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던 공지영은 불혹을 앞두고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이라는 작품을 들고 우리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전형적인 중산층가정에서 태어나 연대재학시절 80년대 군사정권에 대항한 운동권학생이었고 공장에 위장 취업하여 끊임없이 착취당하는 노동현장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 시절 정치 사회적문제에 대한 종교의 무능과 이기심에 깊은 회의를 느껴 18년동안 등을 돌렸다.

그 이후 30대 후반 신앙을 되찾으며 순탄하지 않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싶었고 주위의 권유로 수도원 기행을 결정했다.

그녀의 전반기 작품들은 거침없는 언변과 엘리트적 오만함이 글속에 베어 있었고 항상 불만족스런 심리상태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욕구가 느껴지곤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가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어떤 부끄러움도 독자들에게 고백하고 싶었고 자신도 모르게 켜켜히 쌓아온 세월의 짐을 벗고 영혼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연유일까! 그녀는 종교의 역사, 인간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각국의 수도원기행을 여행하며 젊은날의

방황과 고뇌가 던져준 좌절, 삶에 대한 거부의 몸짓으로 자신을 학대했던 시절을 이 글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가을날 바바리 코트깃을 세우고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는 듯한 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수도원의 단절된 삶이 아닌 절제된 삶속에서 때론 기쁨으로 때론 침묵으로 하루하루 기도하는 삶으로 살아가는 수도사와 수녀들의 삶을 다양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지친 사람들, 삶의 의미를 찾다가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글을 맺고 있다.



김 미 자 (한길서림)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