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사진가 수필가

인류를 크게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으로 나뉜다. 유전학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는 최초의 인간들이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섞이지 않았던 혹은 적으로 만났을지도 모르는 인류 집단이다. 네안데르탈인의 소멸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크로마뇽인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으로 현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호모는 인류,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이라는 뜻이니 이름대로 슬기롭게 살아남은 셈이다. 200만 년 이상을 손에 돌덩이만 들고 살던 영장류가 어떻게 단 6천 년 만에 현재의 문명을 이루었는지는 수수께끼지만 인간의 문명은 이미 신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과거 30년과 앞으로의 30년 격차는 나이트 형제의 비행기와 우주 왕복선만큼의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미 회갑을 넘긴 기성세대가 약간의 두려움마저 느끼는 것이 어쩌면 정상일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앞 세대는 가고 새로운 문명이 자리를 잡았다. 기성세대의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의 급격한 신인류 문명이다. 이를 학자들은 포노 사피엔스라고 이름 지었다. 이제 손에 들어온 을 가장 잘 쓰는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불과 10여 년의 모바일 반란이 세상을 평정하고 경제와 돈 흐름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세상을 움직이던 제조업은 4차원에게 자리를 양보한 3차원의 공간처럼 침몰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통계에 의한 세계 재벌의 구조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이해를 위해 굳이 나열해 보면 1위 애플, 2위 아마존, 3위 구글, 4위 마이크로소프트, 5위 페이스북, 6위 알리바바, 7위 버크셔 해서웨이, 8위 텐센트, 9JP모건 체이스, 10위 삼성전자로 되어있다. 미국이 5위까지 독식하고 6위와 8위에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10위에 대한민국의 삼성이 겨우 적을 올리고 있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10위 삼성을 제외하면 모두 Ai산업이다. 삼성만 제조업으로 겨우 10위에 턱걸이를 하고 있지만 언제 내려앉을지 모르는 형국이다. 이제 제조업의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세계의 최고 기업들이 모두 핸드폰 안으로 들어갔는데 삼성은 이를 운영하는 기계인 핸드폰과 반도체 사업만을 고집하고 있으니 위험할 수밖에 없다. 세상은 이렇게 내 손안의 조그만 폰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가장 큰 변화는 금융과 유통 그리고 미디어에서 일어났다. 스마트폰 뱅킹은 은행의 구조를 바꿔버렸다. 현재 6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폰뱅킹은 은행의 지점과 CD기를 현저히 줄이고 있으며 지점이 없는 은행인 카카오 뱅크를 탄생시켰다. 카카오 뱅킹은 시행 1년 만에 이용 회원 1,100만 명을 모았다. 폰 안에서만 존재하는 은행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8년 통계는 은행 창구 이용률이 9.5%라고 밝혔다. 노인층 외에는 은행을 방문할 일이 없어졌다고 봐야한다. 유통계의 모바일 쇼핑 역시 전체 유통의 50%를 넘어섰다. 국내 시판이 없는 물건도 폰 터치 몇 번이면 해외구매로 바로 배송이 되고 배달의 기수와 요기요 등의 배달업은 국내 최고의 음식 유통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기업가치가 이미 7천억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해외여행 상품이 폰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오래 전이다. 여관과 식당 등이 모두 폰 안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혁명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는 1인 미디어의 장을 열었다. 누구나 개인 방송국을 개설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진 것이다. 5살 아이가 2,900만 독자를 가질 수 있는 곳이 유튜브이고 MBCKBS의 광고 홍보비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다. 실제 지상파를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곳이 유튜브 방송이고 개인 미디어 방송이다. 세계인이 손에 들고 다니는 폰을 매개로 한 미디어는 국내에서만 일부가 시청하는 지상파와는 스케일부터 다르다. 그야말로 미디어의 혁명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택시사업 역시 폰에서 자리를 잡았다. 우버는 미국에서 12명의 택시기사 자살을 딛고 자리를 잡았고 중국,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합법화가 되었다. 포노 사피엔스의 현재 실정이다. 세계 최고의 게이머들을 두고도 중국 텐센트에게 게임재벌 자리를 내줬고 아이들에겐 아직도 공부만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제조업의 마지막 자존심 삼성은 얼마 전에 하만카돈9조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했다. 대단하다. 하지만 제조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는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거기까지다. 포노 사피엔스는 폰 제조가 아니다. 기계를 제공해주고 Ai의 꿈은 내준다면 껍데기를 취하고 알맹이는 버리는 행위다. 미래 4차 산업 혁명은 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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