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책읽기 운동 독후감대회에서 장원에 선정된 영광읍 백학리 이숙(64) 씨의 사연을 들어봤다.

 

등장인물에 공감, 꾸밈없는 생각 글에 담아

평소 인문학 동아리 활동 글공부도 열심히

60대 할머니는 7살 손녀딸에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법을 배웠다. 손녀에게 배워 직접 찍은 영상 속 귀여운 손녀딸을 보며 웃는 할머니가 이번 ‘2019 한 책읽기 운동 독후감 대회장원의 주인공이다.

영광읍 백학리 이숙(64) 씨에겐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쓸 데라곤 통화, 문자, 사진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열중하는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밴드·인스타그램 등 SNS는 이 씨에겐 낯선 세계다. 그렇기 때문에 SNS를 통한 인간관계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열흘간의 낯선 바람을 읽은 이 씨에게 주인공 송이든보다 등장인물인 핑크할머니가 머릿속에 남는다. 세월 가는 줄 모르고 키워낸 자식들이 하나둘 가정을 꾸려서 떠나고 안부인사도 전화 한 통으로 끝나는 핑크할머니의 사정이 남 같지 않다. 자식걱정에 건강 걱정, 치매 걱정까지 여전히 걱정 속에 사는 노인의 외로움에 크게 공감하며 글을 썼다.

독후감을 쓰려고 몇 번 더 읽다 보니 스마트폰과 SNS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아챘다. 한 집에서도 대화 없이 핸드폰으로 소통하는 가족들, 아주 어린 아이조차 스마트폰에 푹 빠진 모습, 스마트폰에 열중하며 도로가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 씨는 장단점이 있음에도 세상이 어지럽기 때문에 충분히 좋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과하게 쓰니까 문제가 된다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공부도 잘 했다는 이 씨는 여자라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가정을 위해 안 해본 일 없이 살다가 젊은 날 못 배운 게 한이 남아 60세가 다 돼서 검정고시를 봤다. 15년도 당시 영광에는 학원도 없어 교재로 혼자 공부하며 60세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뒤늦게 그토록 원하던 글공부도 시작해 꾸준히 글을 써 상도 여럿 받았다. 인문학 독서 동아리인 인썸에서 활동하며 책에 대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욕심을 쏟아낸 결과 이번 독후감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청년들과 책을 읽고 토론하고 독후감이나 서평을 쓰는 활동을 함께 하며 평소에 해둔 글공부가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씨는 한책읽기 운동은 우리 사회 문제를 다룬 책을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영광군민이 함께 읽을 수 있어 좋다책 제목에 끌려서 보기 시작해 느낀 걸 그대로 적어봤는데 저보다 좋은 글들이 많았을 텐데도 부족한 저에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가는 요즘 영광군민들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한책읽기 운동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이 씨의 바람이다.

화장실 갈 때도 책 한 권씩 꼭 들고 간다는 이 씨는 젊은 날 고생으로 거칠어진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한 자 한 자 글을 써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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