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영광신문에서는 이 지역 종교지도자를 초청 신년 특집 대담을 마련했다. 기독교롸 천주교, 원불교의 대표가 참여한 이번 대담에서는 21세기에 걸맞는 군민의식의 정립과 정신적 좌표설정에 대한 제언이 이뤄졌고,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논의됐다. 이날 초청된 불교계 대표는 당일 사정으로 인해 참석치 못했음을 양지하길 바란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대담내용을 정리해 신년특집으로 싣는다. <편집자 주>



□ 사회: 21세기의 건강한 정신문화창출을 위해 영광군민이 정신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 장석준: 이 내용은 굳이 영광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물질지향, 편의 지향, 개발지향으로 편중되어가고 있는데 자연친화적이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가꾸어가는 방향으로 바꿀 때라고 본다.

지금까지 편리한 생활을 추구하는 가치관이었다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참고, 자연과 조화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불교 창조이념 자체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인데 그러한 관점에서 도덕적인 문제, 정신적인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문제에 포괄적으로 접근하므로써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와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 조남구: 21세기에는 물질제일주의보다는 마음의 행복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인데 마음을 정리하고 가다듬고 정리하고 개발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장석준: 요즘 현대인의 생활은 절대적 빈곤에서 오는 불행보다도 상대적인 빈곤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물질이 우선되는 외향적인 행복추구보다도 내면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겠다.



□ 사회 : 가술의 발달로 인해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세상은 날로 강팍해지는 듯 하다. 이럴 때일수록 청소년선도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갖게 된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우리의 청소년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관과 올바른 교육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 조남구 : 일단 청소년들의 문제에 있어서는 어른의 책임이 크다. 어른들이 과거에 너무도 어렵게 살고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 왔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들은 우선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런 출세 지향적인 사고는 그릇된 교육제도와 연결돼 있고, 그로 인해 청소년들이 상처를 입고 있다. 자식이란 존재를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대리만족의 출구로 생각해서는 안될 텐데 말이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직업에 귀천, 수입의 과다를 따지며 최상급의 대우를 받고 편히 부자로 사는 삶보다는 어렵고 불편한 이웃을 돕고 남을 위해 사는 삶을 보람으로 여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의 삶이 ‘내가 제일이어야 한다’‘남을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할 때 치열한 경쟁만 생기고 더욱 삭막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 장석준 : 지금의 청소년들은 가치관에 대한 문제를 자신들의 관심이외의 분야로 돌려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도 결국 기성세대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에 기성세대, 특히 종교계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덧붙인다면, 더불어 사는 삶,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야 하고, 가족이 더불어야 하고,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미덕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남을 딛고 이기려는 경쟁심보다는 함께 어울어지는 공동체적 가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대를 지식사회라 하고, 지식이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사회적 지위를 점하는데도 지식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지식교육이 가치관 확립과 병행해서 이뤄졌는데 지식정보화의 시대인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여과 없이 쏟아지는 지식과 정보의 홍수에 대처할 가치기준이 매우 저급하고 미흡한 실정이다. 곧 도덕성에 바탕한 가치교육을 학교에서 통제하고 가르칠 때는 이미 지나버렸다.

청소년들이 수없이 많은 지식을 다양한 통로를 통해 접할 수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 지의 가치척도를 형성해주는 정신적인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게 문제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지속될 경우, 머리 큰 사람들만 넘쳐나고 가슴 따뜻한 사람들은 점점 찾기 힘들지도 모를 일 아닌가. 참 어려운 문제다. 이는 방법보다는 과제로 남을 문제다. 함께 고민해보자.



■ 이준형: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들의 고백성사를 들을 때마다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은 선하고 행복한 것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고백성사를 통해서 인간의 선함과 따뜻함, 아름다움을 느낀다. 청소년들이 비록 부족하고 어리지만 근본적인 사람의 따뜻함- 더불어 살고 싶고,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앞서 말한 여러문제가 있어서도 아이들이 그러한 본성을 바탕으로 잘 소화해내고 극복해 낼 수 있으리라 본다.



■ 조남구 : 학교교육의 3대요소는 지덕체(智德體)다 .지금의 학교에서는 지(智)만 강조하는 지식중심의 교육이 실시된다. 체육과 덕성분야에서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학교에서 지덕체를 고루 갖춘 전인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이 사회는 지적인 요소로만 사람을 평가하고 그들을 등용하는 구조가 만연돼 있는 것이 안따깝다.

