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소멸 위험에 진입한 전국의 시군구는 97개로 42.5%에 달한다. 소멸 위험 대상은 201375곳에서 201889, 201997곳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며 2020년에는 100곳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광역시도 중에서는 농산어촌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전남지역이 가장 소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0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32.4%1650만명이 될 전망이다. 2040년 전국 지자체 72곳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절반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문제는 시골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45월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구 감소 분석 보고서인 마스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일본의 지자체 중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는 저출산에 따른 자연감소에도 원인이 있지만 지방에서 대도시권으로의 인구 이동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일본 전체가 똑같은 비율로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은 인구가 격감하는 반면, 대도시는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은 한국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다.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이 인구를 유지하는 이유는 지방에서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의 인구가 소멸하고 마을이 붕괴한다면 결국은 대도시로 유입되는 인구마저도 사라져 수도권도 연쇄적으로 쇠퇴할 수 밖에 없다. ‘마스다 보고서는 이를 극점사회의 도래라고 명명한다. 인구의 자연적 감소만 놓고 본다면 완만한 하락곡선을 그리겠지만 젊은층의 인구유출에 따른 사회적 감소가 동반될 경우 인구 감소에는 가속도가 붙고 하락폭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마스다 보고서지방 소멸은 어느 시점부터 단숨에 가시화될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 상황을 벗어날 해법은 사실 간단하다. 대도시로의 집중을 막고 지방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변동 문제가 개인의 구체적인 삶과 마을의 정주 여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위기감을 공유해야 한다. 인구 감소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 고향 주소 갖기와 같은 안일한 대처로는 가속도가 붙은 지방 소멸의 속도를 제어하기 어렵다. 포스트 산업화 시대, 자본주의 저성장 국면에서 천편일률적인 기업 유치 전략도 이미 구닥다리 해법으로 전락했다. 지자체가 일자리를 늘리고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기업 유치에 의존해야 했던 시대도 있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산업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유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언제 철수할지 모르는 마당에 기업유치에만 목을 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스트 산업화 시대 일하는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속에서 지역은 커뮤니티와 유연한 노동방식에 기반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는 공간으로 재발견되어야 한다. 경제활동에서의 로컬한 특성의 확산은 성장일변도 시대에 잃어버렸던 커뮤니티를 회복하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시도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결국 키워드는 마을이다. 축소를 넘어 소멸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게다가 도시에 비해 경제-의료-교육-복지 인프라가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는 시골 농촌에서 마을의 재생과 복원은 사실상 생존이 달린 중대한 문제다. 주민들의 연대와 마을의 자급력에 기초한 내재적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1인 다양성의 시대에 경제-교육-복지-환경 등 삶의 각 분야에서 작고 다양한 노동들이 조화롭게 연결되고 선순환할 수 있는 마을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상생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마을 비전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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