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봄철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이겨내었고 지금은 어느 때보다 대풍이 기대되고 있으나 수확을 앞두고 쌀값 폭락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민들은 삼삼오오 한낮의 불볕더위를 피해 모정에 모여 앉아 풍년의 기쁨보다는 앞으로의 정부 추곡수매와 쌀값 폭락을 우려하며 시름에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WTO 협정에 따른 쌀 수입 개방은 95년 5만 1천t에서 재협상에 들어가는 2004년에는 20만t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설상가상으로 WTO국내보조감축 이행계획에 따라 정부 수매 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은 수입쌀이 식용이 아닌 공업용으로 소비되고 있어 문제가 적지만 2004년 재협상과 본격적인 수입시대를 맞으면 쌀 생산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벼 재배면적중 20%, 쌀 생산량의 30%, 국내생산량의 30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쌀을 연구하고 시험재배에 들어가 보급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는데다 다른 쌀 생산 국가들도 종자개발에 열을 올리며 수입 개방에 대비한 치열한 쟁탈전을 준비하고 있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이다. 또한 WTO체제 이후 밀려들어오는 농산물로 인해 전남도내 전통적인 소득작목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이 또한 큰 문제이다.

이에 우리 농촌의 농업 경제 기반 보호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어 지금은 쌀 수입 개방에도 적극 대응해야 하는 긴박한 현실에 당면해 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작년 6월말 기준으로 올 연말 추정재고량은 100만 가마(RPC기준, 정부양곡은제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대다수의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적자 운영도 쌀 산업과 농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농협 전남본부가 집계한 미곡종합처리장의 실태를 보면 전남도내 38개 가운데 32곳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으며 흑자운영을 하고 있는 곳은 고작 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농정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일반 쌀과 차별화된 품종을 개발하며, 미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오리농법 등 친환경 농법으로 고품질의 쌀을 생산, 소비자의 쌀 소비를 늘려 고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현 어려움을 타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쌀 재고 누적에 따른 쌀값 안정 대책으로 10월 말까지 정부 보유미의 시장방출량을 100만석으로 제한하여 쌀값 폭락을 막겠다는 방안과 농가가 희망하는 추곡 전량을 정부가 수매하고 미곡종합처리장을 매입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밝히고 있으나 좀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농정정책으로 근본적인 진단과 대책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쌀 산업의 재건과 농촌의 활성화는 정부의 일괄되고 체계적인 농림정책과 재원마련, 농정과 관련된 부처간의 원활한 협력 등이 이루어질 때 농민의 시름이 다소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농민 여러분 올 한해에도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풍년농사를 위해 애써 주시기 바랍니다.

조영기 전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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