비록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더라도 보람을 느끼는데서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것이 소중하다고 가르쳐야 한다. 한편 그러한 의식이 적응할 수 있는 사회구조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이 문제는 전 국가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장석준 : 우리는 대개 청소년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앞서 말한 문제들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것은 기성세대의 문제이지 청소년들은 정작 순수하다. 청소년들 스스로 이 시대에 맞게 삶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부단히 이뤄지고 있고, 그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자기반성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면 우리 청소년들이 올바른 길을 펼쳐 가리라고 본다.



□ 사회 : 혹시 교계(교당, 교회)에서 구상하시는 신년사업이 있으시면 말씀해 달라.



■ 이준형 : 글 모르는 교회신자 14분을 대상으로 한글학교를 천주교 내부에서 실시해 왔다. 새해에는 이 한글학교를 영광 전체로 확대운영해 보려 한다. 나아가 주민 공부방도 구상하고 있다. 공부방의 운영를 위해 자금을 확보해 두었지만 봉사정신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공부방이 마련되면 찾아오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모임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공부방을 매개로 해서 자연스럽게 주민공동체를 조직하고 공동의 문제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 장석준 : 예전부터 해왔던 여러 가지 행사들, 5월 5일 어린이 민속잔치, 젊음을 위한 소리잔치를 발전적으로 계승할 것이다. 특히 대 군민 차원의 마음공부방을 구상하고 있다. 올바르게 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장을 만들 계획인데 이 지역 유일의 대안학교인 영산성지고의 교사들도 이 훈련을 이미 받고 있다. 이렇게 훈련을 받은 이들이 학생들을 재교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많은 군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 조남구 :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어렵게 살고 있는 노인들을 위해 편안히 기거할 수 있도록 집 (복지관)을 지어 드릴 작정이다. 그리고 해외선교를 두어 군데 늘려 선교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일단 선교에 들어가면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유익하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한편으로 우리 주변에는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많다. 이는 대개 가정파괴의 산물이다. 이렇듯 어려운 가정들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가정들도 앞으로 원만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원만한 가정만들기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



□ 사회 : 경제난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이 점점 많아진다. 실직으로 인한 가족해체, 거기에서 파생되는 결식아동 문제, 노인문제은 물론이고, 현재 비규범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편부·편모가정, 미혼모가구, 동성애 가구 등의 현상이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이준형 : 종교집단은 사회구조나 사회시스템과 이미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기성 종교집단 안에서 규범에 다소 어긋난 가정(가구)들을 바라보는 경우에 전향적인 자세로 의견을 표출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장 보편적인 선에서 동의하고 인정되는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지 그러한 문제에 대해 앞장서 이야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같은 경우는 종교집단에서 풀어내기보다는 사회 열린집단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일반화하는 방법이 좋지 않겠나?



■ 장석준 : 이러한 문제들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할 지에 대한 종교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까지는 없는 줄로 안다. 또 그것을 본인이 대변할 수도 없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현상들이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의 다양한 양상들을 종교는 모두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사회 : 지역의 화합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극복 할 수 있을까?



■ 조남구 : 지역발전을 하기 위해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교사, 공무원 심지어 상업하는 분들도 주거지가 광주에 있는 분들이 대단히 많다. 그분들이 여기에 토대를 두고 사업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면 이 지역이 더욱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한다.

영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광에 뿌리를 두고 지역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풍토가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



■ 장석준 : 영광지역주민들이 고향, 지역에 대한 애정이나 상호간에 끈끈한 동질감이 부족해서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곳 영광은 또한 잠재적인 정신문화의 힘이 내재된 곳인데 이를 이끌 수 있는 자치단체의 추진력이나 문화예술계의 구심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선 정신적으로 단합이 되어서, 꼭 경제적인 발전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영광이 진정 살맛나는 곳, 정이 있는 지역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고용창출을 많이하는 번창한 도시를 만들기에 힘쓰기 보다는 인근 광주의 위성 소도시로서 오히려 주거지를 영광에 두고 광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도록 전원지역, 청정지역으로 가꾸려는 개발방안이 바람직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영광을 문화 관광의 명소로 특화시켜 개발하는 일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 사회 : 바쁘신 중에도 신년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며 끝으로 신년인사를 한마디씩 해주시길 바란다.



■ 조남구 : 새해를 맞이해서 좀더 영광을 위해 기도하고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그런 한해가 되길 바란다. 신사년 한해 건강과 화평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 이준형 : 사람들의 마음 속은 본디 모두 다 선하고 다 착한 것으로 가득찬 것 같다. 사람들에겐 서로 아끼면서 나누는 가운데 화목하게 살고자 하는 본성이 있어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따뜻하고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



■ 장석준 :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노력하며 특히 지역사회 종교와도 더불어 관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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