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통일의 제언



◈ 통일의 의미

21세기 지식 정보사회를 사는 오늘의 시점에서 복고적 통일은 이미 그 의의를 상실했다. 즉 통일이란 단순히 '분단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할 수는 없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달라졌으며 세대가 바뀌고 가치관도 새로워 졌다. 통일은 결코 소극적 차원의 단순한 '재통일'이 아니라, 적극적인 차원의 '새로운 통일' 이어야 한다. 우리가 이루어야 할 통일은 민족의 앞날과 관련된 문제이다. 따라서 과거의 복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역사의 창조작업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통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리 등 우리민족의 삶을 둘러싼 여러 측면을 미래의 새로운 상황과 접목시켜 하나의 민족국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지리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통일은 국토의 통일이다.

우리민족은 수천년동안 한반도라는 지리적 공간 속에서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면서 살아왔다. 통일은 민족성원 모두 한반도 내의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왕래하고 거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통일은 국권의 단일화를 뜻한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단일한 정치체제 속에서 살아왔다. 국가와 민족이 하나로 일치해서 살아온 장구한 역사에 비교하여 볼 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50여년 분단역사는 결코 긴 것이 아니다. 남북간에 단일한 정치체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통일의 중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셋째,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통일은 민족 경제권의 통합을 뜻한다.

남과 북은 현재 자유시장 경제체제와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나뉘어져 있고 경제생활권 또한 남북으로 단절되어 있다. 분단이전에 우리민족은 단일경제권을 형성해 살아왔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통합이 이루어지는 오늘의 현실에서 민족의 공동복리를 증진해 나가기 위한 경제권의 통합은 실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넷째, 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통일은 국민의 통합을 뜻한다.

현재 남북한은 서로 다른 사회체제 아래 서로 다른 국민군(群)으로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통일된 조국에서 남북한 주민을 하나의 '국민'으로 통합해 나가는 것 또한 중대한 과제이다.



다섯째,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통일은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같은 언어, 같은 문화, 같은 전통을 지니고 살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남북간의 동질적 요소가 부분적으로 파괴됨으로 말미암아 민족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남과 북은 함께 과거의 문화로 되돌아 갈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각자 현재의 문화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남과 북이 함께 민족전통 위에 서서 민족의 앞날을 밝히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가야한다.



이처럼 통일은 다면적인 의미를 지닌다. 통일은 곧 국토도 하나(국토통일), 제도도 하나(정치적 통일), 민족도 하나(민족통일), 생활도 하나(경제, 사회, 문화통일)로 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통일은 둘로 나누어진 국토와 제도, 민족이 모두 '참다운 하나로' 거듭날 때 그 목적과 내용이 완성되는 것이라 하겠다.



◈ 통일의 당위성

국토와 민족이 남북으로 분단된 이래 통일을 위해 많은 제안과 논의가 있었고 그 실천을 위해 적지 않은 정책적 노력도 경주하였다. 우리 민족의 남북분단사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통일노력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도 당연하여 오히려 소홀하게 취급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당위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적 필요의 차원에서 그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우리는 남북통일과 민족통합을 왜 이루어야만 하는가?



첫째, 우리는 유구한 역사를 거쳐 단일 민족국가를 유지해 왔다. 이 전통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지구상에 우리 민족만큼 오랫동안 단일 민족국가로서 문화 전통을 유지해온 국가는 일찍이 없었다. 50여년의 분단사는 우리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외부의 강요에 의해 중단된 부끄러운 역사이다. 끈기 있게 이어져온 단일민족 공동체가 외세에 의한 분단 때문에 일시적으로 훼손된 것이다. 우리민족이 '부자연스럽게 느끼는'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일은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전통을 계승하고 나아가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연장선상에서 너무도 당연하며 기필코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남북분단의 고통과 불안을 더 이상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민족은 6.25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도 경험하였다. 이산가족의 생이별 고통 역시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 같은 민족적 고통과 불안을 후세에 남겨줄 수는 없는 일이다.



셋째, 무한 경쟁시대를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과도한 분단비용을 생산과 복지증대를 위한 재원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세계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간의 소모전을 계속한다면 경쟁력이 약화되어 하류국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분단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주변국들이 남북한을 분리해서 지배하고자 하는 기도가 그것이다. 주변국가들이 편의에 따라 남북한을 좌지우지해서는 아니될 일이다.



넷째, 통일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21세기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10위권 안팎의 교역대국이다. 여기에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이 결합된다면 민족의 경쟁력은 더욱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지정학적 위치를 적극 활용하여 한반도 주변국들 사이의 '안정자' 내지 '균형자'로써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탈냉전시대의 보편경쟁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민족경영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이 통일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지금, 통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평화적 방식이자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약속하는 방법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외쳐대는 통일'보다는 각 분야에서 남북이 화해하고 교류협력을 늘려감으로써 평화통일의 징검다리를 하나씩 놓아 가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북한측의 호응과 협조도 요구된다. 지금 우리의 아량과 노력이 종국에는 꼭 좋은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할 때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모든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함께 뭉쳐 남북통일을 신앙화하는 운동인 것이다. 분단 55년째가 되었다. 반세기가 지났다. 우리 후손에게 분단의 아픔을 대물림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영광군지부장 이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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