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영광신문 편집위원

2020년은 하얀 쥐띠 해

2020년은 12지간(支干) 중 첫 번째()인 쥐띠 해다.

특히 12지간과 함께 육십갑자를 이루는 10개의 천간(天干) 중에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경()이 백색을 상징한다고 하여 경자년(庚子年)인 올해를 하얀 쥐띠 해라 부르기도 한다.

하얀 쥐띠해라는 말이 황금돼지해라든가 붉은 원숭이해 등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언어유희일 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하지만 지난 일 년 동안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일들에 대한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밝음과 공평, 정직 등을 상징하는 흰색이라는 의미에 2020년이 왠지 좋은 해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지속적으로 자라는 날카로운 앞니 한 쌍을 가지고 있어 늘 무언가를 갉아야 하는 쥐는 전 세계적으로 1500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16()21()이 서식하고 있다.

설치류에는 음침해 보이는 재색 집쥐나 들쥐 외에도 귀여운 외모를 가진 다람쥐와 청설모, 하늘다람쥐는 물론 사람들이 사육하는 사향쥐나 캥거루쥐, 햄스터 등과 함께 국내에 수입되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대형 뉴트리아와 마못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인간에게 유해한 쥐

쥐는 렙토스피라, 톡소플라스마 등 다양한 병을 옮기는 유해동물이다.
중세시대 유럽에서 크게 창궐하여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흑사병(페스트)은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라는 세균이 일으키는 질병인데 이 세균을 옮기는 벼룩이 쥐에 붙어살기 때문에 매개체인 쥐가 마치 흑사병의 근원인양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
하여간 흑사병은 지난 1500여년간 전 세계에서 2억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에 들어서도 콩고와 마다가스카르 등 전 세계적으로 3500여명이 페스트에 걸려 죽어갔으며, 지난해 중국에서는 3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정부당국에서 17대의 헬리콥터를 동원해 133넓이의 땅에 14t이 넘는 쥐약을 살포하는 진풍경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쥐는 사람들 주변에 가까이 살면서 애써 가꾼 곡식을 축내기도 한다.

기아에 시달리던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 미국 대외원조처(USOM)의 제안에 따라 쥐잡기 운동이 대규모로 시작되었다.
1964년에는 전국에서 동시에 쥐잡기운동이 벌어졌는데 전국에 서식하는 6000만 마리에 이르는 쥐가 전 양곡 생산량의 20%를 먹어치운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었다.
쥐 피해가 많은 농촌 가정의 쥐 잡이 마리수를 확인하라는 당국의 지시에 따라 쥐꼬리를 잘라 짚으로 엮어들고 등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쥐

쥐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쥐는 사람과 유전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아 인간 질병을 연구하는 데 자주 이용되고 있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흰쥐는 선천적으로 색소를 만들지 못하는 알비노(albino) 계통으로 눈동자 색깔이 검은색이 아니라 분홍색 또는 붉은색을 띄는데,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373만여 마리의 실험동물 중 84%313만여 마리가 쥐라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우유()를 생산하는 동물도 쥐다.

인간의 유전자를 체내에 심은 쥐의 젖은 인간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어 조혈기능개선을 위한 약품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신생아의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선천적으로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아이들의 이유식 원료로도 사용이 되는데 이런 우유를 생산하는 쥐의 가격은 마리당 300만원을 홋가한다고 한다.

우유 1리터를 모으기 위해서는 4,500여 마리의 쥐가 필요하며 1리터당 가격이 무려 6,300만원에 팔린다고 하니 극과 극을 달리는 쥐의 양면성을 보는 것 같다.

아듀 2019

2019년의 한국사회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격랑 속에 매몰돼 혼란스러웠던 해였다.

한 해를 보내는 서운함이 늘 남아있는 일이기에 어느 해라고 아쉬움이 없는 해가 있었을까만 지난해는 유난히도 많았던 사건사고들이 우리를 슬프게 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제인 정권이 반환점을 돌면서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과 공수처법으로 국회는 일 년 내내 혼란을 거듭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를 필두로 유재수 감찰무마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의혹사건 등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진영논리에 내몰린 국민들이 양단으로 갈리면서 극심한 국론분열을 불러오기도 했다.

26명이 사망 실종된 헝가리 유람선 한국인 관광객 참사에 더불어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구속사건이 있었으며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비롯된 일본의 경제보복적인 수출규제와 이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 지소미아 파기,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 18번의 대책 속에서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부동산 가격, 33년 만에 진범이 밝혀진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등 그 어느 해 보다도 큰 사건들이 즐비했던 한 해였다.

이제 2019년은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수많은 사건사고들에 대한 평가를 먼 훗날 사가들의 몫으로 남겨둔 체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져 갔다.

경자년 새해에는 우리 군민과 영광신문 독자님의 모든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충만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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