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봤(받)쓰이



장진기 (시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영광지부 부회장)



"나는 봤(받)쓰이 운동"을 주창하는 바입니다. 받지도 말고, 쓰지도 말고, 이용하지도 말자는 뜻입니다. 국영기업의 영광땅 영구 점유와 차입에 대해서는 거론을 뒤로 미루더라도 40조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의 핵발전소 최대 고민거리인 핵폐기장 부지 선정으로 지원되고 보조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돈은 한전이 내주는 보상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헌사하는 위로금도 아닙니다. 그 돈은 우리와 같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퍼온 피같은 민중의 혈세입니다. 쓰면 쓸수록 전체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악성 부채인 것입니다. 핵폐기장은 안면도와 덕적도에서 주민들의 결사 반대에 밀려 한전과 정부의 계획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광에서 핵발전소 3,4호기 가동 저지와 안전성 촉구를 요구하며 양 종교단체, 제 사회단체, 많은 군민들이 힘을 모아 투쟁하던 그 해 겨울 덕적도에서는 핵폐기장 결사반대의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주민수 천여명, 어찌 보면 조그만 그 땅을 양보하면 이주비뿐만 아니라 주민 수가 적음으로 가구에 배당되는 보상금이 어마어마했을 수 있으나 그들은 유혹을 단호히 뿌리쳤었습니다. 주민의 대다수가 고령이었기 때문에 조직적 힘이나 물리적 단결력을 가질 수 없었지만 그들이 그와 같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양심적이고 순수했다는 이유입니다. 젊은이들은 다음에 덕적도를 지켜야 된다고 나이든 노인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전면에 나서 명동성당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인천의 시민들에게 호소를 하고 심지어는 군청을 점거하여 그들의 핵폐기장 반대 의사를 표명하다 질식사하는 고령 노인도 있었습니다. 실로 죽음을 불사한 항전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해냈습니다. 천 여명의 주민이 막아낸 것입니다. 핵발전소와 폐기장은 숫치 놀음으로 막아낼 수 없고 행정적 정치적으로 민심을 저울질 할 수 도 없는 것입니다. 돈은 가장 빠져들기 쉬운 유혹입니다. 아이들 앞에 사탕을 놓아두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입니다. 3000억은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십만 주민으로 봤을 때 주민당(한푼도 다른 데로 새지 않을 경우)배당이 300만원입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체르노빌이나 드리마일과 같은 엄청난 재앙을 부담으로 안고 있는 핵발전소, 더욱이 핵폐기장까지 들어서는 조건으로 보았을 땐 절대 흥정이 될 수 없는 돈입니다. 상해치사나 교통사고 몇 주의 치료비 정도가 우리의 땅 우리의 목숨과 거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전체 주민들의 손에 공정 분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돈에 대한 특정 단체나 법인에 지원된다면 그마만큼 일반 주민들은 떡시루 옆의 콩고물도 맛을 못 보는 것입니다. 핵발전소 5, 6호기 건설 조건으로 내걸었던 500억이 그렇지 안던가요. 주민들 누구 그 돈 맛본 사람 손들고 나오라면 선뜻 나설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받아써서 수치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실지로 받아봤다는 느낌마저도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듯 일반서민, 주민들에게는 혜택감도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압니다. 단일 사업을 해야된다는 해괴한 구속이 있는데도 일부 큰 손들이 큰 덩어리는 집어가고 핵발전소 건설 저지의 순수 투쟁에는 방관하던 이들이 현상금(보조금 등의)이 걸리자 자산들의 사업이나 자신들이 활동하는 이익에 끌어들이려고 물꼬를 내는, 아전인수격의 불량한 짓들을 자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효성이 없고 현실적 대안이 전무한 재경농축산직판장이 실례입니다. 핵발전소 지대의 더욱이 핵폐기장이 거론되고 있는 고장의 산물을 서울 사람들이 찾겠습니까. 아마 서초구 주민들도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주시켜 달라고 데모할는지 모를 일입니다. 영광의 농축산물이 핵오염 물질로 오인 될 수도 있어서입니다. 실지로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습니다. 영광에서 왔다고 하면 밖에 나가 손 씻고 오라고 한다는 말은 그냥 흘려버릴 일이 아닙니다. 경제가 어려운 북한에서도 광우병 독일산 스위스산 쇠고기는 먹을지라도 영광의 생산물은 받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웃어 넘길 일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이 지역 군민이 살고 이 지역 산물을 지킬 생각이면 보조금 지원금에 어떤 형식으로든지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합니다. 도덕성과 순수 열정을 상실한 자들이 설친다는 것은 이미 실패한 싸움입니다. 3000억! 개인이나 어떤 일부 이익 단체의 사업으로는 큰 재원입니다. 안으로는 패배를 인정하고 가식적인 저항을 꾸미는 것은 중이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만 생각하는 꼴입니다. 주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들에게 얻어지는 것은 여러 가지 손익을 저울질하지 않더라도 실제로 없습니다. 상권이 형성됩니까? 전력을 무상공급받습니까? 농축산물이 팔립니까? 인구가 늘어납니까? 인심이 살아납니까? 절대 손대지 맙시다 받지도 말고 쓰지도 말고 이용하지도 맙시다. 산골 처녀 영자의 불행을 가져다 줬던 것은 광고비 몇 백 만원을 노린 자들의 소행이었다면 영광의 불행은 영광주민의 생명 담보금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저의를 갖고 있는 자들의 강도행각에 있다고 단언해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 민족문학 작가회의 영광지부에서는 약속합니다. 실로 많은 문학, 문화 전반에 걸친 사업이 있지만은 어떤 명목으로라도 한전과 결탁하거나 혜택을 받는다거나 음성적 음모적 사업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공표합니다. 앞으로의 문화행사등 전반적 우리의 문화적 사업에 한전문화회관 이용 등의 간접적 혜택마저도 거부하겠습니다. 영광의 반핵의 역사는 깁니다. 그리고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양대 종교단체의 순수성과 몇몇 열성을 가진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덕성을 갖는 것만이 영광을 지킬 수 있습니다. 몇몇 단체의 이익을 도모한다던지 일 개인의 치부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극히 위험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전과의 대립이 아니라 내부적 갈등 구조입니다. 저는 어차피 지난 5,6호기 허가 조건으로 제시된 돈이 주민들에게 현실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국고에 예치하자는 주장을 했었습니다. 정부에 되돌려 줘버리면 얼마나 떳떳합니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것이고 군민의 재산으로 일단은 예치하고 이윤과 이익금은 군민의 구휼과 군민 전체의 이익에 효율적인 일에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일단 받고 보자는 것임으로 그런 주장은 무효입니다. 주민 여러분 어떻게 하면 핵폐기장을 막을 수 있을까요. 해답은 주민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받지도 말고 쓰지도 말고 이용하지도 맙시다. "나는 봤(받)쓰이 운동"에 동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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