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주
영광신문편집위원

여보, 웃끼네!


1975년 4월 30일, 수십만 명의 군사와 천문학적인 전비를 투입하면서까지 지키려했던 자유수호(?)에 대한 미국의 바람은 흔적도 없이 결국 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은  호치민이 이끄는 공산 월맹군에게 함락되는 비운을 맞고 말았다.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미국의 반 강제적인 참전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한국군이 퇴각하는 미군을 따라 철수를 서두르고 있을 무렵의 이야기이다. 


한국군 사병 한 명이 철수가 시작되기 전에 그동안 정을 나누었던 월남의 한 여인을 찾아갔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한국에 갈 수 없음을 알게 된 여인은 한국군 남편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마지막 한 마디를 묻는다.


한국말을 알지 못했던 그녀는 자신을 떠나가는 연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국말로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에 그 사병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끼네.”라고 한마디를 내 뱉었다.


한국군이 철수를 하던 날, 비행장에 나온 이 베트남 여인은 ‘여보, 웃끼네! 여보, 웃끼네!’라고 하염없이 손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더라는 이야기이다.


그럴듯하게 유비통신을 타며 사실처럼 전달되고 있지만 당시 한국군의 참전을 못마땅해 했던 일부가 지어낸 우수개소리일 뿐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고 또 믿어야 한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설령 사실에 부합하는 이야기일지라도 당시 베트남 여인들이 한국군에게 당했던 비극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안타까운 생각은 금할 길이 없다.


 


베트남 숫처녀 사세요.


‘베트남 숫처녀 100% 보장합니다.’


베트남 출신인 한 이주여성은 7살 난 딸로부터 ‘베트남 숫처녀가 뭐야’라는 질문을 받고 너무 당혹스러웠다고 했다.


도심 외곽지역이나 농촌 마을 어귀 곳곳에 즐비하게 내걸린 국제결혼알선 업체의 선정적인 광고가 어린 아이의 눈에 너무 낮 설게 보여 졌던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숫처녀 65세까지 100% 성사’라는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현수막 광고는 당혹감을 넘어 수치심까지 들게 한다.


‘준비된 베트남 아가씨, 마음만 먹으면 가능합니다’, ‘초혼, 재혼, 장애우… 완전후불제’


마치 베트남 여성을 사고 팔수 있는 성(性)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는 이런 반 인권적인 광고를 보면서 ‘여보, 웃끼네!’라며 손을 흔들던 월남 여인의 처량한 모습이 자꾸 스쳐지나가는 것은 한국 남성의 흑심(黑心)을 가리고 싶은 솔직한 심정이었을까? 


인터넷 신문인 ‘노컷뉴스’는 아시아노동인권센터에서 활동 중인 베트남출신 네티뒤엔이라는 간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국제결혼 광고들이 이주여성에 대한 상품화와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어 가족과 사람들을 대하기가 민망하고 수치스럽다 ”며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왔다는 이유만으로 쉽고 가볍게 취급하려는 일부 그릇된 사회분위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존경과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부부


부부란 서로가 배우자에 대한 존경심과 애틋한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나 오페라처럼 리허셜(연습)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삶이기에 존경과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고 불행스러운 것인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못사는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데려오는데 많은 돈이 들었다는 것 때문에 즉 돈을 주고 사왔다는 것 때문에 존경받고 사랑받는 아내이기보다는 본능적인 욕구나 충족시켜주고 일손이나 보태는 가정부 정도로 여김을 받게 된다면 결혼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양쪽의 가족들에게 있어서도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공의 적’이라는 영화에 출연해 우리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던 정의파 영웅 강철중 검사의 표현처럼 잘사는 나라 한국으로 소중한 딸을 시집보낸 베트남 국민들로써는 얼마나 쪽팔리는 일이 될까?


 


사랑없는 첫날밤


코리안드림을 안고 생면부지의 남편을 따라 이역만리 타국으로 시집을 온 베트남 여성,


그러나 그 꿈은 첫 만남부터 고통으로 시작되어야 했다.


국제결혼알선업체를 따라 베트남에 가서 신부를 데려왔다는 한 남성의 고백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들입다 밀어 넣었더니 얼마나 아펐던지 OO이 내 뺨을 손으로 긁어버려서 손톱자국이 네줄이나 쭉 나서 피가 흘렀지만 그래도 기어이 했습니다.“ 


결혼소개업체를 따라 신부를 구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는 한국의 미혼 남성들에게 베트남에서는 혼전 성경험은 필수라고 한다.


단체로 맞선을 보고 바로 이어서 호텔로 직행해 사랑이 없는 첫날밤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호텔방을 뛰쳐나간 여성은 다음날 결혼알선업체 간부로부터 심한 모욕과 함께 심지어 빰까지 맞아야 한다고 했다.


꼭 베트남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국제결혼이 언제부터서인가 사랑없는 성 노리개나 성 상품쯤으로 변해버리면서 무늬만 부부인 현실이 되어버린 것은 누구의 탓일까?


 


한국인의 아내이자 며느리며 어머니이고 이웃이다.


2월 25일자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온 이주여성들은 2005년도의 경우 3만1180명에 이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2003년도 1만9천여 건에 이어 2004년도에는 2만5천여 건 등 그동안 국제결혼은 급증을 해왔다.


전자의 경우처럼 결혼정보업체의 부추김도 있었겠지만 국내 여성들과의 결혼을 포기해버린 총각들이 상대자를 국외에서 찾았던  것이 주 원인리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에 따른 어려움 또한 만만찮은 것이 현실이다.


설령 정상적인 만남을 가졌더라도 문화적인 이질감과 한국어 소통이 잘 안되는 현실에서  가정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이주 여성들은 한국어 소통의 어려움을 가정생활의 가장 큰 장애로 꼽았다.


필리핀 여성의 41퍼센트, 베트남 여성의 30퍼센트가 한국어 사용에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베트남 출신 여성은 배우자와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경우도 5퍼센트에 달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여성들은 자녀 양육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녀양육에 있어서도 30퍼센트가 한국어 소통 능력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들었고, 절반 가까이가 한국어교육이 자녀 양육에 있어 가장 필요하다고 꼽았을 정도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담은 결혼이민자가족 실태조사와 중장기 지원정책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비록 가난한 나라의 수준 낮은 여성이라지만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온 이상 한국인의 아내요 어머니이자 며느리며 이웃이기 때문이다.


여보 웃끼네가 여보 사랑해요라고 바뀔 때 비로소 우리는 한국인으로써의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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