불과하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일손부족 해소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청년 후계농 육성에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부모님의 가업을 잇는 후계농을 최우선적으로 육성하면 어떨까? 이들은 부모의 영농기반과 기술을 전수받아 상대적으로 농촌정착이 쉽고 젊은 세대의 감각을 영농에 접목한다면 새로운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들이 좋은 사례다. 이 대학은 입시전형에서 부모의 영농기반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졸업후 영농정착 비율이 95%(일반 농업대학 졸업자는5%)로 높고 이 대학 졸업생들의 소득은 일반농업인들의 2.4, 도시근로자의 1.4배로 높다. 또한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에 빠르게 정착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도농간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농업인 공익수당(가칭)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내년부터 전남도는 시군과 함께 농민수당을 도입한다. 정부도 내년 예산에 공익형직불금을 반영한다고 하니,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가치 등을 공익형직불제 내용에 담아 실제적으로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도록 살피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밭농사의 기계화율을 높이며, 여성농업인 비율이 51%로 높고 여성들이 밭농사에 주로 종사하기 때문에 여성친화적인 농기계의 개발과 보급도 서둘러야 한다. 농업의 반도체인 종자산업은 농업의 꽃이다. 기술개발과 투자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한 앞선 IT기술을 접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수출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 특히 할랄시장을 주목하자. 전세계 인구가 25%가 무슬림이고, 식품시장 규모도 무려 2,800조원에 이른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k-pop, k-뷰티와 같이 k-푸드를 세계인의 밥상에 올려보자.

우리 국민들도 수입농산물보다 상대적으로 신선하고 안전하며 믿을 수 있는 국산농산물의 애용을 통해 우리 농업인들을 응원해주기 바란다. 그 첫걸음은 아침밥 먹기다. 아침밥을 먹으면 뇌 활성도가 높아지고 집중력과 학습능력이 좋아진다고 하니 학생들에게 특히 권장하며, 고혈압과 당뇨 등 성인병 예방율을 높혀 준다(미국 하버드 연구결과)고 한다. 국산 김치 애용으로 배추, 고추, 마늘, 양파, 대파 등 양념류 채소와 지역 특산품인 천일염 소비도 진작하여 우리농업·농촌에 희망을 주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