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머리말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섰다. 민주주의의 꽃이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이라고 불리는 지방자치제가 이 땅에 부활된 것은 1991년이다. 당시에는 지방의회만 부활되었다가 4년 후인 1995년에 이르러서야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직접 선출함으로써 비로소 지방자치가 본격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는 이제 15년이 경과하고 있다.


 


그러나 15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안타깝게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를 제대로 내렸다거나 지방민주주의 꽃이 피웠다는 얘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의 개화는 고사하고 뿌리마저 흔들리고 있을 지경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민주주의의 위기는 주민들의 투표율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1995년 제 1회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8.4%였으나, 1998년 2회 지방선거 때는 52.7%로 3년 만에 투표율이 16%p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 2002년 3회 지방선거에서는 48.8%로 투표율이 유권자의 반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말았는데, 인천시의 투표율은 39.4%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였다.


 


분명히 오늘날 민주주의는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강하고 튼튼한 민주주의는 책임감 있는 시민들이 모두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정치 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으로 규정된 민주주의와 실천적 민주주의 간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 그래서 역설적인 말이지만 참여민주주의는 모두가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는 국민들의 철저한 무관심과 냉소 속에서 끝났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각종 부정부패 게이트, 월드컵과 대통령선거 열풍 등 여러 원인들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선거에서 언론은 항시 뽑는 사람보다는 뽑히는 사람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이러한 언론의 선거보도 방식은 선거에서 마땅히 주인공이 되어야할 일반 국민들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만다. 유권자들을 단지 구경꾼으로 전락시키고, 후보자들을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는 지금과 같은 선거보도 방식은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감, 냉소주의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관중 없는 축구경기를 상상할 수 없듯이 유권자의 참여 없는 선거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축구경기가 선수들이 아닌 관중을 위해 존재하듯이 선거 역시 정치인들이 아닌 유권자들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와 같이 공중들이 정치와 선거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시민과 유권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불행히도 이 모든 책임으로부터 언론은 자유롭지 못하다. 한마디로 언론이 정치권과 공중을 연결해주는 고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에서 이러한 심각한 문제가 비롯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를 두고 미국과 유럽의 정치학자와 언론학자들은 언론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이 언론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치나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에 대한 혐오감, 냉소주의, 무관심을 조장하여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바로 미디어 부정주의 이론(media malaise theory)이다.


 


선거와 선거 과정에 민주주의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방민주주의의 성공은 전적으로 주민들의 지방선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주민들이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지역현안들에 관심을 갖고 동시에 후보자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지방자치시대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과 책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은 주민들이 지역문제와 후보자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 새로운 선거보도 방안


앞으로 언론의 선거보도는 기본적으로 유권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충분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전달함으로써 유권자들로 하여금 이성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후보보다는 유권자 중심의 보도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뽑는 사람인 유권자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관전자로만 취급하고, 뽑히는 사람인 후보들만을 부각시키는 선거보도 방식은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선거보도는 유권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지역현안과 이슈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활용함으로써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주민들과 같이 호흡하는, 그리고 주민들이 주도하는 선거보도를 이룩할 수 있다.


 


▲ 각 정당이나 후보가 제시한 정책과 공약들을 무조건 보도할 것이 아니라 각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상호 비교 분석하고, 그 실천 가능성을 검증하여 보도해야 한다.


언론은 후보들의 인물과 사상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검증을 하려고 하지만, 정작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서는 별다른 검증을 하고 있지 않다. 언론은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을 철저히 비교 검토하고, 그 실천 가능성을 정밀 조사하여 유권자들에게 비교표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후보들이 제기하는 정책이나 이슈를 강조하기 보다는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이나 이슈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비중있게 보도하도록 한다. 또한 유권자들이 제기한 이슈나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반응을 취재하여 보도토록 한다.


 


선거에서 논의되는 이슈나 정책들은 주로 후보와 언론, 그리고 공중들에 의해 제기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후보들이 제기하는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후보들이 선거에서 중요 의제(agenda)를 설정하고, 언론은 이를 확산시키는 역할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언론이 스스로 중요 의제를 개발하여 확산시키기도 하지만 후보들이 제기하는 의제에 비하면 양적으로 소수이며, 공중들이 제기하는 의제는 그야말로 극소수이다. 이와 같이 후보들이 제기하는 의제(candidate agenda)나 미디어 의제(media agenda)에 비해 공중 의제(public agenda)가 언론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결국 선거과정에서 공중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점이 큰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언론은 공중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이를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이들 공중의제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과 반응을 비교 보도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이름으로 묻는 질문에 대해 훨씬 적극적이고 성의있게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본 글은 3월 17일부터 2일동안 경주에서 열리는 ‘전국 지역신문언론인 선거보도 세미나’의 주제발표문을 요약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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