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복목사(사랑의교회)

 요즘은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 때문이다. 즉 자신의 존재 가치에 의구심을 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주로 주부들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자신이 하는 밥 짓는 일, 빨래하는 일, 청소하는 일 등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별 의미가 없는 허드레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면 자신의 정체성(‘자신이 누구인가?’를 증명하는 것)을 자신이 하는 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일 자체도 사실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주부들이 집에서 하는 허드레가 어찌 무의미하거나 가치가 적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한 주부의 헌신이 없다면 어떻게 가정이 유지되고 남편이나 자녀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주부의 일은 편안한 가정을 이루게 하는 근간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주부의 일을 과소평가하는 데는 어떤 일이 직접적으로 만들어 내는 결과로 그 일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주부의 일은 직접적으로는 별로 특별한 것이 아닌 것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것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결과가 훨씬 중요할 수 있는데, 바로 주부의 일이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의 일은 직접적인 수입을 가져오는 직업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분명한 확신을 가질 때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존재 가치가 높아지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불행하다고 느낀다. 왜냐면 자신은 의미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울증의 근본원인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교회 안에서도 있다. 사람들에게 영광을 받고 즉각적인 결과가 있는 것은 제법 봉사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부수적인 일 즉 결과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 일에는 봉사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불평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왜냐면 상대적으로 그런 일은 하나님이 덜 기뻐하거나 의미가 적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어떤 것이든 믿음으로 하는 것을 하나님은 기뻐하신다. 어쩌면 드러나 보이지 않는 그것이 더 큰 상급일 수도 있다. 하나님은 은밀한 중에 보시고 은밀한 중에 갚으시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할 것은 하는 일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명하지 말고,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믿는 우리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 하나님의 자녀이다. 자녀답지 못하다고 해서 자녀가 아닌 것은 아니다. 못 생겼다고, 장애가 있다고 해서 자녀가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틀림없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그것은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제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야 한다. 하나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께 순종하며 사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하나님을 사랑하며 하나님께 순종하며 살고 있다면 우리는 자녀에 합당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의미는 외부로 들어나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믿음 안에서는 내적인 것이 훨씬 중요하다. 드러나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 것이라도 또는 직접적인 어떤 결과가 없어도 믿음으로 헌신하며 행한 모든 것은 다 소중한 것이고 의미 있는 것이다.


 


   영광신문 독자 여러분,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던 믿음으로 하고 있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인지를 평가합시다. 우리가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것이 가져오는 외적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것은 소중하며 중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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